홍콩에서 일하는 자ㅣ덕업일치의 길을 걷는 인턴, 은재

혈혈단신 해외에서 일하는 20대들의 고군분투기. 한국을 넘어 홍콩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20대들, 홍콩에서 일해보니 어때요?

기획1 홍콩에서 일하는 자ㅣ깡 하나로 해외 취업까지, 김도희
기획2 홍콩에서 일하는 자ㅣ워홀러 생존법, 강소연
기획3 홍콩에서 일하는 자ㅣ‘덕업일치’의 길을 걷는 인턴, 은재

Who’s 은재? 한 줄 프로필
국제학 전공이지만 예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호기심 많은 대학생. 현재 5월부터 홍콩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인턴을 진행 중이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9년 5월부터 한국문화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가, 밤에는 재즈바에서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것도 좋아하는, 좋아하는 게 참 많아요. 평생 도전자로 살고 싶은 사람이고요 (웃음).

Q. 해외문화원 인턴을 준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해외문화원 인턴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저는 다양한 형태로 여러 나라를 여행했는데요, 미국에서는 서부에서 동부로 로드트립을, 오스트리아에선 교환학생을, 유럽에서는 공연과 페스티벌만을 찾아다닌 여행을, 아프리카에선 배낭여행과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많은 나라를 다니며 느낀 건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라는 것이었어요. 가장 큰 이유는 K-POP과 드라마, 즉 한국 대중문화 때문이었고요.

Q. 특별히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하루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혼자 신나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10대들이 저에게 다가왔어요. 긴장한 제게 그 친구들이 한국 사람이냐고 물은 뒤 한국과 BTS를 너무 사랑한다며 그들의 핸드폰에 멤버들 이름을 한글로 적어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긍정적인 충격을 준 일화여서 특히 기억에 남아요. 국제학을 공부하며,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한국을 조금은 비관적으로 바라봤었는데, 저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고 아끼는 해외 사람을 보면서 ‘아차!’ 싶었죠.


세계 곳곳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미래를 꿈꿨다. 사진은 순서대로 미국 로드트립,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교환학생 시절, 모로코 배낭여행, 케냐 봉사 활동의 사진이다.

Q. 다양한 도시를 다녔는데 굳이 홍콩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홍콩을 선택한 건 단순한 이유였어요. 오스트리아에서 공부를 할 때, 룸메이트가 홍콩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워너원 노래를 알람 삼아 일어나서, 한국인 유튜버의 ‘GRWM 영상’을 보며 한국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고, 학교에 다녀와서는 신라면을 먹으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더라고요. 한국 사람으로서 옆에서 보는데 뭔가 웃기고 재밌었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죠. 홍콩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한류의 영향은 생각보다 더 대단하구나, 그런 나라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면 재밌겠다! 그렇게 홍콩을 오게 되었네요.

Q. 어떻게 이 일을 알게 되었나요?
저는 되게 급하게 준비한 케이스예요. 진득하게 하나하나 준비하기보단, 재밌겠다 싶으면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외국에서 한류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별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러다 케냐 봉사를 준비할 때, 작은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생겨 얼떨결에 ‘해외문화PD’라는 직종을 알게 되었어요.

Q. 구체적인 준비 과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먼저 자소서와 서류제출, 영상 포트폴리오. 자소서는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자소서의 내용과 포트폴리오의 콘텐츠 내용이 일맥상통하도록 노력했어요! 나는 어떤 고민을 하는 사람이고, 무슨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으며, 이것들이 내 콘텐츠에서 어떻게 드러났고, 결론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지 등을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통해 풀어냈습니다.
1차 서류를 통화하면 영상 제작 미션이 주어집니다. ‘몇 분 내의, 어떤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라’라는 과제인데, 자기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했어요.
여기까지 오면 세 단계 면접(콘텐츠 제작 PT / 인성면접 / 언어면접)이 있습니다. 일 년 동안 자신이 만들 콘텐츠에 대한 PT, 한글로 진행되는 인성면접, 마지막으로 영어 면접이 있는데요. 저는 스터디를 만들어 모의 면접을 하며 준비했고, 결국엔 팀원들과 같이 붙었답니다! PT나 영어 면접같이 익숙하지 않은 면접 준비는 함께 준비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후, 출국하기 전 두 달 동안 보험, 비자, 비행기 표, 촬영 강의, 콘텐츠 기획 회의, 워크샵 등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홍콩으로 왔습니다.

Q. 노력 끝에 만난, 현재 업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일을 합니다. 첫 번째로 홍콩 사람들에게 한류를 알리는 영상을 만들어요. 주로 홍콩에서 하는 한국 공연, 전시, 행사 등을 중국어 자막을 달아 영상을 만들고 홍콩문화원 유튜브에 업로드합니다. 가장 최근에 만든 영상은 K-POP 월드 페스티벌 관련 영상이에요. 두 번째로는 한국 사람들에게 홍콩에서 한류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또 홍콩 문화는 어떤지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주로 홍콩/마카오 공연, 전시, 문화 관련 영상과 블로그 콘텐츠를 만들어요. 이번 달 블로그 주제는 ‘마카오 문화생활 백배 즐기기, 공연 편’입니다.


기자간담회 중에 찍은 사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돋보인다.
한글 캘리그라피 작가님이 써 주신 ‘우리은재’

Q. 한류축제, 공연 관련 콘텐츠를 만드시는데, 홍콩에서의 ’한류‘는 어떤가요?
홍콩에서 ‘한류’는 정말 엄청납니다. 이제 길거리나 식당, 쇼핑몰, 미용실과 펍, 택시 안에서까지 K-POP이 들리는 건 너무 자연스러울 정도죠. 한국 음식도 너무 많을 정도입니다. 아무 마트나 들어가도 한국 김, 과자, 라면, 특히 불닭볶음면은 무조건 있어요. 한국 화장품 가게도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종종 보이고요. 출퇴근할 때, 홍콩 사람들의 핸드폰을 살짝 보면 약 30퍼센트 정도의 사람들은 출근길에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K-POP을 들어요. 물론 저의 ‘눈피셜’이지만 바쁜 출근길 제 앞의 사람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걸 보면 왠지 기분이 좋고 그래요.

Q. 한국인 인턴으로서, 문화PD로서 근무하며 겪은 특별한 ‘썰’이 있다면요?
요즘 한류의 중심에 있는 BTS를 빼곤 말할 수 없는데요. 워낙 많은 관심을 받는 그룹이기에 문화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관련 기사를 많이 보게 되거든요. 또 문화원 6층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가 계속 나오고 있어 자연스레 오며 가며 계속 보게 되고요. 한류 특강이나 K-POP 강의 등의 영상을 만들다 보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계속 듣고 춤을 계속 볼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제가 그만 방탄소년단의 팬이 되었답니다!(웃음). 문화PD가 참 ‘덕질’ 하기 좋은 게, PD분들이 열 개 국가에 파견되어 있어요. 그래서 월드투어를 하면 그 나라에 있는 PD님들이 현장에 가서 촬영을 하고 영상이나 콘텐츠를 공유해 주십니다. 그러면 홍콩에서 방탄소년단의 춤을 배우는 사람들을 촬영하는 동시에 브라질과 영국 등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며 일할 수 있는 거죠. 너무 사심 담긴 일화인가요?(웃음)

Q. 회사에서 다양하고, 또 새로운 매일을 겪고 계신 것 같아요. 이에서 비롯된 일화가 있으신가요?
KCCfamily(Korean Culture Center family)는 귀여운 일화가 많아요. 이를테면 문화원에서 일하는 분들은 거의 다 누군가의 팬인데, 저희 문화원에서는 꼭 ‘진영이’를 부를 때 성을 붙여야 하는 룰이 있어요. 왜냐면 워너원 진영이(배진영), 갓세븐 진영이(박진영), JYP 진영이(박진영)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부 다 있거든요. 이런 사소한 배려가 중요합니다. 문화원 직원으로서 원활한 소통과 각 팬덤의 관계 유지를 위해!(웃음)


워너원의 팬인 동료의 자리, 그리고 존중의 미학 KCC family

Q. 홍콩에 살면서, ‘이거 정말 좋다’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글과 한국 관련 문화를 정말 사랑하는 나라라, 한국 사람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입니다. 그리고 뻔한 말일 수도 있는데, 글로벌해요. 외국인들이 정말 많고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해요. 중국의 문화를 느끼고 싶고 체험하고 싶지만 영어밖에 할 줄 모르거나, 중국으로 가기엔 망설여지는 사람들이 와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 배우고 가기 좋은 나라인 것 같아요. 반대로 가장 힘든 점은 악명 높은 방값으로 전 세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이기에, 각오하고 와야 합니다. 이 곳에서 살아남는다면, 세계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저는 다섯 명이서 홈쉐어를 하고, 정말 작은 방을 쓰는데도 한 달에 100만원을 넘게 낸답니다.

공존의 가치를 새겨주는 홍콩. 그 매순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Q.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다양한 SNS에 ‘#우리은재의홍콩’이라는 해시태그로 매일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언젠가 저의 이런 경험들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미국 로드 트립 할 때부터 이 생각을 해왔는데, 책 출판이란 목표가 너무 멀어 보여 시작조차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야금야금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일기는 매일 쓰는데, 그 글들은 너무 개인적이고 저만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적당히 개인적이고 또 남들도 이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했고, 그런 순간들을 열심히 기록하게 됐어요. 언젠가 세상에 나올 작고 소중한 제 책을 위해!

Q. 해외에 오래 머물다 보면 한국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은데요, 본인만의 그리움 해소법이 있다면요?
저는 사람에게서 힘을 많이 받고,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게 참 많은 사람이에요. 서로에게 영감이 되고, 긍정적인 기운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면 그 관계는 저에게 정말 소중해져요. 그 사람과 안지 오래됐든, 방금 만난 사람이든 그건 전혀 상관이 없어요. 그래서 사실 한국에 있는 사람과 관계들이 너무 그립고 소중하지만, 외롭거나 힘들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홍콩에도 그런 관계를 맺은 좋은 사람들이 있고, 영국이든 모로코든 어디든 마음을 열어 두면 제게 좋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죠. 22살 때부터는 거의 외국에 나와 있었는데, 큰 외로움,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인 것 같네요. 그래도 아주 가끔, 가족들이 너무 그리워지면 저는 그냥 한국으로 갑니다!


한국, 미얀마 등 다양한 곳에서 오는 편지들은 일상의 동력이 된다. 그럼에도 가장 소중한 동력은 한국에서 가족들이 직접 찾아오는 것과 같이, 직접 그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

설레는 매일을 살고 싶다는 은재. 두근거리는 일을 하는 매일이 그에겐 ‘도전’이다.

Q.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공연, 문화, 콘텐츠가 있는 재밌는 곳에서 가슴 뛰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게 어느 나라, 어떤 일이 될 지는 앞으로 더 찾아보려고요. 확실히 정해진 게 없어서 더 두근대는 것 같아요. 아, 하나 정해진 게 있다면 인턴을 마치자 마자 무조건 일출을 보러 미얀마로 갈 거예요!

LG Social Challenger 177363
LG Social Challenger 황윤선 일상 속 이상을 꿈꾸다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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