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닐로 제 펠리토┃삶에 대한 컬러풀한 관찰가


철컥철컥, 그는 유성 래커를 서너 번 흔들더니, 허공에 치익치익 가스를 뺐다. 그리고 그대로 벽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이 벽에 그려졌다. 수천 킬로미터 밖 남미의 색채는 삶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입가에 컬러풀한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한국에 불시착한 ‘브라질표 아티스트’

“세계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아시아에 처음 왔습니다. 그것도 한국, 그중에서도 부산에 오게 된 것이 참 뜻깊습니다. 살면서 제일 두껍게 옷을 입은 것 같네요.(웃음)”

데닐로는 10년 차 묵묵히 한 길만을 고집한 유쾌한 스트리트 아티스트다. 물론 그가 스트리트 아트뿐 아니라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해왔지만, 그는 스스로 ‘스트리트 아티스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브라질 출신인 데닐로는 부산에서 단연 가장 튀는 외국인으로 손꼽힌다. 부산에 국제공항이 있긴 하지만 외국인의 출입이 적은 데다가 등까지 내려오는 드레드(레게 헤어스타일의 일종)를 하고 일명 ‘건빵 바지’를 축 처지게 입고 다니는 그 같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어디서 왔능교?”라며 말을 거시는 분도 있긴 해요. 전 주로 실내에서 아트 작업을 하다 보니 튄다는 생각은 못했거든요. 제 외모로 알아봐 주는 것보다 스트리트 아트가 더욱 전파되었으면 좋겠네요!”

 
자원봉사자에서 스트리트 아트에 푹 빠진 이유는?

그의 직업은 자원봉사자이기도 하다. FAAL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재학 중 아프리카 자원봉사 단체인 IICD의 소속으로 잠비아로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그러던 중 그라피티와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초창기 때 그가 그렸던 그라피티 위에서 포즈를 취한 데닐로. 그의 이름 Zéh Palito를 쓴 것이 눈에 띈다.

“학문의 틀에서 디자인할 때보다 더 생동감 있는 작업이 좋았어요. 제 아트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공개하기까지 함께 도와주고 기뻐한 사람들의 눈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 이것이구나!’라고 깨달았죠.”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자리 잡은 문화공간 AGIT에 그의 그림이 설치되어 있다.

그 후 FAAL을 졸업한 그는 그라피티를 비롯한 여러 아트에 대해 좀 더 제대로 배우고 싶어 EMCEA로 진학했다. 그러던 중 스트리트 아트를 더욱 심도 있게 배울 수 있었다.

“보통 그라피티가 스트리트 아트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제가 배운 바로는 전혀 다른 장르였어요. 자신의 이니셜을 그리거나 추상적인 내용 혹은 그로테스크한 것에 집중하던 제가 스토리와 색깔 등 작업의 모든 면에 세심하게 신경 쓰고 온전한 저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스트리트 아트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 후 그는 만 10년간 세계 2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스트리트 아트를 알려왔다. 한국방문도 이 때문이었다.

“아시아에서 스트리트 아트의 중심은 한국과 일본이라고 자주 들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고 싶었어요. 남미의 느낌이 담긴 스트리트 아트는 아직 한국에서 선보인 적이 없잖아요? 문화전도사가 되기 위해 ‘아시아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정크하우스(junkhouse)라는 한국 작가를 알게 된 그는 부산에 있는 AGIT의 초청으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의 신발과 작업도구들. 쉴 틈 없이 작업한 흔적들이다.

“체류비자로 입국했기 때문에 3달 후면 출국해야 할 상황이에요. 그래서 더욱 작업에 몰입했습니다. 결국, 만 3주 만에 20 작품을 그렸죠. 어디에서도 이런 집중력을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떠나도 제 그림이 한국에 남으면 더 많은 사람에게 스트리트 아트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열정이었습니다.”

삶을 통해 사람과 통하다

그는 주로 ‘삶(Life)’에 대해 그린다. 삶에 관한 관심은 욕망, 소망 등 많은 면을 담고 있으며, 어느 문화를 가지든 어느 인종이든 통용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본심은 착하다고 생각해요. 상황이 가끔 그 본심을 어질러 놓는다 해도요. 전 사람들이 착한 마음을 가지고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삶이 되길 원합니다. 어떤 그림을 그리든 ‘사랑, 평화, 행복’이 묻어나올 수 있도록 그리죠.”

특히 그는 부산에서 작업하면서 평소의 작업 스타일에 부산이란 지역적인 요소를 더했다.

 

“부산은 추워요. 바람이 너무 세요. 하지만 사람들은 온순하고 따뜻해요. 그래서 평소보다 파란색도 더 짙게, 붉은색도 더 과감하게 썼습니다. 한국 안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참 강렬한 느낌이죠.”

부산은 추워요. 바람이 너무 세요. 하지만 사람들은 온순하고 따뜻해요. 그래서 평소보다 파란색도 더 짙게, 붉은색도 더 과감하게 썼습니다. 한국 안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참 강렬한 느낌이죠.

그가 진행한 <밖;꿈> 프로젝트에 참여한 많은 사람과 함께 서 있는 데닐로(출처 : 데닐로 페이스북)

“부산에서는 금정구 장전동 거리에서, 서울에서는 건국대학교 근처 대학가의 거리에서 시민참여프로그램 <밖;꿈>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길거리 예술가는 어둡거나 먼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들이 스스로 세운 이런 벽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그의 몸과 마음은 끝까지 ‘사람’으로 통하고, ‘사람’과 함께 ‘사람’을 강조했다. 사람의 좋은 면을 배우며 사람이 쌓여가는 게 바로 사람 되는 법이란 농담 섞인 진담을 내비쳤다. 그의 계속된 사람에 대한 강조는, 예술도 곧 소통인 것을 왜 모르느냐고 따끔하게 질책하는 것 같았다. 데닐로의 스트리트 아트는 곧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나누는 소통의 전파였다.

그는 자신의 기사가 만약 실린다면 기자와 같이 찍은 사진이 꼭 실린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고 싶다면서.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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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정구 장전동거리!
    방학이 끝나기 전에 꼭 가봐야 겠습니다!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즐거운지! 인증샷 멋있어요 :)
  • 삼다

    럽젠에서 유래없이 인터뷰이와의 인증샷이 기사에 첨부되어 있네요 ㅎㅎㅎ 브라질에서 오셨으면 한국이 진짜 추웠을거 같애요
  • 이소연

    그는 기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꼭 실렸으면 했다 ----> 정말요? ^^ㅋㅋㅋ 알록달록 예쁜 기사 잘 봤습니다~ 부산까진 못 가보더라도 건대 앞에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꼭 구경가보고 싶네요~
  • 와 ㅋㅋㅋ작품들이 강렬하네요!!!! 레게머리도 독특하구^^ 이제 한국떠나신다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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