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연 | She can do. He can do. Why not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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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앞서 특정 직업이나 회사를 미리 경험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대외활동만큼 좋은 기회는 없어 보인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는 이력서 속 한 줄은 자기소개서에서 구구절절 늘어놓은 상투적인 한 문단보다 더 직설적이고, 더 강력할지 모른다. 대학생들의 많은 수요에 부응하여 요즘은 크고 작은 기업에서 여러 형태로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대외활동은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노하우가 축적된 사람이라면 모를까,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 결코 쉽지 않다.

여기, 입이 떡 벌어지는 이력의 소유자가 있다. 50개에 육박하는 각종 대외활동 경험과 10회를 뛰어넘는 공모전 수상. 이를 통해 그녀가 발자국을 남긴 국가는 자그마치 27개국. 촘촘히 얽힌 경험들로부터 뽑아낸 <대학생활을 망치는 33가지 방법>이 SNS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던 일종의 ‘사건’은 누구보다 진했던 그녀의 대학생활에 대한 방증이다. 고민에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는 청춘의 대표, 송화연을 럽젠이 직접 만났다.

공덕역 한 카페에 앉은 화연 씨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학교가 아닌 의류 매장으로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있었으니, 외국 생활이었다. 캐나다와 중국을 주요 거래처로 무역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여기저기서 짧게나마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당시의 경험이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녀는 결국 현재의 자신을 만든 것은 ‘부모님’이었다고 말한다. 아이 혼자 해외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다른 부모님들과 달리, 오히려 그녀의 부모님은 중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던 그녀와 동생을 태연하게 중국행 비행기에 태웠다. 이렇게 무엇이든 일단 부딪혀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던 부모님의 사고방식이 그녀를 조금씩 바꿨다. 언제나 활발해 보이기만 했던 화연 씨가 학교에서 매년 임원을 도맡았던 사정도 알고 보면 따로 있다.

“엄마가 사온 일명 ‘반장선거 노하우’ 책으로 온종일 연설을 연습하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사실 스스로는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았어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저는 소수의 친구들과 깊게 사귀는 소극적인 아이에 가까웠는데 엄마가 제 안에 숨어있던 경쟁심을 잘 꿰뚫어봤던 거죠. 뭐든지 한 번 배우고 나면 정점을 찍을 때까지 노력하고 또 지는 건 죽도록 싫어하는,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나의 승부사 기질을 엄마가 끊임없이 자극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어렸을 적의 저는 부모님에 의해서 만들어진 딸에 가까웠어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던 그녀가 친척 언니의 학교에 따라갔다가 우연히 목격한 한 장면은 감명을 넘어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화창한 여름날, 대학생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말 그대로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던 것.

“저게 대학생활이고 낭만이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진학한 여대에서의 생활은 학교와 집이 전부더라고요. 당시에는 교내 동아리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는, 그런 여대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학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없었고 법학 공부도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다 보니 이렇게 졸업하는 건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 떠오른 것이 자퇴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졸업장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건 안 되겠고.(웃음) ‘그래, 수능 한번 더 보자’하고도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3학년 때 하던 그 생활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인터뷰 질문지를 검토하던 화연 씨가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결국 그녀는 부모님 몰래 휴학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매일 학교가 아닌, 카라 티셔츠와 카고바지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한 의류매장으로 향했다.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여 막내 사원으로서 실적을 올리는 일도, 좋아하는 옷을 만지는 일도 마냥 즐거웠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한 포털에 ‘디키즈 코디 방법’을 업로드하면서부터였다.(그녀가 당시 일하던 의류브랜드가 ‘디키즈’였던 것)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즐겁게 했던 점은 그렇게도 갈망했던 다양한 ‘유흥’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아울렛 내 매장에서 일하는 친구들 중에서 소위 ‘노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유흥만 즐겼던 건 아니었어요. 왜 그들이 노는 무리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는지, 저와는 사뭇 다른 이유로 대학이 아닌 매장으로 출근하게 된 사연에 대해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는데 평소의 저였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또래들의 이야기들이었죠. 제 인생만 바라보면서 살아왔고 제 인생만 소중한 줄 알았는데 옆으로도 눈을 돌리는 방법을 그때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올바른 대학생활’이 뭔데?

그렇게 6개월 뒤 복학할 때가 다가오자 주변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 공세를 펼쳤다. 그 6개월 동안 ‘뭘 했냐’는 것이다.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대답해봤자 되돌아오는 것은 컴퓨터 자격증시험, 외국어점수, 심지어는 운전 면허증까지 버티고 있는 와중에 도대체 이룬 게 무엇이냐는, 한심하다는 반응이었다. 누군가에게 대학생으로서 의미 없이 흘려 보낸 반 년일지 모르겠으나 그녀에게만큼은 강의와 도서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은 값진 반 년이었다. 그것을 함께 경험하지 않은 다른 이들이 그 기간을 함부로 평가했다는 사실, 그리고 과연 그들이 지향하는 대학생활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그녀는 무작정 ‘올바른 대학생활’을 검색했다. 그 때의 검색 결과를 요약해보자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행, 또 하나는 LG글로벌챌린저.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 여행이라는 생각에 제가 가지고 있던 돈으로 무작정 유럽 여행을 떠났어요. 메일매일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걸 보니까 여행이 제 삶 그 자체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현실로 돌아오고 나니 돈은 이미 탕진했고, 그래도 여행은 또 떠나야겠고, 하지만 수능을 본 이래 쉴 새 없이 해온 아르바이트는 끔찍하게 하기 싫고. 그래서 LG글로벌챌린저에 대해서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공모전과 대외활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각종 대외활동에 참여했던 당시 화연 씨의 사진들이다
각기 다른 사진들 속, 각기 다른 대외활동에서의 그녀의 모습들.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은 모두 지원했고 모두 이루고야 말았던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혼자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달 지급되는 활동비, 우수활동자에게 주어지는 해외탐방의 기회는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최근 집필에 참여한, 32명의 청춘들의 자서전 <덕후거나 또라이거나>에서 실제로 화연 씨는 스스로를 ‘생계형 대외활동자’라 정의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대략 6년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도, 결과적으로 잘하는 일과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도 ‘생계’에서 시작된 덕분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활동들 가운데 그녀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한 가지를 꼽자면 무엇일까? 그녀는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에 참여한 알바천국 네이처크루 2기라 대답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명 ‘펭귄 먹이주기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했다.

“지난 대학생활을 돌아봤을 때 외국에서 공부해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더라고요. 유학은 가고 싶은데 돈이 충분치 못하다 보니 일단 아르바이트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간 ‘알바천국’ 사이트에서 ‘200만원의 행운을 잡으세요!’라는 배너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호주에 가서 2주간 펭귄에게 먹이를 주면 200만원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거금을 마련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없을 뿐더러 호주에 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원할 수밖에 없었죠.”

네이처크루 활동 당시 호주에서 다른 대원들과 함께 촬영했던 화연 싸의 사진. 가운데에 모자를 쓰고 주황색 도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화연 씨이다.
네이처크루 2기 활동 당시 화연 씨의 사진.

괜히 ‘천국의 알바’가 아니었다. 처음 모집공고를 보고 상상했던, 동물원에 갇힌 사육사와는 사뭇 달랐다. 한국의 제주도라 할 수 있는 호주 필립 아일랜드에서 아르바이트생 대신 자원봉사자(volunteer)라는 명찰을 단 것부터 그러했다. 펭귄 집 짓기, 서식지 조성을 위한 식물 심기, 바다표범 배설물 채취를 비롯한 다양한 자연보호활동은 피상적인 캠페인 그 이상이었다. 필립 아일랜드에서 통용되는 자연보호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보호’를 뛰어넘은 ‘공존’이었기 때문에 세계를 바라보는 눈 자체가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화연 씨의 2012년 글로벌챌린저 탐방 당시 사진. 빨간 단체 티셔츠를 입은 네 명 모두가 인터뷰이와 함께 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화연 씨가 속한 2012 글로벌챌린저 ’36.5도’ 팀은 ‘시민과의 소통을 찾아, 미디어 파사드 콘텐츠 발전방향 제시’라는 주제로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핀란드를 탐방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녀가 다른 대학생들에게 직접 추천해주고 싶은 활동은 무엇일까? 그녀는 망설임 없이 LG글로벌챌린저를 꼽았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대외활동에 참여하면서 내공을 닦았던 그녀도 다른 주제로 도전했다가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적이 있을 만큼 글챌은 결코 넘기 쉽지 않은 산이었다.

“도전했다 실패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안 되는가 보다’하고 포기하거나 ‘감히 나를 떨어뜨려?’하고 오기를 품거나, 둘 중 하나잖아요. 글챌은 후자였어요. 친한 선배가 ‘네가 LG글로벌챌린저까지 섭렵하면 진정한 공모전의 여신으로 인정해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글챌은 단순한 공모전 이상의 매력적인 타이틀이었거든요. 진짜 끝판왕이죠. 저희 팀 팀장이 손석희 교수님의 강의가 끝나자마자 문 밖을 나가는 저를 스카우트했고 개성 강한 네 명이 모여서 2012년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오기로 기회를 잡았을 뿐, 사실 스스로도 글챌 대원이 된 게 믿기지 않았어요. 계속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리니까 자신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두드려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인생을 즐기기 위해

누군가에게는 듣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바쁜 대학생활이 독으로 작용한 적은 없었는지 묻자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어딘가 아프고 만다고, 관심이 가는 분야는 반드시 건드려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대답하는 그녀다. 하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에게 내린 해답일 뿐, 모두에게 해당되는 정답은 아니란다.

“제게 대외활동은 학교 밖에서 인맥을 쌓고 외국을 여행하고 돈을 버는 수단이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죠. 한 분야에 집중해서 스펙을 쌓기보다 일단 재미있어 보이는 활동은 지원하자는 마음이 컸거든요. 무엇보다 연애가 재미있는 사람은 연애를, 동아리 활동이 재미있는 사람은 동아리를,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은 공부를 열정적으로 하면 되지,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대외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무료 해외탐방이라든지 직접적인 기업문화 체험이라든지 평범한 학생으로서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누구나 얻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권유는 하고 싶어요.”

화연 씨가 럽젠 독자들에게 남긴 싸인. 오른쪽 구석에 그녀의 좌우명, ‘She can do. He can do. Why not me?’가 적혀있다.

이미 많은 것들을 일궈낸 그녀지만 이제 막 졸업식을 끝낸 그녀에게 현재는 시작에 불과하다. ‘꿈’하면 으레 연상되는 직업들은 수많은 목표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진짜 꿈은 따로 있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여행 사기를 당했었어요. 짐도 다 챙겨서 기껏 떠나왔는데 도착해보니 있어야 할 숙소가 없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는. 그래서 많이 힘들었던 경험들이 있죠. 당시의 저 같은 가난한 여행객들을 위한 무료 게스트하우스를 짓는 게 꿈이라면 꿈인 것 같아요. 더 큰 목표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 다카하시 아유무가 지은 책 이름, ‘Love&Free’.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인생을 즐기는 것!”

인터뷰가 마무리된 뒤 독자들에게 싸인을 남기는 그녀를 보며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킨다. 고민만 하다가 놓쳐버린 순간들도 스쳐 지나간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스스로를 제약한 적은 없었는가? 그러나 ‘She can do. He can do. Why not me?’, 그녀가 한 구석에 남긴 저 좌우명처럼 얘도 하고 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은 무어란 말인가?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는 찰나에 그녀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대학생이 절대 해서는 안될 한 가지는 바로 ‘나의 20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후회하고 자책하고 남들과 스스로를 비교할 시간은 앞으로 더 널리고 널렸어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았으면 해요. 부족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빛이 나기 마련입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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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나오자마자 완독!했는데 :) 다시 읽어도 재밌는 이야기, 기사네요!
  • 최동준

    소문은 익히 들어 알았지만.. 개인적인 스토리는 몰랐었는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알게되니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사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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