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민 | 스물 한 살의 ‘지니어스’, 오현민을 만나다

카페 소파 의자 위에 앉아 있는 오현민. 검정색 옷에 갈색머리. 손짓을 하고 있다. 그의 뒤로 벗어놓은 빨간 패딩이 보인다.
얼마 전 종영한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시즌 3: 블랙 가넷>(이하 <더 지니어스>)은 개성 강한 출연자들의 등장으로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 관심의 중심에는 어린 나이로 결승전까지 올라가 아깝게 준우승을 한 오현민이 있다. 귀여운 외모에 얼핏 아이돌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는 그는 과학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데다가 쟁쟁한 <더 지니어스> 출연진들을 멋지게 제친 수재 중의 수재다. 화려한 이력을 보면 공부만 했을 것 같은데 어쩌다가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된 걸까? 럽제니가 그를 직접 만나보았다.

“사실 공부를 그렇게 좋아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카페 소파 의자 위에 앉아 있는 오현민. 검정색 옷에 갈색머리. 손짓을 하고 있다. 그의 뒤로 벗어놓은 빨간 패딩이 보인다.
신촌의 어느 카페에서 만난 오현민 씨.

과학 고등학교 조기 졸업, 카이스트 대학교 조기 입학, <더 지니어스> 준우승. 그의 이력에 감탄하며 원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냐 물으니 그는 웃으면서 사실은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충격 고백(?)을 해 왔다.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저도 공부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중학교 때는 공부를 정말 안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운이 따라줘서 바뀐 전형 덕에 좋은 평가를 얻고 과학 고등학교에 가게 됐어요. 다만 저는 주변 분위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성격이거든요. 아무래도 과고에선 다들 열심히 하니까 덩달아 저도 열심히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조기 졸업, 조기 입학도 사실 과고나 카이스트에선 흔한 일이기도 하고요. 저만 엄청 대단하다는 평을 받기엔 좀 민망하죠.”

학창시절 워낙 학습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환경에 있다 보니 자신도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현민 씨. 오히려 자신은 성실하기보다 장난기도 많고 운동도 좋아하는 축에 속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검정옷에 갈색머리의 오현민이 코를 찡그리는 얼굴을 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장난끼가 넘쳤다.

“운동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낮에는 친구들이랑 축구나 농구를 하고 저녁에는 탁구를 쳤어요. 워낙 활발하고 활동적이다 보니 장난기도 많아서 친한 선생님들도 많았는데, 까불거린다고 싫어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셨을 거예요. 성격 탓에 동성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성 친구들이요? 하하, 별로 인기 없었어요.”

평범한 대학생, <더 지니어스>를 만나다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운동을 좋아하고 장난치는 걸 좋아했던 현민 씨는 뭔가를 정해놓고 그 안에 있는 것보다 자유로운 상태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카이스트 입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1학년 때는 속한 학과가 없이 자유롭게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전공을 고를 수 있는 이점 때문이었다.

“특정 학과에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자신이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죠. 또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카이스트가 그렇게 꽉 막힌 학교는 아니에요. 의외로 기숙사 통금 시간도 없어요.
2학년이 되면서 수리과학학과를 선택했는데, 이 과를 선택한 이유도 배우는 내용이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에요. 저희 과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수리과학은 공식에 기반해 계산을 해 나가는 학문일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수리과학은 오히려 거의 증명 문제거든요. 어려운 것에 도전해서 성공했을 때의 기쁨도 크고, 주어진 것으로 풀기보다 스스로 답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라 성취감도 큰 것 같아요.”

그는 어디서든 주어진 환경에 머무르는 것보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고 그런 것들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이번에 화제가 된 <더 지니어스>에서도 그는 그만의 게임 방식을 찾으려고 했다.

“사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카이스트에서 학생들끼리 제작한 <더 지니어스 카이스트>가 있어요. 제가 공동우승을 했는데, 그곳에서의 저의 플레이 스타일은 ‘박쥐’에 가까웠어요. <더 지니어스> 첫 녹화 때도 제가 다른 두 팀 사이에서 박쥐처럼 행동했거든요. 그런데 이 날 게임을 하고 나서 깨달은 게, ‘내가 여기서도 이렇게 플레이를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거였어요.”

그는 <더 지니어스> 시즌 3의 방영이 확정되었을 때 주변에서 참가 권유를 꽤 받았다고 했다. <더 지니어스 카이스트>에서 우승을 한 것도 주변 사람들이 그를 부추기는 계기 중 하나였다. 평소 워낙 활달하고 장난기가 많은 그의 성격이 카이스트의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완화시켜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참가 신청을 하게 됐다.

주먹쥔 손을 코 아래에 놓고 상단 사진은 눈을 감고 있으며 하단 사진은 웃고 있다.
합격 발표를 들었을 때를 생각하며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다.

“면접 때 ‘떨어지더라도 전화는 드릴 거예요’라고 하셨었거든요. 큰 기대 없이 기다리고 있었죠. PC방에서 친구들이랑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라고요. 처음엔 못 받고, 그 뒤로는 게임에 하나도 집중하지 못한 채로 다시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 합격 축하드린다고 하셨죠. 그렇게 전화를 끊고 화면을 봤는데 게임도 이기고 있는 거예요. 정말 그때의 기분은 마냥 신이 나서 좋았죠.”

그는 <더 지니어스>에서 가장 어린 참가자였다. 거의 다 고학번의 대학생이거나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다들 ‘한 똑똑’ 한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첫 녹화 때는 긴장도 많이 했다고 한다.

“제가 결승전까지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커녕 긴장만 잔뜩 한 상태였는데 다들 잘 챙겨주셔서 즐겁게 녹화를 마칠 수 있었어요. 특히 동민이 형이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그가 말하는 ‘동민이 형’이란 <더 지니어스 시즌 3: 블랙 가넷> 최종 우승을 차지한 개그맨 장동민이다 – 편집자 주) 제가 차가 없다 보니까 녹화가 늦게 끝나면 이동하기가 어려운데 형이 절 밴에 태워서 데려다 주시기도 하고, 평소에도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형이 이겼을 때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했어요. 사실 방송에서는 인터뷰 장면이 긴장감 조성을 위해 편집됐는데, 제가 ‘이겨도 행복할 것 같고 져도 행복할 것 같다, 그냥 함께 여기 올라올 수 있게 된 이 상황만으로도 정말 좋다.’고 했거든요. 제가 승부욕도 강한 편이라 지는 걸 싫어하는데, 졌는데도 기분이 좋았던 건 처음이었어요. 촬영하면서도 제일 좋았던 날이기도 하고요.”

아쉽게 놓친 우승이지만 그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있었다. 프로그램에서도 돈독하게 뭉치는 둘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도 했고 실제로도 많이 친해졌던 터라 그는 <더 지니어스> 녹화 중 가장 아쉬운 순간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카페 소파 의자 위에 앉아 있는 오현민. 검정색 옷에 갈색머리. 손으로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의 뒤로 벗어놓은 빨간 패딩이 보인다.
“배신해서 죄송해요, 동민이 형…”

“제가 딱 한 번 동민이 형을 배신한 적이 있어요. 10회에서의 체인 옥션 게임이었는데, 제 생각은 저랑 동민이 형 중 한 명은 우승을 해야 다른 한 명이 패자부활전에서 살아서 같이 게임을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욕심을 부리게 됐고 저 때문에 형이 탈락 후보가 됐었어요. 녹화 끝나고도 형한테 죄송하다고 했는데 게임은 게임처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아직도 죄송하고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그땐 정말 감사했어요.”

그는 <더 지니어스>를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했다. 성격도 많이 유해지고 사람들을 대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으며 오히려 주변을 더 챙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방송 출연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절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거죠. 친구들도 신기해 해요. 맨날 같이 놀던 오현민인데 갑자기 주변에서 알아 보니까요. 학교에서도 제가 방송 출연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요. 또 하나 변한 건 제가 더 이상 용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웃음)”

그는 얼마 전 작은 광고도 찍었다며 촬영 현장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방송을 하면서 수익이 들어오다 보니 감사한 마음으로 아버지께도 용돈을 보내드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의 오현민, 그리고 앞으로의 ‘나’

그는 방송이 끝난 뒤 방학을 맞이해 현재는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 친구들과 놀며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고 노래방도 가며 한창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단다.

오현민이 소파에서 팔을 들어 굽힌 채, 손목에 힘을 풀고 있다.
“저 술에 취하면 이러고 있어요. 기자님도 해 보세요. 이 자세, 생각보다 편해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해요. 주사는 별로 없는데 예전엔 취하면 자꾸 애교를 부려서 형들한테 혼나기도 했어요. 그 뒤로는 주사부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게임 하는 것도 좋아하고, 뭐 여느 또래 아이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한 가지 특이점이라면 아이돌을 많이 좋아해요. 남자, 여자 아이돌 모두 다요. 그들이 노래하는 무대를 보면 멋있어요.”

그는 현재 카이스트의 댄스 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똑똑한 데다 운동도 잘하고, 귀여운 외모에 특기가 노래, 취미는 댄스 동아리라니. 심지어 나이도 어리다. 혹시 아이돌을 해 볼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일회성으로 하는 특별 무대 같은 거라면 재밌겠지만, 아이돌을 제 직업으로 하기엔 저는 너무 많이 부족하고, 저는 제가 가장 가치로울 수 있는 곳에 쓰이고 싶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아이돌이 된다면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전 그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분들을 보고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하지만 방송 일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방송을 좀 더 접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물론 학교도 졸업해야 하니까 결국엔 학업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테고 군대도 가야 하겠지만요. 아직은 뚜렷하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 놓진 않았어요. 앞으로 다양하게 선택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반드시 학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면서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는 많은 길들을 모색해 보고 싶다고 했다. 활달하고 자유로움을 즐기는 그의 면모가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스물 한 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가지고 얘기하는 그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멋진 한 마디를 부탁하자 어색해 하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손가락을 깍지 낀 채 배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 미소짓고 있다.
“현민 씨, 이번엔 카메라 보고 예쁜 표정 지어 주세요~”

“세상은 승자만, 1등만 기억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제 또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승리나 성공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어리고 배우는 입장이고, 세상이 기억하는 건 승자라지만 유일하게 패배를 뼈저리게 기억하는 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들 모두가 패배를 두려워 하지 않고 그 패배의 아픔 또한 좋은 가르침이라는 걸 깨닫고 열심히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오현민이 말하는 공부 잘 하는 Tip!
1. 안 될 때는 안 한다. 쉴 때는 충분히 쉬도록!
2. 공부는 절대적인 시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집중을 했느냐가 관건! 1시간을 10시간 같이 쓰도록 한다.
3. 남들한테 알려주면 정리가 되면서 훨씬 이해도 잘 되고 기억도 선명하게 남는 법. 알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알려준다!

오현민의 사인과 자필 인사말. To. LG럽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글귀와 사람의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다.
LG럽젠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남긴 오현민. 사인 속 위트 있는 그림이 보이는가. 이 남자, 끝까지 귀엽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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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나이.. 다른 인생..
  • 이유진

    요즘 지니어스3를 다시 보고 있는데! 럽젠에서 준우승자인 오현민씨 인터뷰를 따오셨다니! 바로 로그인했습니다 ㅎㅎ 웹에서는 후반부 기사가 안 읽혀서 모바일로 들어왔네용 :) 수고롭게 들어온 보람이 있어요! 티비에서만 보던 모습과 다른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3
  • 1등만 기억하는 세상......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당할자는 ~~없다고 생각해요^^
  • 송종혁

    동갑인데... 부럽네요ㅠㅠ 본격 자괴감 들게 하는 기사,, 흡 하지만 좋은 기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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