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모 | 올바른 세상을 위한 삐딱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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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발행되는 <작은책>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작은책>의 발행인이자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안건모 편집장은 2004년부터 이곳에 몸담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20년간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몰던 베테랑 버스 운전기사였다. 27살부터 일했던 시내 버스회사를 2004년 그만두고, 마흔이 넘어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내버스를 정년까지’란 글로 전태일 문학상을 받기도 한 그는 지난 6월, <삐딱한 글쓰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기울어진 세상을 바로 세우는 삐딱한 글쓰기. 럽제니가 <작은책> 사무실에 방문하여 안건모 편집장에게 직접 물어 보았다. “왜 삐딱한 글쓰기여만 하죠?”

안건모 편집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촬영한 모습. 책으로 가득 찬 책장, 그리고 그 밖에도 쌓여있는 책들 사이로 안건모 씨가 카메라를 보고 있다.

단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하다

책장 앞에서 이야기하는 중인 안건모 편집장.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에는 스티븐 코비, 잭 캔필드 등 세계 유명 연사들의 인생을 변화시킨 48권의 책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사람의 인생이 책 한 권을 통해 180도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안건모 편집장의 인생에도 그러한 순간이 있었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은커녕 제대로 된 글도 써본 적이 없었던 그는 글을 제대로 읽기 전엔 ‘세상을 몰랐다’라고 표현했다. 그런 그에게 세상을 알 게 해준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책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된 그는 글로써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는 법을 깨달았고,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가며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에서 받은 영향력으로 아주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흔치는 않은 일이잖아요. <쿠바혁명과 카스트로>라는 책을 봤어요. 처음에 그 책 맨 첫 장에 ‘이 책을 승리한 쿠바의 민중들에게 바친다’라는 문장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동안은 미국이 항상 전쟁에서 이겨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 책을 보면 강대국의 제국주의를 잘 볼 수 있어요. 그 때 ‘내가 역사를 거꾸로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죠. 쿠바혁명사와 미국의 역사와 관련한 책들을 계속 보면서 그들의 역사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그 다음으로 <태백산맥> 10권을 버스 운전대에서 틈틈이 다 봤어요. 해방 이후 한국의 근대사를 다 볼 수 있었어요. 역사를 올바로 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 거죠. 세상에 눈을 뜨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 온갖 책들을 버스에서 보게 되었고, 제가 다니던 시내버스 회사를 주목하게 되었던 거예요. 계기가 그래요. 책 한 권의 영향으로 시작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그마저 중퇴하면서 글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던 그는 <작은책>에 투고를 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글을 썼다고 한다. 1996년 <작은책> 4월호에 ‘요즘 시내버스는 어떻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처음으로 실렸다. 본격적으로 갑갑하기만 했던 현장 모습들을 글로 쓰고 싶었지만, 마음만큼 쉽지는 않은 과정이었다. 글쓰기와 관련한 문법이란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게 다라는 그에게, 글쓰기는 차근차근 다져나가야 할 과제였다.

안건모 편집장의 인터뷰 도중 모습. 진지한 이야기를 하듯 표정이 심상치 않다. 시내버스의 현실을 낱낱이 밝혀주는 글들이 회사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었다. 하지만 그가 글을 연재할 때 회사로부터 받았던 특별한 압박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는 노동자’가 되었다. 그리고 2004년 12월 31일, 20년 간 일했던 시내버스 회사를 나와 <작은책>으로 오게 되었다.

“버스 운전할 때 ‘고발하는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시내버스 회사의 기사들을 착취하는 구조, 난폭운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 1년에 꼭 한번씩은 왜 파업을 하는지에 대한 구조를 운전하면서 알게 되니까,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처음 썼어요. 그 글들을 <작은책>에 처음 투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투고를 하고 싶은데 글을 쓸 줄 알아야죠. <작은책>을 보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쓴 생활 글들이 많더라고요. ‘아, 나도 글을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해 본거예요. 생활에 일어나는 일들이 소소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 전까지는 전혀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조사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어요.(웃음) <작은책>에 한두 편 글을 쓰면서 ‘안건모의 버스일터 이야기’로 연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시내버스의 현실에 대해서 알게 되니까, 사람들이 깜짝 놀랐던 거죠.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독하게 읽고, 배우고, 쓰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듯하다.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글로 표현해 내기란 분명 어려운 과정이다. 글쓰기를 오랜 시간 멀리 했던 안건모 편집장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독자들의 글을 교정 교열하는 <작은책>의 편집장이다. 흔히들 글 실력이란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어떻게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을까?

“<작은책>의 글쓰기 모임에서 시작을 했어요. 모임에 참여하면서 비판하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고, 글쓰기 관련된 책을 지금까지 700권 정도 사서 봤던 것 같아요. 사실 글쓰기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어떻게 하라는 건 다 똑같은데 정작 중요한 건 제가 직접 써 봤다는 거죠. 글을 써 보고, 나눠서 보고, 비판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단락 나누기, 맞춤법, 띄어쓰기 같은 건 그 다음의 일이에요. 일단은 ‘쓰는 법’을 알아야 하는 거죠. 또 신문사에 투고를 하면서 글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연습을 이때 많이 했지요.”

: 안건모 편집장의 인터뷰 모습.

그가 말하는 글쓰기란 ‘생활글’이다. 생활글이란, 말 그대로 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을 글감으로 한 글을 말한다. 그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도 우리 사회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아주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보통 사람들은 글감을 발견하는 일을 귀찮아하거나 너무 사소한 일로 여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글이란 것은 꾸며 쓰는 성격이 강해요. 문학적으로 꾸며진 글 말이죠. 이오덕 선생님께서 1995년에 처음으로 ‘생활글’이란 개념을 만드셨어요. 에세이, 수필 이런 게 사실 다 생활글이라는 거거든요. 생활에서 일어났던 일을 쓰는 건 쉽잖아요. 생활글에서는 모든 게 글감이 될 수 있는 거에요. 만약 어떤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글을 통해 고발도 할 수 있고요. 우리는 문학적인 것만이 글이라고 알게 모르게 교육받아왔던 거죠. 생활에 일어나는 일들을 글감으로 만드는 그런 교육 과정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2007년부터 글쓰기 강연을 시작한 그는 글쓰기를 직접적으로 가르친다기보다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됐는지에 대한 경험담을 주로 이야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글쓰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분명하다. 일단 글이란 거침없이 쓰고, 발표하고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러고 나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설적으로 글쓰기에 비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스로 글을 써보고 남에게 보여주는 과정. 그 과정만 거쳐도 글이 훨씬 좋아진다고 말한다.

“글쓰기에는 충분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어요. 간단해요. 일단 써 보고 발표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그리고 고치기. 그 외에는 없어요. 사실 글이란 게 결코 어려운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써야 된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고, 쓰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거에요. 문학적인 글이야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고, 일반인들은 생활글만 잘 써도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요. 물론 일하는 사람들은 더하죠. 매일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글감이 나오니까요. 또 많이 써보고 투고해 보는 것도 좋아요. ‘오마이뉴스’에 같은 경우는 가입만 하면 누구든 기자가 될 수 있다고 하잖아요? 가입했다가 투고해 보고, 자신의 글을 시험해 보는 거에요. 그리고 <작은책>에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투고해 주세요.(웃음)”

책 두 권의 표지다. 왼쪽은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의 표지 사진, 오른쪽은 ‘삐딱한 글쓰기’의 표지 사진.  지금까지 그가 냈던 2권의 책이다. 버스기사들이 왜 난폭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지, 또 파업을 강요받아야 하는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쓰던 글들이 모여 책 한 권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시내버스 기사를 욕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왼쪽) 그가 지난 6월에 낸 책 ‘삐딱한 글쓰기.’ (오른쪽)

맺힌 마음을 풀기 위해 ‘삐딱하게’ 글을 쓰다

보통 글이란 올바르게 써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그가 펴낸 책 제목은 대놓고 ‘삐딱한 글쓰기’다. 궁금하다. 그가 말하는 삐딱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사회가 기울어져 있으니까, 글을 삐딱하게 쓸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말고 비판적으로 보자는 거죠. 글이라는 것은 원래 비판적으로 써야 하는 겁니다. 글에 중립이란 없어요.”

비판적인 글쓰기라고 해서 무조건 글을 무겁게 쓰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가 쓴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를 보면, 아주 재미있게 잘 읽힌다. 어쩌면 당시 시내버스 기사들이 겪고 있던 삶의 고충을 드러낸다는 소재가 밝은 이야기일 수는 없음에도, 그의 글은 결코 어둡지 않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내용도 그가 운전하면서 쓴 글이라고 한다. 그는 글로 쓸 만한 내용이 생각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호를 기다리면서 메모했다. 메모장을 가지고, 집에서 타자로 쳐 보고 프린트해서 읽어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코 어둡고 비참한 글을 쓰기는 싫었다. 그에게 글이란 재미 있어야 읽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은 비참할 수 있는 어려운 현실의 이야기도 담담하지만 추하지 않은 재미있는 글이 되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그가 잠을 아껴가며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그가 말하는 글이란 현실을 직면하는 글일지 모른다. 그러나 꾸며지지 않은 글이라고 해서 못난 글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글이 깨끗하고, 진실된 글인 것이다. 진실된 글을 사람들과의 소통을 더욱 잘 이끌어 낼 수 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글에 몰입하여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건모 편집장이 말하는 글이란 그런 것이다.

안건모 편집장의 인터뷰 모습. 이야기 도중 두 주목을 쥐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역사를 보면 글을 장악한 세력이 세상을 지배해 왔거든요. 민중의 역사를 잘 알아야 하는 건데,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게 역사잖아요. 분명히 역사를 알고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이 현실을 아니까 공감하게 되고. 보통 사람들이 더 책을 보고 더 나눠야 해요. 아직도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글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부족해요. 더 많이 나와야 하고, 더 많이 써야 해요. 현실적인 글을 읽을 때 불편하기는 하죠. 현실을 미화하는 글들이 읽기는 편해요. 하지만 그게 현실 그 자체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가 바라보는 20대, 그가 20대 대학생들에게 전하고자는 바는 간단하지만, 분명했다.

“많은 젊은 친구들이 지금의 현실은 외면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착각 속에서 평생 경쟁만 하면서 살아가요. 그러고는 나중에 깨닫는 거죠.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결코 미래도 행복할 수 없어요. 너무 아쉬워요. 책을 좀 많이 읽고 현실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회 참여의식을 높여야 해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해요.”

안건모 편집장이 책장에 둘러싸인 채로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 너무 심각하게 나오려나?”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안건모 편집장. 그는 참 소탈한 사람이었다.

그가 말하는 글쓰기가 삐딱한 글쓰기라면,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어쩌면 ‘삐딱하게 생각하기’일 것이다. 세상이 기울어져 있다면 기울어진 세상에서 올바로 생각하기란, 삐딱하게 생각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생각의 근간에는 자신의 가치관이 있다. 그 가치관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먼저 알아야 한다. 안건모 편집장이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욱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은 아닐까? 한번쯤은 곱씹어 볼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와 국가, 세계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그러한 생각을 글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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