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물길 | 나를 찾기 위한 길 위의 이야기, 아트로드


673, 46, 410. 이 비밀의 숫자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바로, 673일간 46개국을 여행하며 410장의 그림을 그리면서 세계를 누빈 아트로드의 주인공, 김물길의 것이다. 한국 땅을 떠나 한 번도 돌아오지 않고 2년 동안을 세계의 곳곳을 여행한다는 것만 해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겠지만, 그녀는 그 여행길 위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아트로드’를 완성시켰다. 길이 있는 곳을 따라 걷고, 가고 싶은 곳을 다니고, 자신이 사랑하는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녀만의 여행 이야기로 탄생한 아트로드. 그리고 그녀가 그렸던 다양한 색감의 그림들만큼이나 컬러풀했던 그녀만의 세계일주 여행기. 가슴 뜨거워지는 그녀의 생생한 여행기를 듣기 위해 그녀를 만났다.

사진_이지예 (제20기 학생기자/동덕여자대학교 국제경영학과)

인터뷰 주인공인 김물길 씨. 카메라를 응시하면 미소를 띄우고 있는 모습. 짙은 파란색의 상의가 잘 어울린다.

‘죽더라도 네 운명이다’, 아트로드의 시작

그녀가 처음부터 세계를 돌며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도 결코 남다르지 않은, 그저 그림을 좋아하는 여대생이었다. 처음 그녀가 세계를 마음 속에 품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2009년에 학교 프로그램 1기로 프랑스 워크캠프에 가게 되었어요. 한 달 동안 프랑스에 머물면서 봉사활동도 하고, 현지 친구들과 문화교류 활동도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영어실력은 부족했지만 열정 하나는 가득했어요. 영어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막상 가 보니 같이 일도 해야 하고 이야기도 나누어야 해서 영어를 쓸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런 환경에 있으니까 영어가 자연스럽게 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 결정적으로 깨달았던 건, 외국에 나가서는 영어 수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죠.

누구나 세계일주를 꿈꾸고는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행 경비에 대한 부담과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귀국 후 그녀는 처음으로 외국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느꼈던 그 기쁨을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세계를 향해 나가보자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결코 서두르지는 않았다. 3년의 기간을 잡고 2년 동안 여행 경비를 모으고, 1년을 여행하기로 결심하고는 디자인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차곡차곡 월급을 모았으며, 거기에 벽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 일을 더해가며 세계일주를 준비해 나갔다. 잠까지 줄여가며 말 그대로 독하게 일을 해나갔던 1년. 통장의 잔고는 늘어갔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걱정도 늘어갔던 시기였다.

김물길씨가 한 카페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양 손을 마주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사람들과 소통할 때 행복과 풍요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빛나던 그녀의 눈빛이 그것을 대변하는 듯 했다.

여행 자금을 모으면서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통장에는 목표했던 2500만원이 딱 모이더라고요. 그때까지도 부모님의 반대가 정말 심했거든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딱 잘라 말하셨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반대하시고 나서 제가 안 갈 줄 알았는데 돈을 모으는 모습을 보시고는 진짜 갈 것 같으니까 더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돈을 다 모으고는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위한, 또 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여행으로 한 달 정도 중앙아시아 지역을 돌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힘든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 여행을 통해 세계 여행 전에 스스로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수 있었어요. 여행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니 그때 허락을 해주시더라고요.

아트로드,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것을 캔버스 위에 수놓다

그토록 혹독하게 준비했던 여행길에 오른 그녀의 첫 기분은 어떠했을까?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바라 본 모든 것들은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과 영감이 되었다. 어느덧 자연스럽게 일기장에 일기 대신에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그녀. 그녀는 자신이 여행길에서 하나 둘씩 그려 나가는 그림들이 자신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 직감했다고 한다. 그렇게 여행길에서 그려 나갔던 작품은 400장이 넘게 쌓였다.

김물길씨의 아트로드 작품들을 그려넣은 엽서의 모습. 다양한 색감을 곁들인 엽서 여러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찍은 사진들이다.
예쁜 엽서로 탄생한 그녀의 작품들. 그녀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작품을 들여다보니 훨씬 더 재미있고, 생동감 넘쳤다.

제 책을 사 주시는 독자 분들께 선물해 드리기 위한 엽서로도 나왔는데, 이것들은 특히 제가 좋아하는 그림들이에요. 갈라파고스 섬에서 만난 파란발 부비라는 새인데, 정말 발만 파랗고 너무 예뻐서 그 발에 섬의 모습을 담아보았어요. 제가 원래 조류만 빼고 동물을 다 좋아하는데, 이 새는 너무 예뻐서 그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웃음) 또 다른 작품은 아프리카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봤던 야생동물들을 그린 건데요. 그때 제 손바닥을 직접 대서 본을 뜨고 그 안에다 얼룩말, 표범 등을 그려 넣었어요. 제가 손으로 여행을 하잖아요.

그녀가 400장이 넘는 그림들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세계 곳곳을 돌면서 현지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초상화를 선물했다. 그녀의 여행길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그림을 통해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그 사람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과 그림이 항상 함께했던 아트로드. 그녀는 혼자 떠났지만,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 마다가스카르 섬에서도 그녀는 현지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었고 위험하기로 소문난 멕시코 시티에서도 그 어느 곳보다 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멕시코 부모님’이라 칭할 만한 사람들까지 만났다. 그녀의 여행에서만큼은 사람과 그림이 전부였다.

김물길씨가 ‘밀라노’라고 쓰여있는 종이를 들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는 모습. 긴 팔옷에 악세서리를 하지 않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다. 도로 위에서 오른손 엄지를 치켜 세우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킬 때 가장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녀. 혹시 몰라 호신용 나이프와 스프레이를 여행 내내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래도 2년 여를 혼자서 여행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세계 일주를 무사히 마친 그녀만의 안전 여행 팁이 있었을까? 카우치 서핑과 히치하이킹을 밥 먹듯이 했다는 그녀에게 직접 물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한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카우치 서핑은 사이트에서 호스트를 선택하는 다양한 기준이나 평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호스트에 대한 평가는 사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좋은 평가가 많은 호스트일수록 서퍼들에게 더 잘해주고 좋은 사람일 수 있어요. 그러한 요소들을 필터링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히치하이킹은 많이 하다 보니 규칙이 좀 생겼는데, 먼저 가장 깔끔한 옷을 입는 거예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자기 차에 누가 깔끔하지 않은 사람을 태워주겠어요. 그래서 제일 깨끗하고 최근에 빨았던 옷을 입었어요. 또 아무리 더워도 노출이 최대한 적은 옷을 입었어요. 목이 파이지 않은 단정한 네크라인, 반바지도 무릎 아래까지 오는 7부 길이를 고수했어요. 물론, 액세서리는 하나도 안 했고요. 완전히 담백한 사람으로 보이는 거죠. 여행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게 안전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46개국을 돌면서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그녀에게 사람과 소통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그녀에게는 단순히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것이 소통의 정도는 아니었다. 여행을 하면서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어쩌면 언어와 관계없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경험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왼쪽 사진은 어느 숲에서 그녀가 코알라로 보이는 동물 두 마리를 팔 위에 올린 채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는 사진이고, 오른쪽 사진은 어느 여행지에서 백인 남자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그와 함께 사진촬영을 한 모습이다. 남자는 그의 초상화를 든 채 웃고 있다.
그녀가 여행 중에 만난 동물들과의 추억도 잊을 수 없다. 그녀의 아트로드에는 항상 동물과 사람, 따뜻한 체온이 함께했다.(왼쪽) 그녀가 여행길에 만난 소중한 인연 한 명 한 명에게 선물했던 초상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그녀만의 의미 있는 작품들이었다.(오른쪽)

소통이란 게 꼭 언어적인 문제는 아니에요.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떻게든 전달이 되더라고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질적인 무언가를 못해주더라도 진심을 담아서 그림이라도 그려 드리고, 편지도 써드리고 했거든요. 저는 매 순간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진심을 담는다는 게 정말 중요해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서로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거죠. 초상화를 그려 드렸을 때 우시는 분들도 있었고,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 여행이 더 풍요로워져 가는 걸 느꼈어요. 그림이라는 게 물질적인 게 아니고 단 하나뿐인 것이니까 오히려 더 소중하게 여겨 주셨던 것 아닐까요?

아트로드 위에 청춘의 불꽃을 피우다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 여행이다. 인생에서의 여행이 강요가 될 수는 없지만 여행을 가고 싶어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여행의 시작을 망설일 때가 많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 두었던 여행조차 방학이 되어서도 떠나지 못한다.

여행을 시작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에요. 주변에서는 그냥 떠나라고 말해도 사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이유와 상황이라는 게 있거든요. 하지만 비로소 떠날 시점에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더 이상 주춤하지 않는 분명한 자신이 있게 돼요. 거창하거나 남들에게 있어 보일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화려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이 갖고 있는, 지금 떠나야만 하는 확실한 그 이유 한 가지, 그게 분명해야 할 것 같아요.

어느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김물길 씨. 왼쪽 사진은 카페 테이블 앞에 앉아 두 손을 잡으며 옆을 응시한 채 이야기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그녀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그녀는 자신의 섬을 가꾸어 가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자신만의 섬이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무인도이다. 무인도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이지만, 자신이 어떻게 가꾸어 가느냐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꾸어 간다. 우리의 마음 속에도 그 작은 섬은 분명히 있다.

누구든지 마음 속에 무인도라는 작은 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딱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데 그 섬을 예쁘게 가꾸고 싶잖아요. ‘파란 발 부비’처럼 예쁜 새가 날아들면 더 좋고요. 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섬이 되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고 키우며 그 섬을 가꾸는 노력이 먼저 필요한 거거든요. 씨앗을 먼저 뿌리는 거죠. 그렇게 열심히 섬을 가꾸는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대했던 새도 날아들고 섬은 더 풍성해져 가는 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하고 싶은 목표만을 가지고, 원대하게 무엇을 이루어야겠다는 큰 것보다는 20대에는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무엇인가를 한다면 어느 한 순간에는 도약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거든요. 그래서 저는 무엇이 되겠다고 거창하게 말한다기보다는 사소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제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김물길 씨가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녀의 뒤로 카페의 벽으로 보이는 흰 벽, 그리고 그림들이 걸려 있다.

그녀도 우리와 같은 20대이고, 청춘이다. 똑같이 인생의 선택 앞에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그녀에게는 딱 하나, 과감함이 있었다.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지를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길 위에서 발견한 두근거림을 그녀는 그대로 따라갔다. 그렇게 세계를 돌아 다녔다. 그 두근거림은 여행 후에도 그녀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컬러풀한 여행기를 담은 책 ‘아트로드’를 출간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마련해 가고 있다. 여행대학의 멘토로서 해외여행에 관한 조언과 노하우를 아끼지 않고 후배와 멘티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자신의 여행길에서 깨달은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곧 자산이고, 사람이 전부라는 것을.

럽젠 이벤트 안내문. ‘나만의 여행 계획 이야기하고 책 선물 받기! 673일간 46개국 여행, 410장의 그림과 함께 세계를 누빈 아트로드의 주인공, 김물길! 아름다운 색의 그녀처럼 알록달록 컬러풀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김물길의 ‘아트로드 :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를 읽어볼까요? 기사를 읽어보신 후 조만간 떠나고 싶은 나만의 여행 계획을 멋들어지게 댓글로 작성해 주시면 추첨을 통해 10분께 ‘아트로드 :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이벤트 기간은 8월 6일~8월 13일, 당첨자 발표 8월 18일 월요일 (LG럽젠 이벤트 내 당첨자 발표 참고)’라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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