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조크루 김헌준 | 하고 싶다면? ‘프리즈(Freezes)’!

사진_전영은/제19기 학생기자 전영은(서강대학교 종교학과)

세계 정복! 초등학교 시절, 한 반에 꼭 한 두 명쯤, 장난기 많은 친구들이 장래희망으로 적어내곤 했던 ‘꿈’이다. 여기 그 ‘말도 안 되는’ 꿈을 실현한 사람이 있다. 세계 최고 B-Boy 진조크루의 리더, 김헌준이다.

진조크루 사무실로 보이는 어느 방에서 파란색 소파 위에 앉은 김헌준이 회색 민소매 티셔츠에 청반바지를 입고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의 그의 팔 언저리 부분에는 ‘Skim of Jinjo’라고 쓰여 있다.

진조, 날아오르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에 손꼽히는 비보이B-Boy들이 모두 모였다. UK 비보이 챔피언십 결승전 때문이었다. 몸짓에 몸짓이 더해지길 몇 시간, 우승팀이 발표되었다. 바로 한국의 진조크루. 세계 5대 메이저 대회를 한 차례 이상씩 석권한 최초의 비보이 팀이 되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영원히 바뀌지 않으니까, 더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그가 속해 있는 ‘진조크루’의 팀 명은 ‘옳을 진’과 ‘불사를 조’의 한자를 써서 옳은 길, 목표를 향해 불사르자,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조’라는 이름 아래 그와 팀원들은 한 마음이 되어 춤을 추고, 또 춤을 춘다.

“’진조’라는 이름 아래 모인 친구들은 일단 모두 꿈이 같아요. 춤 하나로 인정받고 성공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하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댄서, 비보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보물, 자랑거리’라고 생각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진조크루가 받은 트로피들. 왼쪽 사진은 방 한쪽에 놓인 책장을 가득 채운 트로피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으로, 다양한 종류의 트로피가 가득 놓여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그중 LG전자 CYON B-boy 대회 수상 트로피 세 개로, 세 개 모두 사각형의 패가 있고 그 위에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의 모양이 납작하게 새겨져 있는 모습이다.

사실 이미 그들은 대한민국의 보물이자 자랑거리다. 그들을 수식하는 ‘비보이 세계랭킹 1위’라는 말이 증명하듯 진조크루는 오직 춤 실력만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3년간이었다.

“전세계 비보이 대회마다 각각의 포인트가 설정되어 있어요. 대회의 난이도나 규모를 기준으로요. 각 대회에서 우승할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고, 그에 따라 랭킹이 매겨지는 거죠.”

그리고 지난 8월, 진조크루는 비보이 랭킹에서 그 이름을 내렸다.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1위’라는 이름을 두고는 새로운 것을 할 수가 없었어요.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대회에 나가야 하고, 러브콜도 많이 들어오거든요. 물론 대회를 준비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연습할 여유가 없었어요. 고민 끝에 랭킹에서 내려달라고 했죠.”

무조건 ‘1등’을 해야 하는, 등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사고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오직 ‘춤’ 그 자체를 목표로 두고자 했다. 춤은 언제나 그에게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 하면 돼요?”

약간은 부러운 마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 일, 하면 돼요?” “당연하죠.”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그에게 배워보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 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조크루 김헌준이 자신의 연습실 속 파란색 소파에 앉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의 연속 사진이다. 왼쪽 사진은 회색 민소매 티셔츠와 청반바지를 입고 파란색 캡모자를 쓰고 있는 그가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고 무언가를 설명하듯 웃고 있고, 오른쪽 사진은 그가 한 손을 위로 들어보여 무언가를 재듯 설명하고 있다.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예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어서 좋겠다고, 부럽다고.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해요. ‘그럼 너도 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 볼 용기를 내기 전에, 스스로의 마음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럼,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일단 뭐든 시도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춤이 미치게 좋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시작해보니 더 좋아진 거죠.”

그러고 보니 하고 싶은 일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을 할 때 즐거운지, 시간이 빨리 가는지 정도만 생각해도 나쁘지 않겠다.

“처음에는 춤으로 성공하겠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20살이 지나고 이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점점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더 잘하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시간을 조금 많이 뺏던 취미활동은 이제 그에게 직업이자, 목표가 되었다. 하루 온종일을 춤 추다 보면 지치고 질리지는 않을까?

“춤이 제일 좋아요. 당연히 춤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도 하죠. 원하는 기술이 되지 않을 때, 대회에서 졌을 때… 그런데 좋아하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에게서 찾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열심히’다. 뻔하다고? 어쩔 수 없다. 그는 ‘천재’기도 하지만 ‘연습벌레’기도 하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춤췄다. 하루의 대부분을 춤추는 데에 사용했다.

“사람의 그릇은 한정되어 있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신 그릇이 작으면 ‘하나’를 꽉, 담으면 되니까.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솔직해지고, 그 다음에 노력하면 되는 거죠.”

하고 싶은 것, 우리는 하지 못한 이유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꿈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일년 365일을 아끼지 않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에게 의미를 다시 물었다.

진조크루의 연습 모습. 가장 위 사진은 진조크루 연습실에 진조크루 멤버들이 다같이 모여 원을 그리고 앉아 회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운데 사진은 멤버들이 거울이 있는 연습 공간에 삼삼오오 서서 연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사진이다. 아래 사진은 붓글씨로 쓴 ‘비보이 진조’에 대한 시조 형식의 다짐을 쓴 것을 걸어둔 액자다. 액자 속에는 ‘비보이 진조 / 비보이는 대한민국 온 세계에 널리 알려 / 보람차고 슬기로운 청소년들 멋진 예술 / 이 친구들 열정 함께 그 실력이 월등하여 / 진지하고 성실하게 메이리를 석권했고 조만간에 더욱 발전 세계 속에 우뚝 서리’ 라고 붓글씨로 쓰여 있다.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한 번쯤 몰두해보라는 말이에요. 고정되지 않은 꿈에 올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겠지만, 바로 그런 마음 때문에 몰두를 못하는 거죠.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는데 잘 되지 않을까봐. 하지만 완전히 빠져서 해보고, 그러고 나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으러 가기가 더 쉬워져요. 아쉽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 수 있었던 힘. 그 힘이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했다.

“팀원들에게도 말해요. 우리 춤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다 같이 다른 일 하면 된다고. 그러니까 춤 출 때만큼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오직 춤만 생각하라고. 그런데 그렇게 하면 다른 거 할 때도 춤 생각이 나요. (웃음)”

춤 생각만 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10년간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비보이로 이름을 떨쳤을 그다. 문득 그의 첫 무대가 궁금해졌다.

“잊을 수가 없죠. 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 작은 무대였고, 작은 역할이었죠.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함성 소리를 들었는데,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몸은 긴장이 풀려서 졸리는데, 마음이 졸리지가 않아서요.”

첫 무대로 잠을 설쳤던 그는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언가’다.

“기존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요. 이 세상에 나오지 않은 그 ‘무언가’죠. 당연히 춤으로요!”

진조크루의 공연 모습. 왼쪽 사진은 축하 무대인 듯, 흰 가루가 가득 뿌려진 무대 위에서 조명이 진조크루 멤버들을 비추고 멤버들이 무대 중앙에서 원을 그리듯 앉아 있으며 원 가운데에서 한 멤버가 물구나무를 서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진조크루 멤버들이 무대 가운데에 모여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비보잉 기술 중에 ‘프리즈(freeze)’라는 것이 있다. 한 가지 동작을 잠시 ‘멈추는’ 것이다. 프리즈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비보잉을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중에서 물구나무를 선 듯한 자세를 떠올려도 좋다. 프리즈는 움직임이 크거나 역동적인 동작은 아니다. 하지만, 온 몸을 회전시키고 움직이는 다른 기술들만큼이나 어려운 기술이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정말 무언가라를 하고 싶다면 그 자세를 버텨내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노력이 적을수록 그 아쉬움은 큰 법. 계속해서 쓸모 없는 걱정에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더 꾸준히, 더 열정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꿈은 잠잘 때 꾸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 올인하라. 걱정은 말고! 그리고 10년 뒤, 누군가에게 말해주자. “하고 싶은 일, 정말 해봤어요?”

진조크루 김헌준이 회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파란 캡모자를 쓴 채 카메라를 향해 양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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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멋진 열정인 것 같아요. 한 가지에 몰두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부터 먹은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진조크루 앞으로도 화이팅!!
  • 유이정

    세계최초, 세계최고! 진조크루 멋있당bb 하고 싶은 걸 찾아 몰두하는 법, 프리즈를 할 때처럼 지구력을 갖고 버티는 법! 저에게 절실한 능력입니당..!! 한번 살짝 해보구 안된다 포기하지 말구 좋아하는 일에,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해봐야겠어요..말로만 말고 진짜루ㅠㅠ 샤이니의 셜록이 생각나는, 그러나 이젠 다른 의미로 다가올 프리즈! 꼭 기억할게여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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