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혀노ㅣ보통이 아닌 그들(의 실체)

‘죽음에 관하여’. 어두운 느낌의 제목이다. 하지만 죽음에 관하여 얘기하고 있는 그들은 그늘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해맑은 청년들이었다. 글을 쓰는 시니와 그림 그리는 혀노. 사람을 좋아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두 사람은 무척이나 어울렸다. 오늘만큼은 죽음에 관하여가 아닌 유쾌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시니혀노에 관하여.

사진_유이정/제19기 학생기자(서울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이유진/제19기 학생기자(세종대학교 역사학과)

동업자가 아닌 그냥 ‘친구’

시니혀노. 정감 있고 귀여운 이름의 본래 모습은 김신희, 정현호. 둘은 대학 동기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같이 작업하지 않았더라도 두 사람이 가장 친한 친구였을 거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소재가 떠오른 시니가 먼저 혀노에게 같이 해보자고 말했다고. 당시 개인 작품을 그리고 있던 혀노는 잠시 고민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함께 작업하기로 했단다.

혀노: 우리에게 동업자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제일 친한 친구.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예요. 성격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달라요. 그런데 또 취미는 다른 반면 유머 코드라든지 취향은 비슷해요.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는 원래 친구고, 또 친하니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에 돌직구를 날릴 수도 있죠, 별로라고. 혹은 고치라고. 얘는 제 그림이 마음에 안 들 때 별로라고, 다시 그리라고 말해요. 그렇게 서로 아웅다웅하다 보면 결국에는 더 좋은 게 나오더라고요.

시니: 부족한 부분을 지적할 때는 보통의 사무적인 관계보다 더 심하지만 구체적으로 할 수 있죠. 말 그대로 직격타를 날리는 거예요, 본인도 찔릴 수 있을 만한 그런 말을.

서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보완해가는 두 사람. 심한 말일지라도 서로를 위해, 작품을 위해서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것을 알게 되기까지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배려하는 연습을 무수히 했을 것이다.

혀노: 지금은 서로 양보하는 법을 터득해서 괜찮아졌는데, 초반에 연재할 때는 정말 많이 싸웠어요. 제가 조금 찔리는 부분인데 얘가 그 부분을 들춰내서 강타하면 뭔가 부끄럽잖아요. 속으로는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 겉으론 화를 내는 거예요. 이제는 서로의 실력을 좀 더 믿게 된 것 같아요. 서로 양보하고 많이 인정하게 되었죠. 그리고 여태껏 얘 말 들어서 손해 본 건 없으니까 만족해요.

시니: 처음엔 서로 자기가 맞다면서 언성을 높이고 싸움이 커지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돌직구를 날려도 작품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아니까 쉽게 받아들여요.

작업할 때 외에는 진지한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시니혀노. 인터뷰하는 순간에는 성실하고 또 진솔하게 임해주었다. 평소에는 늘 즐겁기만 한 두 사람이 만든 작품이 ‘죽음에 관하여’라니. 진중한 사람이 그린 ‘죽음에 관하여’보다 장난기 많고 웃긴 애들이 그린 ‘죽음에 관하여’가 더 매력 있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그들은 진지했다. 특히 작업할 때는 서로 멋있다고 추켜세울 만큼 진지해진다고.

보통의 남자가 좋아할 만한 스포츠나 야외활동에는 별로 관심 없다는 두 사람은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한다. 친한 친구 얼굴을 캐릭터나 소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하겠다.’ 하는 것이 머릿속에 잘 만들어지니까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고. 특히 ‘죽음에 관하여’의 ‘신’은 시니혀노의 친한 형이라고 익히 알려져 있다.

시니혀노 말고 신희와 현호

‘죽음에 관하여’를 그릴 때 시니혀노는 평소의 그들이 아니라고 한다. 배우가 연기를 하듯 그들도 작가로서 작품 할 때만 몰입하는 것이다. 개인 블로그에 독특한 말을 올리거나, 팬의 질문에 재미있는 답변을 다는 그들은 영락없는 20대 청년이었다. 현실 속의 신희와 현호는 꽤나 엉뚱한 모습이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시니혀노의 4차원 매력을 좋아하는 팬도 많다. 그들을 향해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주는 팬들은 시니혀노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주고 싶을까.

혀노: 팬들에게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고 싶어요. 사실 팬이 없으면 만화를 그려도 보여줄 사람이 없는 거잖아요. 팬들은 그러니까 만화를 그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이유가 되기도 하죠.

시니: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좋고, 감사하죠. 원래 둘 다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뭔가 목적이 있는 정모가 아닌 그냥 그 자리가 좋아요. 팬 미팅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만나는 거죠.

팬과의 소소한 만남을 통해서 정신적인 교류를 즐기는 시니혀노. 소수의 깊은 관계를 맺는 팬들과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것 중에 전자를 선택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유명해지고 싶으냐는 물음에는 예상과 달리 ‘당연하죠’라는 대답이다. “유명해지는 만큼 깊이 이해해주는 사람도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단순히 유명세 때문이 아닌,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공감을 끌어내고 인정받고 싶다고. ‘이야기 잘 쓰는 시니’와 ‘그림 잘 그리는 혀노’ 이런 식으로. 그렇다고 유명해지기 위해 특별히 하는 건 없다.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런 건 절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는 두 사람이다. 그렇다면 작업은 주로 어떻게 진행할까?

시니: 날을 정해서 꼬박꼬박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놀고 있다가 ‘오늘 할래?’ 해서 끄적끄적 시작하기도 하고, 작업하려고 만나도 안 되는 날은 그냥 놀아요. 사실 어찌 보면 그림이랑 원고도 저희한텐 그냥 노는 거거든요. 그냥 노는 것에 작업이 포함돼 있다고 보시면 돼요.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니까. 그러다 진짜 하고 싶은 날 있으면 그때 미친 듯이 몰아서 다 해버리기도 하고요.

혀노: 대충 한다는 게 아니에요. 뭔가 느낌이 있어야 해요. 아마 그림 그리는 사람은 다 공감할 거예요. 그래도 마감날짜가 닥치면 꼬박꼬박 해야죠. 안 할 수 없으니까 최대한 그때는 꼭 지켜서 열심히 그려요.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는 시니와 내년에 복학하겠다는 혀노. 두 사람 모두 복학해서도 학업과 작품을 병행할 생각이다. 더 바빠질 걸 알면서도 굳이 복학하겠다는 그들. 언제나 한마음 한뜻인 두 사람도 ‘학교로 돌아가는 이유’에선 답변이 갈렸다.

혀노: 만화가가 되려고 ‘만화창작과’를 선택했는데, 꿈을 이뤘으면 굳이 이제 다닐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원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좀 거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장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은 것 같고. 나중에 만화가를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시니: 저는 그냥 학교에서 작업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혀노랑 생각이 비슷해서 안 다닐 생각도 있었어요. 평소 학교 근처에서 작업하는데, 그러면서 사람들과 만나 얘기도 하고 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학교가 재미있어요. 사람도 많고 그 사람들에게, 그리고 후배에게 배울 것도 많아요. 굳이 학교를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곳이 그냥 재미있고 즐거워요.

‘시니혀노’의 말

부모가 첫 아이에게 호기심과 애착이 많듯, 시니혀노가 작가로서 만들어낸 첫 작품 ‘죽음에 관하여’는 첫 아이나 마찬가지다. 시니혀노에게 ‘죽음에 관하여’는 어떤 자식일까?

혀노: 책에만 삽입되는 진짜 마지막 엔딩을 그릴 때 둘이 같이 있었어요. 마지막 모습을 그린 다음 동시에 탄식했어요. 기분이 굉장히 묘하더라고요. 결혼은 안 해봤지만 자식 키워서 시집, 장가 보내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랬어요.

시니: 터닝 포인트. ‘죽음에 관하여’는 터닝 포인트예요. 원래는 아마추어였잖아요. 혀노는 그전에 ‘남과여’라는 작품을 하고 있어서 만약 ‘죽음에 관하여’를 안 했다면 그 작품으로 작가가 됐을 거예요. 저는 ‘죽음에 관하여’가 없었으면 그냥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겠죠.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 재능을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원래 자신에게 자신감과 확신이 있기는 해서 ‘잘한다, 잘한다.’ 생각은 했는데 결과물은 없었거든요.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시니혀노. 첫 작품이 너무 성공해서 혹여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니: 부담감은 없어요. 참 미묘한 게 만약 ‘죽음에 관하여’가 애매하게 떴더라면 차기작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담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죽음에 관하여’가 너무 잘 돼서 애초에 그걸 뛰어넘을 생각이 안 들어요. 어차피 차기작도 비슷한 느낌이니까 그냥 ‘시니혀노의 다른 작품이다.’ 정도로만 각인되면 좋겠어요.

작품은 어둡다 하더라도 시니혀노는 ‘작가의 말’ 란을 통해 그들의 진짜 모습으로 독자와 소통했다. 작품은 작품이고 그들은 그들이기 때문에 작품과 별개로 진짜 ‘신희’와 ‘현호’로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처럼 그들은 작품을 통해 연기하고, ‘작가의 말’은 배우가 쉬는 시간에 보이는 본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연재를 시작한 후 가장 후회하는 것이 ‘1화’에 작가의 말을 쓰는 것을 몰라 비워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진 웹툰 시장도 그들이 세상에 고개를 내밀 수 있게 한몫을 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웹툰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으니 말이다. 만화가와 웹툰 작가 중 어떤 말로 불려도 상관없다는 시니혀노는 웹툰과 만화책의 경계에 대해 크게 구분 짓지 않았다.

시니: 시장이 변한 거죠. 일반 휴대폰이 발전해서 스마트폰이 나온 것처럼, 단순하게 문명이 진화하고 자연스럽게 매체가 바뀐 것뿐이죠.

혀노: 일본 같은 경우는 워낙 출판만화 시장이 발달해서 책이 잘 팔리니까 굳이 웹툰을 만들 필요가 없거든요. 시장 성격의 차이인 것 같아요. 웹툰은 일단 어디서든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10명 중에 7, 8명 정도는 보는데 그 자체가 참 대단한 일이잖아요. 웹툰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만화가에 대한 시각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니: 만화를 만드는 것도 물론 재미있지만, 일단 작가 입장에서는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잖아요. 지금은 그렇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잘 마련돼 있는 거죠.

보통이 아닌 보통의 그들

언젠가는 둘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만화도 그려보고 싶다는 두 사람.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그들이 보통의 20대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시니: 스펙 쌓는 일이 재미있는 사람이면 상관없는데, 본인 의지가 아닌 남들이 해서 하는 것은 좀 안타까워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냥 눈치 안 보고 편하게 하면 좋겠어요. 부수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취미로라도 하면 좋을 텐데 요즘 사람은 여유가 없어 보여요.

혀노: 일단 저희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자체가 뿌듯해요. 다른 사람은 우리와 분야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위치에서 누구나 노력하고 있잖아요. 대부분의 대학생이 스펙 쌓는 데에 열중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실 저희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문제죠. 사회적 분위기가 그런 쪽으로 흘러가니까. 잘못된 건 아닌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냥 다른 사람보다는 저희가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걸 즐겁게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시니와 혀노. 시종일관 ‘즐거움’과 ‘하고 싶은 일’을 강조하는 그들에게 즐거움이란 어떤 마음일지 새삼 궁금해졌다.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그들에게 즐거움은, 어쩌면 서로의 존재만큼이나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일 것이다.

그들의 내면 어딘가에 숨어있는 진지함으로 만들어진 만화든, 그들의 모습이 가득 담긴 유쾌한 만화든 독자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항상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한 그들의 기운이 이 글과 함께 럽젠 독자에게도 묻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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