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다듬이 l 30일간의 풍물 일주단

| 박창순(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07학번), | 강건(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08학번), | 류석호(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08학번), | 민혜인(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10학번)

조우는 지난 8월,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 한인문화회관이었다. 푸른 도나우 강 바로 옆에서‘웃다리 사물놀이’, ‘별달거리’ 등 한국 농악 4곡을 걸쭉하게 뽑아내던 한국 청년들. 그들이 든든한 후원 없이 국악 일주 중인, 성균관대 풍물패 동아리 ‘초다듬이’란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아, 강심장이다.

한문교육과 4인방의 무한 배포

초다듬이 멤버 4인방의 국악 일주는 박창순 씨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풍물패로 취미생활을 즐기던 그는 작년 홀로 떠난 유럽여행에서 길거리 공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팀원을 모았고, 3명의 같은 과 동아리 후배가 일원이 되었다.

그들의 무모한 도전은 시작되었지만, 순탄치 않았다. 비용 문제가 먼저 아픈 현실로 다가왔다. 준비부터 공연까지 30일간의 예상 비용은 개인당 4백만원. 평범한 대학생에게 백 단위의 돈은 쉽게 만질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경비 지원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순수 사비를 들여야만 했다. 장소 섭외의 어려움도 닥쳤다. 출국 전까지 섭외된 곳은 벨기에 한인문화원과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 단 두 곳이었다. 각국의 기관들은 뚜렷한 직업이 없는 일개 대학생에게 공연 무대를 쉽게 제공할 리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잦아지는 팀원들 간의 의견 충돌까지, 그들은 그렇게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없으면 없는 대로’가 답을 주었다. 섭외된 곳은 두 곳뿐이었지만,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참가를 목표로 출국을 결심했다. 공연의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한 비용 마련 작전부터 시작했다. 7월 한 달간 한자 오탈자 찾기, 목욕탕 청소, 자재 운반 그리고 서빙 등 아르바이트에 몸을 불살랐다.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풍물패 순회공연. 무대 장소 섭외가 단 두 곳뿐이라 그들은 현지에서 발 벗고 구해야 했다. 경찰과 현지인에게 물어 장소를 구했지만, 고생길은 거기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을 때도 있었다. 심지어 공연 중 시끄럽다며 신고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경찰이 출동한 적도 더러 있었다.

한번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앞에서 공연하다가 경찰에게 쫓겨났어요. 시끄럽다고 주민 신고가 들어왔었거든요. 그런데 구경하던 사람들이 경찰에게 야유를 보냈어요. 공연을 더 보고 싶은데, 왜 중단하게 하느냐면서. 이때 감동 좀 받았죠.

공연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현지인들의 환호와 박수는 의기소침한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운이 좋을 때는 오히려 돈을 번 적도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의 격려와 응원 역시 큰 힘이 됐다. 사람들은 풍물패 연주에 흥겨워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춤췄다. 서로 낯선 상황 속에서의 소통은 체코에서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를 지나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무대까지 이어졌다. 초다듬이의 공식적인 첫 순회공연은 그렇게 ‘성공’이란 결과물과 함께 막을 내렸다.

풍물패에 대한 편견을, 신명으로 친다.

사실 풍물놀이는 사물놀이에 비해 공연에 적합하진 않다. 사물놀이는 공연 목적으로 만든 현대식 무대예술이지만, 풍물놀이는 우리나라 농악에서 비롯한 고유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저 흥을 돋우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라 무대 공연으로서의 성격이 강하지 않다. 활동적인 사물놀이와 달리 앉아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 전달 면에서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그래서일까, 풍물놀이는 오늘날 한국에서도 비주류의 길을 걷고 있다.

시끄럽다는 편견 역시 풍물패가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캠퍼스 내 풍물패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다들 여유가 없는 탓일까? 신기하게 쳐다보는 외국인들과 달리 시끄럽다며 귀를 막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매년 학우들로부터 “시끄럽다.” “배려가 없다.”라고 비난이 쏟아지는 게 대학가 풍물패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풍물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것 같아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안타까워요. 막상 해 보면 재미있고 자랑스러운 부분도 많은데 말이죠. 보여줄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어요. 심지어 학교 축제에서도 잘 부르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이들은 이번 농악일주를 통해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봤다.”라고 말한다. 외국인의 눈동자에 비친 풍물놀이는 그저 새로운 문화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풍물놀이는 하나의 새로운 한류로의 가능성이었다.

시끄럽다는 게 풍물에 대한 가장 큰 선입견이잖아요. 이걸 깨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동아리들이 활발히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자주 접하지 못하니까 편견을 가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소음이 아니라 그 안에 신명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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