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준ㅣ가난과 부가 공존하는 꽃거지

거지 중의 상거지가 아니라 거지 중의 꽃거지다. 프라하 살아보기, 유럽 여행국마다 가족 만들기, 스리랑카 집 짓기, 무슬림 여성을 위한 인권 행사 조직하기, 홍대 클럽에서 공정여행 파티, 스리랑카 빈민 후원하기 등 ‘가난’의 겉과 ‘부’의 안을 장착한 공정여행가 한영준의 2012년 꿈 노트, 그리고 과거와 미래에 대하여.

몸은 안녕하고, 마음은 안 안녕한 삶의 시작

한때 유행처럼 떠돌았던 공정여행이란 단어. 정작 읽을 줄만 알고 뜻은 모르는, 아이러니한 글자 중 하나다. 공정여행이란, 우리 집에 왔으면 우리 물건을 돈 내고 쓰라는 집주인의 지당한 말씀을 실천하는 여행이다. 다시 말해 현지인의 공간에 잠깐 여행자의 신분으로 정착하는 대신 나의 무언가를 그곳에 내는 여행을 이른다. 여행하면서 소비하는 돈은 현지인에게 이득이 되도록 한다. 지불 방식과 대상은 ‘from ME’가 될 수 있는 어느 것이든 좋다.
한영준 표 공정여행의 구체적인 예로는 웃어주기, 친구 되기, 밥하기, 프리 허그, 가족 사진 찍어주기, 길거리 마술쇼, 한글교실, 빈민 돕기, 봉사 활동, 숨겨진 명소 찾아 알리기, 치킨 팜 지어주기, 학교 만들기, 집 짓기 등 셀 수 없이 많다.
사실 그의 꿈은 세계여행이었다. “5대양 6대주는 내 밥이다!”를 외치던 목사님의 말에 따라 세계를 품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으로만 품으면 뭐하나. 직접 발로 뛰자는 생각으로 ‘3년 세계 일주’를 시작하게 된 그는 여행 중 현지인의 가난한 모습을 보며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주인이 가난한 거예요. 그 수많은 여행객의 돈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해졌죠. 알고 보니 외국 기업의 해외진출로, 일부 상위층 사람이 관광지의 수입을 죄다 독점하고 있었던 거예요. 왠지 배가 아팠어요. 그래서 나라도 현지 게스트 하우스나 음식점을 이용해서 현지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공정여행을 시작했죠.

그 후 누구에게나 달콤한 여행이 그에게는 조금 쌉싸름하면서 달콤해졌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몸은 안녕 안 하고 마음은 안녕한 여행’, ‘가난하지만, 부자 여행’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좋아 보이는 건 다하는 꽃거지의 2012년 현재

피터팬을 꿈꾸는 후크, 취미는 사랑이자 특기는 나눔. 한영준 씨의 몸에는 어린 아저씨가 붙어산다. 어린 아저씨로 살아가는 그의 2012년 최근 근황(4월)은 스리랑카에서 빈민 가족을 위한 집짓기 프로젝트, 학교 지원 사업, 치킨 팜(닭 농장) 지어주기, 레크레이션, 마술쇼 등 눈으로만 읽어도 너무 많은 do list가 있었다. 왠지 사람이 커 보였다.

지금은 스리랑카 아루감베이에 있어요. 이곳은 지난 2004년 쓰나미로 모든 것이 파괴된 후 회복중인 곳이죠. 현지인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집도 짓고, 아이와 뛰놀고, 닭장도 짓고, 가족사진 촬영을 하고••• 또 한국 문화 놀이 교실, 선데이 레크레이션 같은 것? ‘간지’나죠? 혼자 이런 거 다 하고 다닙니다. 뭐 여하튼 좋아 보이는 건 다 하는 꽃거지니까요. 하하

그는 스스로 ‘꽃거지’라고 불러달라 말한다. 그냥 거지 아니고 ‘꽃’거지. 사랑의 향을 주변에 나눠주는 꽃거지이고 싶어서라고 보탠다. 사실 이전에는 글을 써서 여행경비를 모았다. 또한 그에게는 1004 후원자(그는 1004명의 후원자에게 1백원, 1천원, 1만원 단위로 후원을 받는다)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이마저도 없다. 그 돈까지 탈탈 털어 나누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후원자에게 거지선언을 했다. 그리고 아는 이들한테는 구걸을 시작했다. ‘나도 살아야지.’라고 뻔뻔하게(?) 따지면서 말이다.

1월 말, 2월, 3월 초쯤 정기메일에 거지 선언한 제가 좀 멋있었죠. 카메라를 가지고 싶어서 모았던 돈으로 지금 집을 짓고 있고, 후원금 들어오는 것도 탈탈 털어서 닭 농장 만들고••• 그냥 스스로 버는 돈은 다 기부하는 것 같아요. 만일 날 위해 쓸 돈이 필요하다면, 친구들한테 구걸하죠.

어린 아저씨이자 꽃거지인 그의 생에 최근 싸지(17세)와 마두(15세)가 들어왔다. 싸지와 마두는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나고 과부가 된 어머니가 재혼을 한 가정의 두 자매다. 결국 할머니 손에 맡겨져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들, 어린 아저씨인 한영준 씨는 그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어린 아저씨 표 작은 생계지원 사업 프로젝트로, 닭 농장을 만들었어요. 집 앞마당에 벽돌을 쌓아 작은 닭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닭을 기르게 한 거죠. 20마리의 닭과 닭장, 초기 사료 등을 제공하면 하루에 15개 알 기준 2백 루피(=2천원)의 공정적 수입이 생기게 되는데, 3인 가족이 먹고 살기에 딱 좋아요.


나는 ‘이기적인’ 남을 위한 여행가

이쯤 되면 그의 어깻죽지에 날개가 돋지 않았을까 의심해 볼만하다. 그 누구도 절대 넘보지 못할 성역에 있는 듯 그를 우상시하고 싶어질 때, 그는 통쾌하게 어퍼컷을 때렸다.

“저 착한 사람 아닌데요. 이 일 하다가 재미없어지면 그만둘 건데요. 전 착한 일을 재미로 하는데요. 단 한 번도 누구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한 적 없어요. 재미있고 ‘간지’나서 하는 거예요. 저 착한 사람 아니고 착한 ‘일’ 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렇게 착한 일 하면 여자들이 참 좋아해요.”
– 스위덴 지하철 신문 인터뷰 후기 중 –

그가 특히 강조한 말은 ‘이기적인 남을 위한 여행가’다. 자신은 그저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면서 세상의 박수갈채를 거부한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할 뿐이기에, 본인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덕분에 공정여행으로 얻는 건 뭐냐는 물음에 그의 대답은 심플하다. “간지!”

간지’ 나잖아요. 공정여행, 사진전시, 정기메일 보내는 것 등 내 자랑을 하려고 보내는 거예요. 내 꿈은 원래 세계여행이었고, 공정여행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거고••• 행복해지려고 여행하는 거예요 ‘간지’나죠?

그리고 덧붙인다. 하고 싶은 일 하자고. 삶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찍자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화를 쫓아가며 허덕이는 것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간지’나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어린 아저씨, 꽃 거지, 공정여행가 한영준을 후원하는 간단한 방법
1.시티은행 800-19773-268-01(한영준)으로 1백원 입금! (1만원 미만까지 받음)
2.씁쓸히 웃어
3.얼굴이 잘 나온 예쁜 셀카 사진 하나를 찾고
4.내 얼굴이 이렇게 생겼냐며 한탄 한번
5.그나마 잘나온 사진을 002jesus@gmail.com으로 [후원자 ㅇㅇㅇ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보내
6.사진은 전시회와 책에 손톱보다 조금 크게 발톱보다 조금 작게 나오니, 괜히 그 사진을 보냈나 후회
7.정기적이지 않은 정기메일을 받아보며 한 쪽 입술만 빠직, 미소를 지으면 끝!

– 모든 후원금은 100% 빈민을 위해 사용되며, 사용 내역은 정기메일을 통해 공개됩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안지섭

    한영준 씨처럼 삶을 통째로 남을 위해 쓴다는 것은 참 힘든 일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삶의 1%도 남을 위해 쓰지 못하는데 ㅠㅠ
  • 좋아 보이는 건 다하는 꽃거지의 2012년.너무 멋지네요..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화이팅 하세요..
  • sonjy2000

    대단하시네요.......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네요.ㅠㅠㅠㅠ
  • jm10917

    크. 멋지네요!!! 몸도 마음도:)
  • lyn1130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좋은일까지 되니 정말 멋집니다!
  • DK

    간지납니다. 멋지게 사시는군요.^^
  • 이채원

    진짜 멋있으세요ㅠㅠ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 뿐이다.. 그렇지만 그게 착한일이 될 수 있다니! 저도 많이 느끼고 갑니당
  • 이용상

    와 멋지다..나는 과연 간지나게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또 한번 갖어보게 되네요
    꼭 꽃거지가 아니라도 착한일 하면서 간지나게 살 나만의 방법을 찾겠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소챌 스토리 더보기

우린 이렇게 한겨울을 견디곤 해

어느 통학러의 빡친 하루

‘신박한’ 효과가 실화? 한 남자가 체험해봤습니다.

[파인다이닝] 서윤후 시인, 글 쓰는 청춘을 다독이다

사회초년생의 기본예절

사진 좀 찍는다는 그들의 미러리스 카메라

배틀 로드, 샤로수길 VS 망리단길

캠퍼스별 떡슐랭 가이드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