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심리학> 유지훈 자기계발서 전문 번역가

전 세계의 타 언어로 된 으리으리한 작품을 한국, 이 자리에서 느끼지 못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번역가가 누구인가에 따라 작품을 골라보는 시대, 번역은 새 언어란 부대로 빚은 창조물임을 왜 모를까.

3년 동안 30권의 번역, 중견 번역가의 대열에 들어선 유지훈. 번역서가 열매가 된다면 번역가의 땀은 씨앗에 해당할 터, 남의 글을 내 글처럼 다루고 펴내는 마술사 같은 그가 입을 열었다. “번역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럽젠Q : 번역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번역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것이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우연히 번역회사에 연락이 닿아 A4용지 한 장 반 정도의 원고를 번역한 적이 있는데, 며칠 뒤 연락이 와서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출판계를 비롯한 번역계는 실력이 확실히 검증되거나 경력자가 아니면 되기 어려운데, 제가 다소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럽젠Q : 번역가가 되어서 장점이 있다면요?

••• 글쎄요, 말이 길어질 것 같군요.(웃음) 우선 책에 실린 제 이름 석 자를 볼 때 흐뭇하죠. 첫 번역서의 겉표지에 인쇄된 ‘유지훈 옮김’이 얼마나 신기했던지 밤잠을 설칠 정도였으니까요. 그게 원동력이 되어 지금까지 책과 씨름하고 있는 셈이죠. 인터넷이나 편지 같은 독자들의 응원 또한 지치지 않는 배터리랄까요? 결국 출판 번역가는 책과 독자가 주는 보람을 먹고 살고 있습니다.

럽젠Q : 스트레스 같은 건 없나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일반적인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없는 셈이에요. 게다가 원서 내용 자체가 너무 어렵거나 마감일을 지키는데 벅차지만 않으면, 일은 오히려 재미있죠. 이건 여담인데, 지인에게 무슨 선물을 줄까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직접 옮긴 책을 주면, 뜻깊은 선물이 되니까요.(웃음)

럽젠Q : 가장 큰 단점은 어떤 건가요?

비정규직인 데다가 수입이 불안정하다는 점이겠죠. 실력이 있어서 번역회사에 등록한다고 한들, 안정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출판사의 입맛에 맞게 번역하느냐가 더 중요하기도 하죠. 원고를 보고 역자를 선정하는 주체는 출판사 편집부인데, 기껏 번역해서 제출하면 연락이 끊기기도 하고 의역이나 직역이 너무 심하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하기도 하죠. 누가 보더라도 읽기가 편한 글인데, 까닭도 모른 채 낙방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럽젠Q : 고달픔이 좀 있네요. 혹시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나요?

가장 힘든 일은 대리번역자가 제 이름을 대신하던 일이죠. 적은 수입에 이름까지 제외되면, 번역가는 어디에서도 그 보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아닌 유명 인사로 이름이 올려져 출판되는 책은, 마치 정이 가지 않는 ‘남의 자식’ 같아지죠. 돈 때문에 양심은 뒷전인 일부 출판사의 이런 행태는 사라져야 마땅합니다.

럽젠Q : 영문 번역을 담당하시데,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실수로 인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최근 자기계발서를 많이 번역하면서 기독교 관련 책도 번역하고 있는데, 에피소드가 있어요. ‘God’을 우리말로 옮길 땐, 화자의 종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이를테면, 이슬람교 신자라면 ‘알라’로, 개신교와 가톨릭 신도라면 각각 ‘하나님’과 ‘하느님’으로, 구별해서 번역해야 하죠. 그런데 어느 자기계발서를 번역하는데, ‘God’을 아무 생각 없이 ‘하나님’으로 옮긴 적이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저자가 개신교인일 거라고 생각한 거죠. 약 2백50페이지에 이르기까지 ‘God’을 전부 ‘하나님’이라고 번역했는데 마침 2백52페이지에 충격적인 구절이 나타났습니다.

“I crossed myself and said a prayer.”
“가슴에 십자가를 긋고 기도했다.”

순간 닭살이 돋았죠. 개신교인은 십자가를 긋고 기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편집’을 클릭해서 하나님을 모두 ‘하느님’으로 수정했고, 교회도 ‘성당’으로 바꿨죠. 정확한 번역이 중요하니까요. 아,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네요.(웃음)

럽젠Q : 다양한 책을 번역했는데, 그 중 자기 계발서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평범하거나 진부하지만 않다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이겠죠. 예컨대, 몇 해 전 <화, 마음의 멘토>를 탈고한 후에는 상대방의 입장을 좀 더 배려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분노가 미치는 영향에 큰 충격을 받은 탓에 화내기가 망설여지더군요.

럽젠Q : 사람들이 생각하는 번역가와 실제 번역가의 삶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글쎄요, 실제 번역가의 삶은 집중력이나 생활력 등이 비교적 강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지간해서는 월수입이 1백만원을 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부지런해야 하기 때문이죠. 멋지게 번역 일을 마치고 유유히 여행을 떠나는 모습만을 상상하셨다면, 현실적인 부분을 기억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럽젠Q : 마지막으로 번역가를 꿈꾸는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번역하다 보면 우선 타인의 글을 접하게 되는데요. 번역은 그 생각에 제 인생의 경험을 덧칠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결국 번역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인 셈이죠.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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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헤 네, 빠듯하게 짜여진 스케줄 없인 몸이 침대에 붙어있기 일쑤인 저로썬 그저 부러울뿐.......
  • 박상영

    우와 번역가 분들의 삶이 한눈에 그려지네요. 특히 자기관리를 통해 부지런해야지만 먹고 살수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왤까요?) 유지훈 님의 직업적인 자부심이 마구마구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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