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선완규 교양 에디터

책을 사랑하다 못해 삶 일부를 출판에 던진 이들로 넘실대는 출판사의 세계. 언어를 긷고 나르고 퍼주는 출판인의 마음이 이토록 뿌린 씨를 거두는 농부와 닮았을 줄이야.

인문사회 편집주간인 선완규의 모습은 지금껏 머릿속에 있던 편집자의 이상형을 고스란히 꺼낸 것 같았다. 예리한 사유가 가미된 그의 말 속엔 통찰력 있는 지식인의 흔적이 축축이 젖어 있었다. 기존의 관념에 반하는 불편한 인문학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그의 말, 잊히지 않는다.

럽젠Q :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역사나 사회과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전공도 사회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양 편집자가 된 것 같아요. 저는 한국에서 사회과학 출판이 정점에 이르렀다가 하강하던 시점인 93년도에 입사했는데요. 그때는 ‘새길 출판사’라는 곳에서 일했는데, 그 시절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교양 출판을 처음 하던 때였죠. 스테디셀러인 이진경 선생님의 <철학과 굴뚝청소부>, 진중권 선생님의 <미학 오디세이>도 그때 담당했던 책이고요.

럽젠Q : 교양 분야 에디터의 업무는 무엇인가요?

편집자가 저술가는 아니거든요. 책에는 반드시 저자가 있고 독자가 있는데, 저희가 하는 일은 저자의 이야기를 독자들이 이해하고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받을 수 있도록, 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발명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한 사람의 저자가 제목부터 책의 카테고리까지 정리해서 원고를 만들면, 편집자는 원고를 읽고 그의 핵심 메시지를 파악하는 거죠. 그래서 그것에 맞게 원고를 재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저자는 원고를 쓰고, 편집자는 책을 만들죠.(웃음)

럽젠Q : 저자와 편집자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요?

저자에겐 연구 분야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게 되죠. 자기주장도 강한 건 물론이고요. 반면 편집자는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현상과 사물을 보죠.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담론과 책에 대해 생각합니다. 편집자로서는 저자의 주관적인 관점을 사회문화적인 관점으로 변주시켜야 해요. 그 변주의 과정을 통해 책의 제목과 디자인, 카테고리별 분량을 조절해서 이 책이 연구서인지, 교양서인지, 논문 모음집인지 각 특성을 잡아 정확한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죠.

럽젠Q : 담당했던 일 중 어려웠거나 보람을 느낀 에피소드가 있나요?

편집자는 저자에게 첫 독자잖아요. 그만큼 피드백을 정확하게 줘야 해요. 첫 독자로서 이 책이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저자에게 전하고 함께 논의하죠. 이 일이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면서 설레는 일이에요. 글 쓰는 작업이 무척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서 저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드리지만, 약속된 시간에 원고가 오지 않으면 참 곤란하죠.(웃음)

럽젠Q : 철학서 같은 책은 읽기가 까다롭진 않나요?

어렵다는 것은 낯설기 때문이거든요. 익숙해지면 돼요. 익숙해지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소설은 많이 익숙하지만, 철학서는 머리 아프고 그렇잖아요. 그건 익숙하지 않아서죠. 그 익숙함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고, 꾸준히 글을 읽으면서 쌓아야죠. 또 저는 편집자로서 그에 대한 지식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요. 또 강의를 들으면서 저 스스로 공부를 하기도 해요.

럽젠Q :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업무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우리 회사는 인문사회, 교양을 중심으로 하는 출판사라는 정체성이 있어요. 이런 점에 좀 더 집중해서 독자에게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그래서 소위 ‘대박 치는’ 책보다는 책의 목록이 중요하죠. 외국의 권위 있는 출판사들처럼요. 회사에는 홍보, 마케터와 에디터, 디자이너가 있고요. 인문과 역사, 청소년, 어린이, 생태환경, 자연과학, 교양만화 7개 분야의 책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편집과 책 출판을 기획하고 관리하지만, 때에 따라서 외주도 진행해요.

럽젠Q : 일반적으로 에디터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출판 사업은 대규모도 아니거니와 새로운 인력을 꾸준히 충원하지도 않죠. 그래서 좀 험난하다고 느낄 수는 있어요. 방법이라면 ‘서울 출판 예비 학교’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편집자 입문 과정 강의를 듣고 그곳에 계신 분들과 인맥을 쌓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길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럽젠Q : 교양 에디터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요?

직장으로의 출판사, 직업으로의 에디터를 생각하고 있다면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웃음) 기본적으로 책의 매력을 느끼고 자기 삶의 일정 부분을 출판 일에 던질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문가는 그 분야를 10년 이상은 진득하니 연구해야 자신만의 능력과 일에 대한 매력을 알 수 있지, 1~2년 해서는 알 수 없다고 봐요. 또 편집과 관련한 책도 많이 읽으면 좋죠.


럽젠Q : 미래의 에디터를 꿈꾸는 학생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에디터라고 해서 책만 읽으라는 게 아니라 사회와 문화 예술이 요즘 시대에 어떻게 맞물려가고 있는지를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책이라는 것이 어떤 미디어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죠. 신문이나 TV와 달리 북 미디어가 가진 특성이 무엇인지, 미디어를 보는 시각으로 책을 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사회 분야가 어떻게 연관을 맺는지 알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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