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박연경 패션 에디터

늘 흠모의 인기 직업이자 TV 매체의 인기 메뉴였으나 진정한 낯빛은 가려져온 잡지 에디터. 장막을 거두니, 악마는 프라다를 입지 않았다.

사진 _ 이도영(비오 스튜디오)

어릴 적부터 그토록 꿈꿔왔던 에디터가 되었지만, 한동안은 끝이 없는 허허벌판을 달리는 것처럼 괴로웠다고 박연경 에디터는 입을 열었다. ‘에디터가 되는 것이 끝이 아니었던 거죠. 그게 바로 시작이었지.’ 5년 차인 그녀는 에디터라는 ‘타이틀’이 아닌, 어떤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스토리’를 가진 새로운 골대를 향해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자신의 골대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던 그녀. 골대가 없다면 허허벌판 위에서 허덕이다 나자빠지기 십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럽젠Q: 어떻게 에디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나요?

에디터가 되려고 생각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그때 <리즈 틸버리스가 만난 패션 천재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녀의 열정부터 사는 세계까지 ‘이거다!’ 싶었거든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7살 때였나?(웃음) 사람들은 잘 안 믿는데, TV에서 배우 이영애가 디자이너로 나오는 광고를 보곤 그때부터 패션에 대한 동경을 가졌었죠. 90년대 슈퍼모델의 시대를 거치면서, ‘패션계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계속 커졌어요.

럽젠Q: 다른 잡지사에서 <W>로 옮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다 같아 보여도 잡지사마다 성격과 문화가 전혀 달라요. 전 일단 조직 분위기나 업무 면에서 <W>가 제게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전에 있던 곳은 좀 더 언론사다운 분위기였고 제 업무도 그런 성향을 띠었죠. 무엇보다도 에디터가 되기 전부터 <W>의 애독자였거든요. <W>는 같은 두산 매거진의 <VOGUE>와 비교해도 좀 더 비판적이거나 위트 있는 성격인데, 그게 저랑 잘 맞았어요. 에디터는 자신의 감성을 결과물로 드러내는 직업이잖아요. 제 색깔과 맞는 잡지를 보면서 에디터로서의 욕심을 가졌죠. ‘이런 분위기의 화보를 찍고 싶다.’, ‘이런 기사를 써보고 싶다.’ 하는 욕심이요.


럽젠Q: 로컬지와 라이선스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음, 일단 두산 매거진은 콩데 나스트Conde Nast사에서 나오는 잡지들의 대한민국 판권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W>, <Vogue>, <Allure>, <GQ> 모두 발행되는 잡지를 비롯해 세계의 다른 판권 잡지로부터 기사를 가져올 수 있죠. 그걸 ‘Lift한다.’고 말해요. 물론 <W>는 그런 Lift 기사 중 10%도 사용하지 않지만요.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잡지 컨텐츠를 싣는 경우도 많아요. 반면 로컬지는 현재 사회에 맞는 컨텐츠에 집중하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로울 수 있죠. 예를 들어 남녀관계나 직업 등에 관련되어서 다루니까요. 흔히 라이선스지가 본사의 압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잡지사마다 달라요. 두산 매거진은 큰 방향성 외에 본사 측에서 압박을 받는 일은 전혀 없거든요. 동등한 교류 관계처럼 느껴져서 아주 편해요.


럽젠Q: 에디터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나요?

저는 신문방송을 전공해서 패션 관련 경력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어시스턴트로 지원하기도 하고, 동아 TV에서 하는 패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휴학한 뒤 1년 동안 런던 College of fashion에서 공부하기도 했죠. 동시에 온라인 통신원으로, 소위 특파원 역할도 했어요. 그땐 에디터가 되고자 하면, 딱히 준비할 수 있는 게 적었어요. 너무 막막해서 에디터였던 친구의 선배에게 무작정 전화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곤 했었죠. 요즘은 에디터 관련 양성 기관도 생겼는데, 그땐 전혀 전무해서 디자이너의 강의를 듣고 연관지어 공부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스펙’은 기본이에요. 의외로 에디터 분야도 학력을 자주 보거든요. 다만 ‘스펙’은 수만 명 중의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고, 50명가량이 남으면 그다음은 ‘스토리’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해요.


럽젠Q: 패션이나 패션지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존재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음, 패션이나 패션 매거진이 폄하 당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누구나 작은 사치심은 갖고 있는데, 실은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잖아요. 세계 미술품이 모인 박물관처럼 패션잡지도 아름다운 예술을 한곳에 모아 보여주면서 여자들에게 일상생활의 환기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패션 매거진이 허구로 가득 차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허구가 아니라 어떤 이들에겐 감동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일각에선 매거진이 소비를 조장한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트렌드의 흐름을 보여주고 미적 감각을 길러 최선의 소비를 하게 도와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럽젠Q: 에디터를 꿈꾸는 학생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에디터의 일은 참 힘들어요.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니, 낯을 가린다면 도저히 못 할 일이죠. 주말 근무나 야근은 밥 먹듯 해서 시간도 부족하고, 갖은 스트레스에 체력적으로 특히 힘들어요. 하지만, 일하는 것도 연애와 마찬가지에요. 겉모습에 현혹되어서 시작하면,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힘든 것을 너무 많이 만나게 되죠. 결국 떠날 것인지, 남을 지를 결정해야 해요. 하지만 떠올려야죠. ‘내가 왜 이것을 선택했을까’ 하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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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씨 차분하고 조근조근하신 말투와는 달리 차마 온더레코드될수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너무 많이 말씀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셨었어요ㅎㅎ
  • 와.. 그렇군요. 어릴 때는 몰랐지만, 잡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잡지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보게 된 것 같아요.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아서 꼭꼭 되짚어서 몇 번 읽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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