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비건 지향인으로 일상을 보내는 스물 한 살 소채리의 에세이로 들여다보는 비건의 의미. 당신이 무엇을 먹든, 무엇을 하든 우리 이제 진지하게 서로의 삶의 태도를 존중합시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비건 입문자를 위한 의생활 TIP

나는 식습관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었는데, 일단 음식의 식품영양 분석표를 보듯 옷의 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동물의 털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난 원래 양털이나 캐시미어처럼 일상적으로 마주하기 쉬운 동물성 직물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구매하고 입어왔다. 앞서 말했듯 나는 정보를 얻기 위해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건 유저를 여럿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모두 동물성 섬유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패션’을 고수했다. 아무리 깎아도 다시 자라나는 양이나 염소의 털조차 거부하는 이유가 궁금해 의류 산업의 생산 공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게 됐다. 동물의 털이 인간의 옷이되는 과정 또한, 그들의 살이 식탁 위 고기가 되는 과정과 별 다를 바 없었다.

① 롱패딩의 불편한 진실

겨울철 의류 업계는 옷이 얼마나 따뜻한지 강조하기 위해 동물의 피부가 얼마나 많이 들어갔느냐를 경쟁적으로 홍보하곤 한다. ‘구스다운’, ‘캐시미어 블렌드’, ‘울 함량 80%’ …. 옷 광고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문구다. 뽐내는 듯한 세부 정보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털이 옷이 된 건지 궁금증을 가질 새도 없다. 구스다운은 웰론 패딩보다 따뜻하고, 라쿤 털이 붙어 있는 후드 집업은 스타일리시하고, 앙고라는 고급스럽다. 이렇게 반작용처럼 연상되는 이미지에 소비자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공급자들은 끔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동물 학대의 참상이 이 신화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애쓴다.

울은 앙고라, 캐시미어, 알파카 털, 양모 등을 말한다. 특히 양모(램스울, 플리스 등)는 겨울철에 쉽고 저렴하게 접할 수 있다. “양의 털은 깎아도 다시 나니까 아무 상관없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본주의 생산 체계에서 효율은 윤리보다 상위 가치다. 단기간에 많은 양의 털을 얻기 위해 작업자들은 스스로 털갈이를 하지 못하도록 양을 개량하고, 피부병이 자주 일어나는 엉덩이 부분의 살을 아예 도려내기도 한다.

모피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동물성 재료 중 하나로, 털이 붙은 채로 벗긴 동물의 가죽을 말한다. 모피는 특히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사랑하는 소재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다. 2016년, PETA가 버킨백 하나를 만들기 위해 3마리의 악어가 가끔은 산 채로 경추가 탈골되고 뇌가 들쑤셔진다고 한다. 여우, 라쿤 등의 포유류 또한 사후 경직이 일어난 뒤에는 가죽의 질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동물이 의식을 잃은 뒤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겠지만, (야생 라쿤은 포획되어 마취총을 맞은 후에 가죽이 벗겨진다. 물론 그 의식이 끊어지는 30초 동안 라쿤은 죽을 듯이 괴로워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심을 위해 동물의 피부를 뜯어낸다는 점은 같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성공의 상징 혹은 기분 전환의 수단일 그 가방, 시계, 옷은 사실 한때 살아있는 동물이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자주 잊고 산다. 혹은 아예 모른다.

난 공감 능력이 그리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을 먹지 않으니 동물을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지닌 개체로 보게 됐다. 그러다 보니 생명체를 학대한 결과로 얻은 물건을 돈 주고 구매해 장려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나의 유일한 겨울 패딩은 재작년에 구매한 구스다운 롱패딩이다. 굳이 버리지는 않았으나, 마음속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언젠가 숏패딩을 살 때는 반드시 비건 소재를 고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새로운 옷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비건 소재를 기억해두고 상세 정보를 확인하는 건 어떨까?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동물의 털보다 훨씬 따뜻한 신소재가 널리고 널렸다. 게다가 후드에 달린 라쿤 털이 없다고 겨울을 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아래 표는 PETA의 홈페이지를 참고해 번역한 것이다. 생소하거나 어려운 이름의 소재는 섬유회사가 개발한 소재일 확률이 높다.

현대 사회에서 동물은 보이지 않게 거의 모든 분야에 스며 있다. 동물성 원료는 물론이고, 사소하게라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은 출시 이전에 동물 실험을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향수, 치약, 캔들, 주류 등) 나는 흡연도 화장도 하지도 않아서 이 글에 관련된 내용을 넣지는 않았지만, 화장품은 물론이고 담배도 동물 실험을 거친다. 이 모든 것을 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상속에서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부터 변화시켜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알고 싶다면 ‘크루얼티 프리+제품명’을 검색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② 흔적없이 살고 싶다는 원대한 소망, 비건과 환경의 관계

비건은 내 생각의 알고리즘을 완전히 바꿨다. 단순히 동물권을 지지하는 것 이상으로 인간이란 존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누구나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내게는 그 대상이 인간을 넘어 지구가 되었다. 여태 누려왔던 편리함이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건설됐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므로, 그에 더 집착하지 않게 됐다.

아마존 산림 파괴의 약 91%가 가축 사료 재배를 위함이라고 한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최소 18% 이상이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약 1만 5천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식탁에 소불고기가 오르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과 파괴가 잇따른다. 이것은 내가 고기에 미련을 버릴 수 있었던 중요한 동기 중 하나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UN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지구 비건 식단이 탄소 완화 잠재력이 제일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의()와 식()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행동은 크든 작든 자연과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받아 든 비닐은 버려진 후에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그야말로 ‘쓰레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의 일차적인 당사자는 동물이자 환경이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이다. 육지는 이미 포화상태라 대부분의 썩지 않는 쓰레기들은 바다로 내몰리는데,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는 바닷새들은 장폐색으로 허무하게 죽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에서만 수거된 해양 쓰레기는 10만 톤에 육박했다. 양식을 비롯한 어업, 낚시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어망, 어구, 낚싯대 등)의 파괴력은 더욱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햇빛에 의해 분해되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지는데,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 위치한 인간이 섭취한다. 인간이 일주일에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신용카드 한 장, 한 달이면 칫솔 하나의 분량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흔적을 최소화하고자 사소한 행동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이렇게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구매했다.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들고 다니며 어쩌다 챙기지 못한 날에는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았다.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을 지양하고 불필요한 포장은 거부한다. 외식할 때 혹시 잔반을 포장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반찬통을 챙겨가곤 한다. 매주 나오는 페트병 쓰레기가 싫어 수돗물을 끓여 마시기 시작했고, 가끔 멀지만 비닐 포장 없이 과일을 살 수 있는 망원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간다. 조금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이다. 나도 처음에는 “예민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텀블러를 챙기는 수고로움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쓰레기를 줄이고, 바다 생물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종이컵을 통해 얻는 편리함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행동들은 한데 모여 실제로 직접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불필요한 포장을 최소화하겠다는 배송 업체,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전면 교체한 카페,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유행 등은 그냥 등장한 게 아니다.

“어쩔 수 없다”, “별 소용없을 것 같다”는 말로 얼버무리기에 우리는 꽤 다양한 선택지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신념을 바탕으로 돈을 쓰고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판 자체를 바꿀 수 있다.

LG Social Challenger 180800
LG Social Challenger 황가현 획, 언어, 숨결의 무게를 아는 창작자 작성글 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