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대학의 가벼움


글, 사진

대학의 본래 의미는 대인지학(大人之學), 즉 ‘큰 사람을 기르는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간 대학을 둘러싼 환경, 특히 구성원이자 소비자인 학생들의 변화는 급진적이었으며 그러한 변혁의 한 가운데에서 대학 역시 변화를 생존 요건으로 요구 받았다.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대학의 변화는 대부분 취업률이라는 숫자와 연관될 수 밖에 없었다. 대학 광고는 스스럼없이 몇 년도 몇 퍼센트, 최고 취업률을 자랑스레 내걸고, 공무원 사관학교라는 별칭을 스스로 붙이기도 한다.

취업자 양산에만 몰두한 대학의 내부는 드러나는 광고보다 더하다. 경영학과 경제학 등 실용학문으로 대표 되는 학과는 대거 집중 양성하는 반면, 이와 관련이 적은 학과는 축소 혹은 폐지하기도 한다. 최근 기업에게 재단을 영입한 중앙대는 유사학과를 통폐합하고 경영대, 공대, 의대 등을 집중 육성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언론의 몰매를 맞은 바 있다. 인문대와 자연대는 사실상 포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취업과 관련이 다소 먼 비인기 학과를 폐지하는 대학의 변명은 ‘경쟁력 확보’. 지난해 건국대 문과대학은 히브리중동학과, EU문화정보학과 등을 ‘학교 발전’ 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구조 조정을 하여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대학 측에서는 대학간 경쟁이 심한 현 상황에서 학문적 경쟁력이 약하고 취업이 여의치 않아 학생 스스로도 외면하고 있는 소규모 전공을 백화점 식으로 끌고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국대 역시 최근 3년간 취업률, 학생 충원 율 등 5개 항목을 평가해 올해부터 하위 학과의 정원 10~15% 줄여 신설학과에 배정하는 구조 정책을 마련했다. 이러한 평가로 몇몇 학과들이 폐과 위기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인기 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이 3학년 때 인기 학과로 전과하는데, 그러면 그 동안의 교육은 없어져 버린다” 며 “사립대 입장에서는 학교 경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취업률이 높은 학과를 키우는 게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밝혔다.

 

 

학생들 역시 취업에 유리한 실용, 응용 학문 위주로 몰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경영. 경상대 편중현상. 취업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대학생들에게 경영학은 당연히 밟아야 하는 절차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바로 복수 전공, 전과, 편입 등의 통로를 거쳐 경영학과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대 편중 현상은 경제 불황 속 취업난과 함께 학생들의 실용 학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졸업을 미뤄가며  경영학을 복수전공을 한 익명의 여대생은 “어문학보 다는 경영, 경제학을 전공하는 것이 취업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이력서에서도 본래 전공보다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말했다” 고 밝혔다. 경영학이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선택’이 된 셈.

또 다른 경영학과 복수 전공자 박민희(23, 숙명여대) 씨는 “인문학에 대한 무관심의 문제도 있지만, 몇몇 기업이 채용을 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경영학이 되는 경우가 있다” 며 “채용 절차에서 이루어지 는 자체 시험이나 면접에서도 사고를 요하기 보다는 경영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내용을 묻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경영대생 윤재원(26, 단국대)씨는 어문학 계열을 다니다 중퇴 후 경영학과로 진로를 바꾼 경우. 그에게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가며 전공을 바꾼 이유에 대해 “경영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매력을 느껴 전공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나” 며 경영학에서 배우는 내용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론이지만, 현실에서 가장 활용하기 좋은 과이기에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용학문 위주의 대학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경영학과가 대학의 이른바 ‘간판’ 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익명의 대학생은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과목들은 몇몇 과목을 제외하고는 인문학적 소양, 상식들을 겉핥기로 응용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경영학이 여러 분야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한 학문에 깊이 공부할 수 없는 것 같다” 는 생각을 전해왔다.

국제적인 평가, 기업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스위스 IMD가 평가한 우리 대학교육의 성적표는 참혹하다. 대학교육의 경쟁사회 요구 부합도는 2005년 52위, 2006년 50위.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난 2004년 기업 최고 경영자 198명의 대학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 분석한 결과 우리 대학교육을 ‘그저 그렇다’고 평가했다. 좀 더 최근인 지난해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2001년부터 2006년 중에 대학을 졸업한 전국 남녀 근로자 1,019명을 대상으로 대학교육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우리 대학이 기업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재학 당시 받은 대학교육이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은 일반 4년제 대학 출신의 경우 7.7%에 불과했다. 이렇듯 대학의 교육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대학이 인재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범재를 만드는 곳이라는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

1960년대는 대학 문리대의 전성기였다. 문리대는 학문의 중심지이자 대학문화의 중심지였다. 당시 이른바 문사철(文史哲)을 전공하는 문리대생들의 자부심은 컸다. 문과대학에는 지금의 경영대학처럼 청강을 하기 위해 몰려온 학생들로 늘 붐볐다고 한다. 문리대 입학생들의 성적도 최상위급이었다. 시대는 크게 변했다. 요즘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의 인기는 말이 아니다. 철학과나 역사학과 등 비인기학과는 통폐합을 통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뿌리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군 빌 게이츠는 “인문학이 없었으면 나도 없고 컴퓨터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 학문은 지양하고, 실용 학문 더 나아가 ‘취업만을 위한 학문’을 지향하는 대학의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지속되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윤리와 책임감, 창조성과 미래의 비전을 갖춘 인재는 절대로 취업용 기능교육 으로는 길러질 수 없다. 또한 기초학문의 발전 없이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대학의 실용학문 중심의 정책은 나무의 열매가 아름답다고 하여 그 열매만을 취하려고 하는 일이다.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명성과 본래의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글_변수진 / 15기 학생기자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 0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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