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이야? 학교야? 교내 편의시설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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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잽싸게 강의실을 빠져 나오는 K양. 동아리 활동이나 도서관등으로 공강시간을 보냈던 우리의 선배들과는 달리 K양이 향하는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샌드위치 전문점. 지각하지 않기 위해 급하게 나오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린 그녀에게 이곳은 간단히 끼니를 제공해주는 좋은 곳이다. 끼니를 떼운 그녀는 교내 서점에 들러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사고, 바로 옆에 있는 별 다방에 앉아 커피와 함께 독서를 하며 공강시간을 보낸다.교내 편의시설이 많아 ‘고려대학 코엑스’, 즉 ‘고엑스’라고도 불리는 고려대에 재학중인 여대생의 가상공강시간 풍경이다.



위는 고려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교문만 벗어 나면 즐비하게 펼쳐진 대학가 상권이 이제는 하나 둘씩 교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전 교내 편의시설 로는 학생식당, 이발소, 서점 정도가 전부였지만, 어느새 패스트푸드, PC방, 의류판매점, 휴대전화 매장, 극장까지 영역을 확장시키는 추세.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남대 김창근(24)씨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교를 이제는 문화의 전당으로 바꿔 불러야 할 것 같다” 며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캠퍼스 내 상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상업시설이 교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대학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대학 내 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 내 교육목적 이외의 시설 건립을 쉽게 하도록 한 내용을 담은 ‘대학 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을 올해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 내에 단순히 학생들의 편의에 도움이 되는 상업시설들과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상업시설인 대형할인점이나 유료갤러리, 병원 등까지도 대학캠퍼스 내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위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 못지않게 캠퍼스 내 상업시설 입점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캠퍼스 내의 상업시설 입점에 대해 대학생 총 100명 중 절반 이상인 59명이 찬성 했고, ‘학교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대학 생의 시각에선 긍정적인 목소리가 조금 더 컸으며, 이 중 캠퍼스 내
헤어샵을 이용한 김희정(21)양은 “공부하다가 시간내서 이용할 수 있고,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멀리 나갈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라며 시간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언제부턴가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버린 교내 편의시설, 성업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바로 업체, 대학, 학생의 이익이라는 3박자가 고루 갖춰졌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부실한 재정을 보충할 수 있고, 업체는 소비욕이 왕성한 학생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략하며 브랜드를 PR할 수 있다는 장점을, 또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편리해 진다는 장점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 교수님들 역시 캠퍼스 안 상가를 반긴다. “손님이 왔을 때 학교 안의 분위기 좋은 식당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입을 모은다. 학교주변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 이다. 굳이 학생의 신분이 아니더라도 대형쇼핑몰이나 영화관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퍼스 내 상업시설의 주요 고객이자 타겟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우리 대학생들이다. 대학생들이 소비하면서 생기는 수익은 업체들의 몫이 되고, 대학은 업체들로부터 상가임대료를 받게 되는데, 우리는 여기서 이 돈의 쓰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다시 대학생을 위한 복지시설이나 장학금확대로 이어지는지 알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70% 이상의 재정을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과거의 대학에 비해 상가임대라는 부가적인 수입원창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에 따른 등록금 인하는커녕 이익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대학이다. 일례로, 지난달 MBC 에서는 ‘부자대학과 가난한 대학생’이라는 주제로 등록금을 집중 취재하면서 부가적으로 교내 상가의 문제점을 방영한 바 있다. 내용에 따르면 등록금을 사용하고 남은 ‘이월 적립금’을 통해 학교는 건물을 신축, 이를 민간 업체에게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지만 완공한지 2년이 지나도록 임대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공간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러한 공간을 본 박두진군은 “건물자체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만들어졌는데 왜 이런 빈 공간을 썩히면서 작업실이나 실습실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돌려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의 최소한의 교육여건까지도 무심한 대학 측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K대학에서는 이월적립금 중 1,100억 이상을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는 의혹이 있을 정도로 우리 학생들에게 다시 돌아오는 혜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업체들로 시선을 돌려보자. 대학생들을 상대로 높은 수익을 얻는 업체는 어떠한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서울시립대 구희선군은 “학생이 주요고객이 되는 만큼, 업체는 수익금의 일정부분을 학교측에 장학금형식으로 기부하거나 학생들에 한해 새로운 형태의 적립 및 할인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업체의 도덕적 의무의 이행을 강조했고, 실제로 이화여대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례까지 소개해주었다.

얼마 전 교내로 들어선 유명호텔 직영레스토랑은 4~5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학생들이 전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고급 레스토랑, 영화관, 병원, 대형할인마트의 입점으로 인한 혜택은 미비하며, 이로 인한 학교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시설들로 인해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자칫 면학분위기 조성에 방해가 될 수 있고, 아직 경제관념이 부족한 저학년 학생들의 과소비를 조장할 수도 있다. 지성의 전당으로 대표되는 대학에서 관련 법개정으로 인한 전혀 엉뚱한 업종의 진출이 가능해진 현재, 이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소비의 배움이 아닌 학문의 배움이 선행되어야 하는 곳임을 잊지 말자.

글,사진_이지담 / 15기 학생기자
서울시립대학교 컴퓨터과학부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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