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졸업요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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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받기 위해 대학생들은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각 대학마다 다르지만, 대개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성적과 컴퓨터 자격증을 따야 한다. 졸업 이수학점을 다 채웠더라도,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이 발급된다. 수료는 졸업과 달리 단순히 대학의 전 과정을 마쳤다는 의미만 갖고 있단다.

성균관대의 졸업요건은 이른바 3품 제도다. 정보품은 컴퓨터 자격증, 국제품은 외국어 자격증,인성 품은 봉사활동(40시간)을 말한다. 3품을 갖추지 못해 졸업장을 받지 못한 바람에 취업이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고.

고려대는 재학생 모두가 제2전공을 이수해야 하며, 최소 5과목의 영어강의를 들어야 한다. 한자능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국가공인 한자시험에서 2급을 따거나, 학교에서 시행하는 한자이해능력 인증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전공 서적에 간혹 한자가 나오긴 하지만 공부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공대 생, 이과생 모두에게 한자 자격증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격증 때문에 실제로 많은 친구들이 방학 때 한자특강도 듣고 있고…” (고려대 공과대학 김진수)

숙명여대는 영어졸업자격시험을 통과하고, 정보능력을 인증 받아야 졸업이 가능하다. 영어졸업자격시험인 MATE는 학교가 개발한 영어 말하기, 쓰기 시험이다. 공인영어시험인 토익과 토플 점수는 인정되지 않는다.


“솔직히 MATE 점수는 취업원서 쓸 때 크게 도움이 안돼요. 첫 시험은 무료인데, 한번에 합격하지 못하면 그 이후엔 응시료를 내고 봐야 하죠. 두 번 이상 떨어지면 대체강의를 들을 수도 있지만 수업료도 만만치 않고, 대체강의 들은 선배가 말하길 방학에 수업도 들어야 하고,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숙명여대 이과대학 정OO)

졸업논문도 형식적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영어성적, 자격증을 중심으로 한 졸업인증제도로 졸업논문이 없는 학교도 많다. 졸업논문을 워크샵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5일간 2시간의 영어 강의와 토론으로 이뤄진 워크샵에 참석 한 후, 보고서를 제출해 인정받는다고 한다. 졸업을 앞둔 4학년 때, 연구수업이란 명목으로 논문을 쓰는 시간이 따로 주어지기도 하지만, 취지가 무색하게 개인적인 시간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졸업시험도 예외는 아니다. 4년간 배워온 전공에 대한 마무리 시험일진대, 정리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현실. 벼락치기는 여기서도 통한다.
“1,2학년 땐 졸업논문 하면 대학 공부를 마무리하는 대단한 과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졸업논문을 써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교수님과의 피드백도 없었고, 이전에 해왔던 과제하는 기분이었어요. 열정적으로 임하지 않았던 제 자신도 떳떳하진 않지만, 제출기간에 형식적으로 내고, 승인 받는 현실도 문제인 것 같아요.” (H대 이OO)

최근 자율전공학과가 생기면서 졸업논문을 강화하는 학교들도 있고, 천편일률적인 졸업인증제도에 변화를 꾀하는 학교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강원대의 졸업자격인증제도엔 ‘독서활동’이란 눈에 띄는 분야가 있다. 추천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제출(재학 중 최소 40권)하거나, 독서클럽에 참여해 인증 받는다고 한다.
경희대는 자기 전공분야에 필요 없는 자격증을 모든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 단과대학별로 졸업능력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경영대의 경우, 외국어 성적, 국가고시(사시, 행시, 외시, CPA, 세무사, 보험계리사, 변리사 등) 1차 이상 합격, 자격증(투자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 증권분석사 등), 전국 규모의 대학생 논문 대회 입상 등 일곱여 개의 요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면 된다고.

물론 자격증, 어학성적 등은 미리 따두거나 취득해두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허나 “저는 OO과를 졸업했습니다” 라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대학생이 몇이나 될까. 전공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졸업인증이 아닌, 취업을 우선시한 영어와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졸업인증,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글,사진_이금주 / 14기 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0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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