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가 쓴, 곰신 국방백서

군화가 쓴 곰신 국방백서

빨리 나가고 싶다. 밖에선 시간이 참 빨리도 흘렀는데 이곳의 시간은 도대체 멈춰버린 것인지 움직이질 않는 것 같다. 세상의 가장 구석진 모서리에 나만 홀로 외로이 있는 것 같다. 더운 밤, 전투복을 뚫고 물어대는 아디다스모기(학명: 흰줄숲모기)와 싸우다 지쳐 올려다 본 하늘에는 왜이리 별이 또 많은 것인지, 또 그 별이 나를 외롭게 만든다. 그렇지만 어디선가 나와 같이 그 별을 보고 있을 그녀 때문에 오늘도 더운 밤 졸음을 참아가며 경계근무를 선다. 나를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그녀, 그녀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그래도…… 그녀가 요정도만 딱 더 해주면 정말 좋겠다.

글,사진_인광수/14기 학생기자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03학번

아직은 사회의 때가 남아있는 훈련병 시절, 군대에 적응하기 위해 전화도, 텔레비전도, 국방일보를 제외한 신문도 볼 수 없다. 그야말로 사회와의 단절이다. 그래서 사회에 두고 온 그녀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이 최고조인 시기이다. 그리고 사격, 행군 등 온갖 훈련을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정말 피로한 시기다. 그렇지만, 틈틈이 그녀에게 편지를 쓴다. 많은 곰신들이 애인이 군대에 간 후 다음 등의 곰신카페에서 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곰신들과 함께 군화로부터 첫 편지를 언제쯤 받았는지 정보를 공유한다. 이 때 곰신들이 알아야 할 것은, 훈련소에서는 일반우편이 아닌 군사우편을 통해 편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입대하고 나서 최소 10일-15일은 지나야 편지를 받아 볼 수 있다는 것과 부대 상황에 따라 편지 도착 날짜가 군화 별로 며칠씩
달라질 수 있다
는 것이다. 결코, 군화들이 편지를 게을리 쓰거나
늦게 보낸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일찍 보내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첫 편지를 보내고 나면, 훈련병들은 그녀들의
편지를 오매불망 기다린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편지의 양이
다. 입대하는 날부터 매일 편지를 써놓았다가
한꺼번에 그것들을 첫 답장으로 보내주면 군화들의 피로는 그
순간모두 날아간다. 편지에 포함하면 좋은 내용들은 우선 곰신에
대한 믿음을가질 수 있는 내용과, 연예계 소식을 비롯한 사회
소식을 전해주면 좋다. 사회와의 단절감으로 힘들어하는 군화들
에게 곰신이 사회와의 연결통로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첫 휴가는 군화와 곰신이 가장 많이 깨지는 시점이다. 곰신은 항상 옆에 있어 주던 남친이 없으니까 외롭고 서운하다. 하지만, 군화는 내무실 막내 노릇 하느라 곰신 챙길 겨를이 없다. 최근 군대문화가 예전보다는 평등하게 바뀌고는 있지만, 그래도 막내는 막내다. PX한번 가는 것도 눈치 보이고, 전화도 자주 못할뿐더러 오래하기에는 더 눈치가 보인다. 기자가 근무하던 부대에는 약 120명의 부대원을 위한 전화기는 5대뿐 이었다. 이 시기에 곰신은 참고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군화들이 바라는 선물은 바로 초콜릿 같은 단음식이다. 군대에서 이등병들에게는 ‘오리온교’가 있다.


예비역 유영선(성균관대 03)씨는 “종교행사 갔다 오면 동기들
이랑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음주에 여기는 초코파이 몇 개 준다더라 그런 이야기만 했어요, 오로지 초코파이 받으려고
종교행사에 참여 한 거죠.”라고 말했다. 초코파이가 그리 소중한데, 하물며 곰신이 보내준 사제 초콜릿의 맛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특히 기념일에 보내주면 좋다. 같은 내무반 사람들까지 신경 써준다면 더더욱 고맙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케이크나 과일 등은 제품이 변질되어 배달 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곰신의 노력에 군화 역시 건빵의 별사탕을 모아서라도 달콤한 편지를 보낼 것이다.

첫 휴가 때, 검게 탄 군화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 곰신들은 썬크림 등을 보낸다. 그런데 최근 군대문화가 변해가고 있다고는 해도 계급별로 쓸 수 있는 제품들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곳들도 아직 남아있다. 예를 들어, 샴푸는 상병 때부터, 선크림은 병장 때부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예비역 이상환(강원대 04)씨는 “말 그대로 짬밥도
안 되는데 흰색 속옷이나 사제 팬티가 오면 당황
스럽죠.”라고 말한다. 군인은 보급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이것들은 곤란한 선물이 될 수 있다.
또, 여름이면 군화들은 땀띠와 냄새와의 전쟁을
벌인다. 특히 일이병 시절에는 이상하리만치
냄새가 많이 난다. 때문에 베이비파우더를
비롯한 더위 관련 제품 및 냄새 제거 제품도
센스 있는 선물이 될 것
이다.

병장시절에는 군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물들이 의외로 센스가 될 수 있다. 제대가 가까워진 병장들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며 미용에 부쩍 관심을 갖는다. 마스크 팩을 비롯해서, 자외선차단제 등 외모를 가꿀 수 있는 제품들은 병장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또한, 병장 때는 군생활 중에서도 시간이 가장 안가는 시기이다. 그래서 병장들은 어울리지 않게 십자수 등도 즐긴다. 그래서 군 주변에 십자수 가게가 종종 있다. 시간이 안가 지루한 군화에게 십자수 재료를 보내준다면, 멋진 십자수 선물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군대에서 몸짱이 되어 나오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은 보통 상병장 때 그것을 성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명한 곰신이라면 군화들이 여가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공부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압력을 하는 것도 좋다. 누군가는 몸짱이 되고, 자격증을 따기도 하는 군대에서 자신의 남친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상병 때부터는 바보군화를 위한 평강공주가 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군 시절은, 군화와 곰신 모두에게 힘들고 외롭지만, 지나고 나면 가장 추억이 남고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그 시절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 서로를 위한 멋진 센스를 발휘하는 군화와 곰신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_인광수 / 14기 학생기자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0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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