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졸업 앨범을 찍나


누구를 위하여 졸업 앨범을 찍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졸업 앨범 시즌이 지나갔다. 꽃이 활짝 
핀 봄 날, 졸업을 앞둔 이들은 취업에 대한 부담을 잠시 잊
었다. 어느새 친구들과 예쁘게 차려 입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집으로 날라온 옷 값 카드 고지서와 메이크업 
및 머리 손질 비용은 그들을 무겁게 압박해 오기 시작한다.

글, 사진_조수빈/14기 학생기자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04학번

온랑니에서 만나~

졸업 앨범 촬영을 두고 잡음이 일었던 것이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제작 업체들이 계약을 따 내기 위해 총학생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던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 매 해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던 것도 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최근에 이르러 업체 간 공개 입찰이나 지원 비용 공금 운용 등의 방법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졸업 앨범을 둘러싼 문화다. 특히 여대생들의 경우 그 문제는 배가 된다.

모 전문대 졸업 예정자인 여대생 K양은 최근 미용을 목적으로 한 고가의

   피부과 시술과 300만원을 호가하는 ‘지방 분해 주사’를 맞았다. 그녀가
     고가의 비용을 들여 이러한 고통(?)을 감수한 것은 오로지 졸업 앨범
       촬영 때문이었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졸업 앨범에서 누구보다 예쁘게
       나오고 싶었던 그녀가 결국 내 놓은 해결책이었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형 시술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다이어트나 고가의 정장 및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은 졸업 앨범 촬영에 임하는 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학 시절의 추억이 되어야 할 졸업 사진이 어느덧 ‘잘 차려 입은 정장과 신부 화장 못지 않은 화려한 치장’으로 점철된 것이다.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학생들의 생각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C대에 다니는 K양은 “옷 차려 입고, 평소와 다른 화장과 머리 손질 후에 찍는 사진이 과연 대학 생활의 추억이 맞나 하는 회의가 든다”며 현재의 촬영 문화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H대에 다니는 L양은 “어차피 같은 과 아니고서야 아는 사람도 없는데, 모르는 사람들 얼굴이 잔뜩 실린 졸업 앨범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졸업 앨범 필요성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나는 것과는 상관 없이, 여전히 졸업 사진 시즌이 되면 외모를 치장하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 졸업 앨범 촬영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고, 촬영 자체를 하지 않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하는 이들은 여전히 이렇게 공을 들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다 하기 때문’이다. 졸업 앨범 촬영 문화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차려 입고’ 혹은 ‘꾸미고’ 촬영해야 하는 것으로 정착하다 보니 으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C대에 다니는 J양은 “별로 찍고 싶지 않았지만, 다들 찍는 분위기라서 결국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옷을 사고, 화장을 하는 것도 평소에 전혀하지 않던 일이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 나만 하지 않는 게 더 튀는 행동인 것 같고 괜히 분위기를 흐리는 일인 것 같더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분위기에 휩쓸렸음을 고백했다. J대에 다니는 P양 또한 “주변에서 다 찍는 다고 하니까 떠 밀리듯 찍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찍으면서도 이렇게 돈을 써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라고 말하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서로가 눈치를 보다가, 결국 해야 하는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면 본인의 뜻과는 다르게 돈을 들여 치장을 하고 사진을 찍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대학 졸업 앨범이, 일부 결혼 정보 회사 및 결혼 중매에 활용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소위 ‘명문대’로 분류되는 대학의 졸업 앨범은 이후 중매에 적극 활용 된다는 사실은 대부분 학생들이 한 번쯤은 들어본 내용이다. 그런 만큼 최대한 예쁘고 정돈 된 모습으로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L여대에 다니는 K 양은 “솔직히, 여자 친구들의 경우는 다들 앨범이 어디로 간다는 것을 다 알고 의식하는 편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더 잘나오고 싶은 것 아니겠냐.”고 이야기하며, 지금과 같은 졸업 앨범 촬영 문화의 원인을 꼬집었다.

단 한 번의 촬영을 위해, 새로운 옷을 구입하고 치장에 돈을 아끼지 않는 현 문화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학 생활의 추억과, 졸업을 기념하기 위한 본연의 취지에도 이미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졸업 앨범 촬영 문화, 나아가 졸업 앨범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졸업 앨범 촬영 비율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대학생들 의식 변화의 뒤에는 단순히 문화에 대한 회의감 외에 또 다른 원인도 숨어
있다. 우선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어, 이전처럼 기념 사진의 의미가 많이 퇴색한 탓이다. 이제 학사모 사진은 졸업식에서도 쉽게 찍을 수 있게 됐고, 잦아진 휴학 등으로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많은 학생들은 졸업 사진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과 친구 몇몇과 기념하자고 앨범 비용 및 준비 비용을 들이기는 싫다는 것이다. 기념할 수 있는 사진이 흔해지니, 이렇게 꾸미고 찍는 문화 또한 합리적인 것을 따지는 대학생들에게 점점 부정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촬영 문화의 개선은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졸업 앨범이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많은 학생들은 ‘진짜 대학생활을 기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졸업앨범 촬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대학 4년을 사진과 앨범으로 충분히 기념하고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또한 졸업 앨범 문화가 개선 된다면, 촬영하지 않았던 이들도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0대 초반을 보내는 ‘대학생활’을 충실히 기념할 수 있으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졸업 앨범의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

글,사진_조수빈 / 14기 학생기자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0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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