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거 알지만 그래도…’ 팀플에 대한 속사정


아닌 거 알지만 그래도...

이  이따 밤 10시에 들어와.
부모님의 걱정 어린 당부가 아니다. 이번 학기 세 개의 팀플
을 하고 있는 L양의 핸드폰  문자다. 내용인즉슨 온라인으로 
팀플 회의를 하자는 것.
 네이트온 10시  가 대학생들의 새로운 통금시간이 된 지는 
오래다. 밤 10시, L양은 부랴부랴 컴퓨터를 켠다. 대화 창에 
속속 모여든 팀원들, 이내 회의가 시작된다. 얼마쯤 지났을
까,  그럼 자기가 맡은 부분 내일 밤까지 클럽에다 올립시
다.  회의는 마무리 됐고, L양은 그렇게 팀플 한 개를 끝냈다.

글, 사진_이금주/14기 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06학번

온랑니에서 만나~

중간고사가 끝났다 싶더니, 이번엔 팀플(팀 프로젝트의 준말)의 압박이 밀려온다.
협동심 향상, 적극적인 수업 참여 효과를 노리는 팀플, 좋은 취지임에는 분명하지만 한 학기 평균
2개 정도의 팀플을 해야 하는 학생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고 했던가. “팀플은 함께하면 두 배가 되고 나누면 반이 된다”는 웃지 못할,
우스개 소리도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팀플이 점점 더 형식적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늘어난 팀플 만큼이나 대학생들의 팀플 방법도 변했다.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팀플 장소가
옮겨졌다.

“온라인 메신저로 회의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다들 바빠서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딱히 만날장소도 마땅치 않고요.”
(K대학 경제학과 B양)

공강시간을 활용하려고 해도 팀원들 모두가 만나기 어렵고, 방과 후에는 개인적으로 일들이
있어 시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란다. 만날 장소가 충분치 못한 것도 대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만나는 이유라고. 실제로 팀플을 하려는 학생들에 비해 세미나 실은 턱없이 부족
하다. 수업이 없는 빈 강의실을 찾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매점이나 학교 내 커피숍 같은 장소
에 만난다 쳐도, 팀플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기란 사실상 어렵다. 시간과 장소라는 물리적 제약을
들어, 대학생 사이에서 온라인으로 팀플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혹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온라인 메신저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 맡은 부분을 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죠.혹 수정
하거나 추가할 것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서 의견을 남겨요. 그리곤 마지막에 한 명이 취합해서 과제
를 냈습니다.”
(S대학 섬유 공학과 L군)

이렇게 온라인으로만 소통을 하다 보니, 과연 팀원들이 누군지는 알고 과제를 하는지 모를 형편이
다.

누구를 위한 팀플인가?


오프라인 모임 한번 없이 어떻게 팀플이 가능할까?
L군은 “대형강의인데다 조사한 자료를 정리해서
발표하는 정도의 교양과목 과제여서 굳이 만날 필
요가 없었다”
고 했다.
수강생이 100명이 넘는 강의의 경우, 팀플이 얼마
나실효성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제작을 해야 하거나,
실습, 실험 위주의 과목에는 팀플이 효과적이겠지
만, 분석이나 토론이 필요하지 않은 과제를 굳이
팀플로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강생이 많아 팀이 10개 이상 만들어지면, 과제에 대한 충분한 피드백을 받는 것도 어렵다.
모든 팀이 발표를 할 경우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가 생긴다. “팀플 발표를 하는데 3주 정도 걸리
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팀들이 준비한 내용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 교수님의 강의가 줄
어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E대학 사회과학부 K양)

팀플 발표에 2~3주 정도 할애하는 것은 적게는 6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에 이르는 강의 시간을 쓴다는
것이다. 결국 팀플 발표로 수업을 대체하는 셈인데, 그 내용이 그만큼 깊이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교수님은 알고 계신다


몇 년 전까진 있었던 팀플이 없어진 과목도 있다.

“수강생이 2배 가까이 늘어 피드백을 해주기도 힘들고, 수업
진도를 나가면서 발표까지 겸하기에는현실적으로 어렵습니
다.”
(E대학 K교수)

더불어 학생들이 예전만큼 팀플에 시간을 할애해 열심히 하지
않는것도 팀플을 없애게 된 이유라고.교수님들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회의, 무임승차하는 팀원들의 문제를 알고 있다.
따라서 팀플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팀 별로 같은
점수를 주지 않고, 조원평가를 통해 다수의 팀원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팀원은 점수를 깎기도 한다. 또, 팀플 발표
시 발표자를 당일날 교수님이 정해주는 경우도 있다. 모든
팀원이 팀플에 참여하고 과제 내용 전반을 숙지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기존 팀플의 한계를 느끼고, ‘PBL(Problem-Based Learning)’을 도입한 수업이 좋은
반응을얻고 있다. PBL이란, 문제중심학습으로 수업에서 제기된 문제와 질문을 학생들이 주체적으
로 해결해 나가는 수업방식이다.

“PBL 수업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주체성과 협동심을 기존 팀플에 비해 한층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부 권성우 교수)

수업시간에 중요시 다룬 문제, 제기된 문제를 실생활과 연관시켜 토론을 통해 문제해결방법을 찾는
PBL 수업, 문제해결을 위해 좀 더 알아야 할 내용들을 학생들 스스로가 찾아서 공부하는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성공적인 팀플을 위해서 팀원이 만날 수 있는 충분한 장소(Place), 교수님들의 열정(Passion),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Participation)가 갖춰져야 한다. 팀플은 수업의 연장이다. 팀플 발표후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교수님과 학생들의 활발한 피드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팀
플이라면 교수님들은 제자들과 함께하는 연구로, 학생들은 ‘몇 팀 과제’가 아니라 ‘내 과제, 우리 과
제’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_이금주 / 14기 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0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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