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초 학력 저하에 대한 단상


대학생 기초 학력 저하에 대한 단상

대학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라는 말은 그리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지만, 오히려 몇 년 사이 당연한 말처럼 굳어져 버렸기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학력평가를 위한 모의고사까지 
출판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씌어진 억울한 
이름표인가? 기초 학력이 과연 시대별로 비교 측정이 가능한 
것인가? 단어가 가진 의미 자체에 여러 가지 의문이 들지만, 
실제 대학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보아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을 맞이해, 
대학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라는 단어로 정리되는 몇 가지 
모습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글,사진_조민경/ 13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2학번

대학생이 대학생에게 과외를 받는다고요?

대학생들에게 과외를 알선해주는 과외 소개 사이트에서는 심심치 않게 대학생들이 과외 교사를
구한다는 글을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이 전공 수업에 필요한 수학이나 과학, 영어과목의 보충
공부를 도와줄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것이다. 또, 교수들이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이 있어도,
대학생들이 못 따라와 교과 과정을 재구성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모자라 실제 대학 공부에 어려움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요즘 대학가에서는 대학생들이 강의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초 지식이 없어
쩔쩔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공대생이 만화를 그렸는데, 외계인 ET 교수가 칠판 앞에 서서 외계어로 뭐라고
강의를 하고, 학생들이 교수의 말을 못 알아 듣겠다며 담배를 피우는 내용이었어요. 공감이
가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가끔씩은 고등학교 때, 수능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해서
전공 공부에 필요한 수학 실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B군. 건국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03학번)

이공계열 공부야 워낙 기초 지식으로 요구되는 양이 방대하고 내용이 어려워 전공 공부가
힘들다고 하는 말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요즘엔 문과 계열 전공 강의실에서도 진땀을
흘리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자로 기록된 작품을 강독할 때엔, 교수님 발음을
쫓아 한자 밑에 한글로 한자의 음을 적느라 바쁜 모습들을 많이 봐요. 작품에 대한 이해는
커녕, 내용을 따라 읽기에도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속성으로 한자를 배우는 사설
강의는 방학 때마다 마감되기 일쑤죠.”
(S군.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4학번)

대학생들의 학력저하, 그 원인은?

이처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대학생들의 기초학력 부진 현상. 그 원인은 무엇일까?
2007년 12월 문화일보가 발표한 대학평가위원 교수 80명(77명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 신입생의 학력 저하 요인으로, 설문 응답자들은 고교 교육의 미흡(50.41%)을
꼽았다. 구성원 간에 학력 차이가 심하고, 학생들의 실력을 키우는 교육 과정보다 수능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교육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능시험이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 점점 자격 시험처럼 난이도가 낮아지고 있는데다,
시험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교수들은 수능시험의 적정
난이도를 유지해 학생들의 변별력을 높여야 하고, 기초과목 필수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대학 입시 제도이다. 다양한 입시 제도는 대학 입학의 문을 열어놓았지만,
그만큼 변별력은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어학실력이나 각종 대회 수상 경력을 인정해주는 특기생의 입학이 늘어나고 있고, 실업계 고등학생
들의 대학 입학 전형이 주목 받는가 하면, 신입생 모집란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이공계열에
문과생들의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외교사 알선 사이트에서는 문과에서 교차지원을 해 대학에서 이공계열 전공을
선택했으나, 이해가 어려워 과학공부를 도와줄 과외 교사를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문제는 있다. 요즘의 대학은 더 이상 과거의 상아탑이 아니다. 오히려
취업 교습소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진득하게 앉아 학문을 연구하며 실력을 쌓기에는
너무 바쁜 것이 현실인 것이다. 취업에 필요한 대외 활동이나 공모전,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자격시험 공부를 하기에도 그들은 시간은 빈틈이 없다.

대학가의 움직임

이런 현상을 눈 앞의 현실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학교들이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학과별로 해당 학과의 교수가 일학년들에게 대학생활, 공부계획, 공부방법과
진로에 대해 알려주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교과과정에 대한 이해가 학업 성취의 정도와 연결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또, 올해부터 운영되는 서울 캠퍼스의 기숙사는 숙식 제공의 개념에서 벗어나 공부하는 기숙사를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의 열정이 공부하지 않는 열정이라면 죄송합니다. 서강대는 열정적이지 않습니다.” 등의
인쇄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서강대는 엄격한 수업 덕분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서강 고등학교라고
불릴 정도다. 대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쓰기와 읽기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이 두 과목을 일학년 때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장치를 갖추었다. 더군다나
이 두 과목은 지정 좌석제라 대리 출석이나 결석, 지각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매주 숙제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또 서강대 이공계 학과의 경우 주말에 보충수업도 종종 이루어져
학생들에겐 당연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경문대의 경우, 지방 대학으로 갈수록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낮아진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해진 수업 시간 외에 학생들의 기초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기초 영문법이나
영어회화 강의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은 점점 추락하는 대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보완하고자 대학교를 졸업할 때, 제 3의 기관에서 졸업학력 인증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대학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글,사진_조민경 / 13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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