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빛의 찬란한 향연 동덕여대 천연염색 동아리 ‘재료미술연구회’

이렇게 색이 예뻐요~ 란 소리와 함께 재료미술연구회의 보물 상자에서 눈부신 색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둘둘 말린 천들을 펼쳐 놓으니 참 곱다. 천연재료로 염색한 천들은 은은하면서도 강한 빛을 지녔다. 무미건조한 공간에 찬란한 색을 입혀주는 그녀들은 마법사 같았다.

글, 사진_조민경/13기 학생기자/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2학번

동영상_정재윤/13기 학생기자/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06학번

고운 색에 담긴 고운 이야기들

붉은 색을 내는 염료 중 하나인, 홍화 꽃잎을 사십 일쯤 물에 담가 두었다가, 불려진 꽃잎 덩어리를 무명 주머니에 넣어 동물성인 노란 색소가 빠질 때까지 치댄다. 잿물 역할을 하는 과산화수소수를 풀어 붉은 색을 뽑은 다음엔 산성인 오미자 물을 넣어 중화 시킨다. 이렇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얻은 붉은색 물에 무명을 담가 꽃물을 들인다. 무명은 홍화 꽃잎이 우러나온 물 속에서 휘휘 몸을 푼다. 이렇게 꽃물이 들여진 무명을 바람에 말리니, 말 그대로 꽃 분홍 색이다.
 
이것은 천에 꽃물을 들이는 과정이다. 이렇게 천연염색에는 과학이 녹아 있었다.
옛날에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천연 염색을 할 때에는 많은 양의 재료를 번쩍 들어 올릴 만큼 체력도
좋아야 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끈기도 있어야 한다.
염색제가 가득 든 양동이를 번쩍 들어 물을 따라내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기자에게 재료미술연구회 회원들이 웃으면서 말한다.

“학기 초가 되면 동아리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생각보다 힘든 과정에 빠져나가지만, 남아 있는 회원들은 꾸준하고 왕성하게 활동해요. 체력소모가 많아서 밥을 아주 푸짐하게 먹고 염색을 시작하죠!” (정운정/회화과 3학년, 회장)

“지난 주말에도 나주 쪽 밭에 쪽 따러 갔다 왔는걸요. 동아리 활동이 있는 주말이면 아무것도 못하죠. 하지만 재미있어요!” (강민정/회화과 3학년)

그러나 체력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과 열정이다. 날씨와 재료의 상태를 체크하고, 개량화 되지 않은 재료의 양을 결정해 어떤 색이 나올지 상상하는 것은 경험의 힘이 크다. 그렇게 염색한 천을 오리고 이어 붙여 염색한 천 이상의 것-인형, 이불, 보자기, 가방 등-으로 만드는 과정은 열정과 재미가 없다면 지루하기만 할 것이다.

 
2002년 천연 염색을 연구하던 교수님을 돕다가 교수님의 제안으로 창단된 동덕여대 재료미술연구회(이하 재미연)는, 보통 2주에 한 번씩 모여 재료 채집 여행을 가거나 염색을 한다. 재료 채집 여행은 멀리 가야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여행이고, 재료 채집도, 염색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주로 주말에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한다. 주말에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연애를 하는 친구가 별로 없다면서 쑥쓰러운 웃음을 짓는 회원들. 염색을 할 때는 바람부는 실외가 좋아 주로 학교 뜰에서 하는데, 겨울에는 춥고 날씨도 별로라서 주로 염색해 두었던 천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천연 염색의 무궁무진한 매력

빨랫줄에 걸려 바람에 나풀거리는 천을 들어 냄새를 맡아봤다. 설마 했는데 정말 냄새가 났다. 각각의 천마다 다른 냄새가 났다. 어린 풀의 비릿한 냄새가 나는 천도 있고, 톡 쏘는 냄새가 나는 천도 있었다. 재미있었다. 천들에 재료들의 색뿐만 아니라 냄새까지도 같이 묻어져 있었다.

재료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천들은 빨랫줄에 널려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람에 풀어내고 있었다. 은은하고 깊으면서도 강한 색으로.

천연 염색의 염색제는 무궁무진하다. ‘코치닐’(선인장에 기생하는 벌레) 암컷 말린 것을 갈아 염색하면 선명한 분홍색이(코치닐은 분홍색을 내기 위해 딸기우유에도 들어간다고 한다.),

‘울금’으로 염색하면 카레 냄새가 나는 노란색이, 그리고 ‘쪽’으로는 푸른 색을 내는데, 붉은 색으로 염색되는 ‘홍화’와 번갈아 염색하면 보라색이 나온다.
천연 염색의 매력은 이 같은 다양함에 있다. 재료의 종류도, 결과도, 시간이 흐르면서 색이 변하는 정도도, 응용분야도 무궁무진하다. 날씨, 재료의 상태, 천의 종류에 따라서도 색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 날 그 날 염색 결과가 달라서 재미있고 신기해요! ” 라고 말하는 신입회원의 웃음이 싱그럽다.
 
천연 염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재미연에서는 염색한 천의 조각을 이어 붙여 보자기를 만들고, 스카프 천을 사다가 염색해 축제 때 판매하기도 하는데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 덕분에’ 인기가 아주 좋다고 한다. 각자의 작품 활동에 천연 염색을 응용하기도 하고, 북아트에도 응용해 수첩의 표지를 천으로 씌우기도 하고, 다양한 색의 천을 보기 좋게 배열한 뒤 꿰매 이불보를 만들기도 한다.
 
재미연 회원들은 보다 다양한 표현을 위해 방학동안 바느질 스터디도 한다고 하니 그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또, 천연 염색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 컬러 EXPO에 참가해 염색 시연을 하기도 하고, 직접 뜬 닥종이를 염색해보는 체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천연 염색을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는 재미연 회원들은 염색한 천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활동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천연 염색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진초록의 잔디 위에 염색한 천들을 펼쳐 놓고 사진을 찍을 때, 앵글 사이로 쏟아지던 선명한 색들과 재미연 회원들의 웃음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글_조민경 / 13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2학번

동영상_정재윤 / 13기 학생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0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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