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는 리더(READER)가 없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향하는 3학년 S군. 중앙도서관 243번 자리는 그가 좋아하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 앉으면 집중도 잘되고 좋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중앙도서관(이하 중도)에서 열람실 이외에는 이용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사실 도서관이란 명칭이 무색하죠. 그냥 독서실, 열람실 정도의 의미만 있다고 여겨지거든요.” 이러한 의견은 비단 K군만의 경우만은 아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중도를 개인 공부하는 공간, 시험기간에 열공하는 공간 정도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어느 학교의 도서관 보유 장서 현황 보다 열람실 좌석 수나 시설 등이 비교 대상이 된 지 오래. S군 말처럼 더 이상 ‘중도’라는 공간은 학생들이 교양을 쌓고, 자신의 취미에 맞는 독서를 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도서관에서 책을 아예 빌려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요즘 대학생들의 독서문화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겨울방학,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어떤 도서들을 많이 대출했을까? 전국의 대학 중 단순임의추출로 선발된 대학의 도서관을 통해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대학교마다 각양 각색의 특징들을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중 눈에 띄는 사항들로 몇 가지 추려보면, 첫 번째는 판타지, 무협 소설들의 두각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부터 시작해 <묵향>, <비뢰도> 등 상위 랭크에 이 같은 도서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뻔하긴 한데 재미있잖아요. 지루하지도 않고… 우선 쉬워서 좋더라구요.” 평소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는 다는 O군의 말이다. 두 번째는 수업 교재이다. 대학에서 교재로 이용하는 도서들의 경우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원서에다가 국내에서 구하기도 힘든 경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학생들은 이러한 수업 교재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 학기를 버틴다. 취재 중 만난 L군은 “교재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차라리 한 학기 분 연체료 내는 게 더 싸니까 한번 빌리고 반납 안 하죠. 아니면 제 친구는 둘이서 서로 예약하고 빌리고 번갈아 가면서 그렇게 대출하던데요.” 라고 털어놓았다. 심지어는 인기 있는 교재의 경우 자신만이 독차지 하고 보기 위해 원래 있는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꽂아놓고 본다고 한 도서관 사서는 털어놓았다.
세 번째는 일본 문학작품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등 일본 작가들의 글들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글에 있어서 만큼은 반일 감정보다는 책 그 자체로서 읽혀졌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우리 한국인 정서와 비슷한 점이 많고 대학생들 역시 이 점에 의해 많이 읽지 않았나 싶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도서관에서 대출되는 도서들을 통해 현재 대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조금은 이해할 법도 하다. 결국 위와 같은 흐름으로 인해 다음 표와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

번호 제목 대출횟수
1 비뢰도= (The)greatest swordsman. 1- 1072
2 묵향 1-21 962
3 다크메이지 1-15 795
4 좀머씨 이야기 646
5 하얀 늑대들 1-12 581
6 드래곤 하트 1-10 511
7 (崔明姬 장편소설)魂불 1-10 503
8 SKT= Swallow knights tales 1- 471
9 로마인 이야기 1-14 466
10 아독 1-16 450

(자료제공:J대 중앙도서관.2006년)

번호 제목 대출횟수
1 (小說)英雄門 제1부-제3부 987
2 (趙廷來 大河小說)아리랑 1-12 874
3 土地 1-16 583
4 (李文烈 평역)三國志 제1권-제10권 492
5 대란 1-7 464
6 람세스 1-5 435
7 (趙廷來 大河小說) 太白山脈 394
8 임꺽정 1-10 392
9 (서효원무예소설)대곤륜 1-4 372
10 (金庸 大河歷史小說)華山論劍 1-18 364

(자료제공:J대 중앙도서관.1997년)

위 표는 J대학의 1997년 대출 현황과 2006년 대출 현황을 비교한 데이터이다. 97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그리고 지금도 독자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대하소설, 고전 들이 대출 순위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2006년 순위에서는 <혼불> 하나에 불과하다. J대 도서관에서 15년째 근무한 한 관계자는 “읽기 편하고 쉬운 책들을 위주로 대출해가고 있어요. 그리고 둘러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서관에 책을 읽는 학생들이 많이 없어요. 전부 자리에 앉아서 토익공부, 한자공부, 고시공부 하고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도서관에 ‘리더(reader)’는 없는 것이다.
국내외 유명 CEO들과 성공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독서를 하는데 있어서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게 무협지, 판타지, 대하소설, 고전 등 어떤 책이 더 중요하고 소중하고 어떤 책이 덜 중요하다는 뜻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대학생이라면 자신만의 기준과 가치관, 사고를 가지고 독서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직 한달 정도 남은 방학기간 동안 토익 책과 각종 자격증 준비에 지쳐있을 때, 양서 하나를 읽으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대학생들은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글,사진_이상엽 / 12기 학생기자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0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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