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독서실태, 무엇이 문제인가?













한 해를 정리하며 각 대학 도서관에서 통계 내린 도서대출 순위를 살펴보면 최근 대학생들의 독서실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소재 13개 대학 중앙도서관의 10위 권 내 소설의 대부분을 일본소설이 독식하고 있고, 나머지는 토익이나 자격증 관련 실용서가 자리를 채우고 있는 실정. 고전이 외면 받는 것은 이미 2000년 이후로 꾸준히 문제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훨씬 악화되었다는 것이 학교측의 우려 섞인 반응이다. 이런 현상과 관련한 대학생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입학 당시엔 고전들을 다 읽어볼 계획이었지만 바쁜 학사 일정에 영어공부까지 하다 보니 독서할 시간이 없다.(동국대학교 사회과학부 이한민)”며 독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가 하면, “고전의 중요성을 설명해주지 않고 무조건 읽으라는 분위기도 문제인 것 같다.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골라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법 이라고 생각한다.(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수현)”며 고전의 필요성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요구하기도 한다.
편중된 독서실태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중고 시절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독서와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이 현실이며,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 또한 베스트셀러에 국한되어 있어 아쉬움을 낳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형중 씨는 “꼭 대학생들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사회 전체가 인문학적, 철학적 생각을 하게끔 하지 않는데 당연한 결과다.”라며 지금 우리 나라의 전체적인 독서 분위기를 우려한다.
대학마다 통계방식이 다르고 대출순위로 독서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한계가 있음을 감안해도 대학생들에게 전통적으로 사랑 받아온 고전과 이론서들이 외면 받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인 셈이다.



대학생들은 물론 교수, 출판 관계자들 모두 편중된 독서실태의 주 원인으로 취업대란을 꼽는다. 입시보다 더 치열한 취업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입학과 동시에 취업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최근 대학가의 분위기. 진정학 학문 탐구를 추구하는 지성의 공간이 지식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97%가 “독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답하면서도 평균 독서량은 일주일에 한 권이 채 되질 않는 것이 태반인 것을 살펴보아도 현재의 독서 실태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이렇듯 취업을 대비한 실용서 위주의 독서는 또 하나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각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신입사원들의 작문과 말하기 능력의 수준 미달을 지적하며, 이에 따라 타인의 의사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제기한다. 단순한 영어 성적 올리기나 자격증 획득에 치우친 독서 실태가 불러온 또 다른 문제점인 것이다. “학과 공부와 영어는 기본에,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취업 필독서만 해도 그 양이 엄청나요.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지 책을 펼치는 것 조차 부담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이화여자대학교 인문학부 정미나)” 결국 진정한 학문의 탐구가 아닌 취업을 위한 통과 의례로 전락한 대학교육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대학생 독서실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저학년 때는 고전과 필독서를 통해 전반적인 논리력과 문장력을 키우고 취업을 앞둔 고학년은 경영, 사회 필독서를 통해 면접 밑천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즉,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 전반적인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독서를 통해서 자연스레 얻어지는 인문학적 교양은 학생 스스로의 내적 발전은 물론 취업의 실질적인 준비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졸업과 동시에 S그룹에 입사하는 한 학생은 “독서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틈틈이 읽었던 ‘조지 오웰’의 작품이 면접을 볼 때 큰 도움이 되었다.”며 면접 당시 좋아하는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리하게 답할 수 있었던 일화를 전한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성천 교수(문학평론가)는 최근 대학생들의 독서 실태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식은 확장했을지 몰라도 사유의 깊이는 전혀 깊어지지 않았다”며 무조건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분위기를 지적한다. 또한 “고전은 단순히 오래된 작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동시대의 필요성과 함께 현대적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고전의 힘이며, 그런 이유로 폭 넓게 사유하기 위해선 고전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들은 인터넷을 통한 손쉽게 얻기 쉬운 지식에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과연 모두가 쉽게 공유하는 얕은 지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선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취업 대란 속에서 급급하게 해치운 독서와 단순한 재미에 치중한 독서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비판적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흔히 “책 속에 진리가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 독서 실태의 문제점과 원인, 그리고 대안 또한 책 속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사진_이유진 / 12기 학생기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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