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T HAVE ‘열정’ 관동대학교 해비타트 동아리 ‘KUH(쿠우)’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도심에서 한 발짝 물러난 곳에서도 산언덕배기를 한참 더 올라간 양지바른 곳. 아직 새벽공기가 채 걷히지 않았건만 하얀 외벽이 인상적인 주택 4채가 마무리작업이 한창이었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지붕 위에 올라가 전선 설치작업에 한창인 사람들을 올려다 보면서 동아리 사람들을 찾던 찰나, 한 눈에 봐도 앳되어 보이는 여학생 십 여명이 파이프를 이리저리 들면서 우르르 몰려다닌다. “혹시 관동대학교 해비타트 동아리 부원이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자 “네 저희가 ‘쿠우’에요.” 하고 대답하는 사람들. 왠 음료수 이름을 말하나 싶어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관동대학교 해비타트의 영문이니셜 머리이름을 딴 애칭이 ‘쿠우(KUH)’란다. 너무 커서 머리에 잘 맞지도 않는 안전모를 눌러쓴 채 아침부터 꺄르르 웃어대는 동아리 사람들의 상쾌한 웃음소리가 태백의 조용한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해비타트(Habitat)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국제적인 운동을 말한다. 1976년 미국인 변호사인 밀러드와 그의 부인 풀러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민간 기독교운동단체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전세계 79개국에서 1700여 개가 넘는 지회가 활동하는 글로벌 단체로 성장하였다. 한국에서도 지난 1980년대부터 일찌감치 민간봉사활동으로 자리잡아 현재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대학의 관심과 호응도 매우 커서 아주대, 서울여대, 호서대, 한동대 등에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고 오늘의 주인공인 관동대학교도 2003년 이래 4기 째 동아리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쿠우는 평범한 동아리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특별함이 있었다. “우리 쿠우는 동아리이기도 하지만 해비타트라는 자체로만 보면 전문단체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요. 동아리가 세분화 되어있고 전문화되어 있죠. 다른 동아리에서도 주말건축 등으로 자원봉사를 오면 우리 쿠우가 할 일을 배분해주거나 지정해 준답니다. 저도 크루리더라는 현장책임자격의 직책을 종종 맡곤 한답니다.” (회장 강희창)




건축현장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새로 건물을 올리는 작업보다는 기존의 건물을 올리기 위해 설치해 놓았던 보조장치를 철거하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오늘의 주된 일과. 특히 쿠우의 경우 건축봉사동아리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남자부원보다도 여자부원의 비율이 훨씬 높다 보니 위험하거나 힘든 일보다는 간단하면서도 손쉬운 일들을 주로 맡고 있었다.. “남자들은 노가다 시킬까 봐 잘 안 들어오는 것 같아요. 아, 그럼 여자들은 왜 많냐구요? 남자들이 많을 것 같아서 들어온 건가? ^-^” 동아리 회장님이 기자에게 농담을 하자 주변의 동아리후배들이 모두들 “아니에요!”를 합창을 한다.
시선을 돌려서 건축현장 옆 넓은 공터를 봤더니, 건축자재들을 한 가득 쌓아놓은 곳에서 아까부터 파이프만 이리저리 나르는 여학생들이 눈에 띈다. “왜 아까부터 파이프만 날라요? 집 지으러 왔으면 못질도 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니에요?” 하고 살짝 놀림 섞인 질문을 날렸더니 “처음 동아리활동에 참여해서 단순노동밖에 할 것이 없어요.”(간호학과 1학년 김민정) “별로 할 일이 없어요. 일 안하고 배고플 때가 제일 힘들어요.”(간호학과 1학년 김수진) 라는 애교 반, 불만 반 섞인 새내기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저는 두 번째 나오는 건데요. 처음엔 하루 종일 못질만 했어요. (웃음) 그런데 오늘은 회장오빠가 펜치를 주더니 하루 종일 철사만 끊으래요.”(경찰행정 2 김슬기)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햇살이 가득 내려 쬐는 가운데, 입주가정을 위한 놀이터가 만들어질 공간에서 ‘왁자지껄, 복작복작’ 모두가 즐겁게 집을 짓고 있었다.




이날 주말건축현장에는 쿠우만 단독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연세대학교 팀을 비롯하여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봉사 동아리 등 다양한 팀들이 하나가 되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에게 “기자니~~임, 여기 와서 같이 못질 하셔야죠.” 하며 성화인 사람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는다.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관동대학교에서 영어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해비타트는 캐나다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활동단체랍니다. 직접 참여해 보는 것은 한국에서가 처음인데 즐겁네요.”(나스라. 캐나다) 중국에서 왔다는 유시사도 한마디 거든다. “한국 친구들과 특별한 경험을 갖게 돼서 기뻐요. 앞으로도 계속 참가해서 좋은 추억 만들고 돌아가고 싶어요.”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즐겁게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거의 매달 주말마다 건축봉사활동을 해왔다. 여름방학 때면 전국의 대학생들이 한곳에 모여서 집을 짓는, 번개건축이라는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학을 반납하다시피 한다고 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국내로는 성이 차지 않아 파키스탄까지 날아가 해외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다들 미쳐서 하는 거죠. 해비타트에 한번 중독되어 보세요. 해피 바이러스를 끊임없이 전파시키게 될 겁니다.”

거의 모든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 동아리회장님은 여전히 지붕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들은 지붕작업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집을 다 짓고 지붕 위에 앉아서 탁 트인 주변을 둘러볼 때의 감정은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동아리사람들도 모두 지붕을 좋아해요.” 과연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태백의 고즈넉한 시골풍경은 가슴 속을 뻥 뚫게 하는 시원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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