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자판기’로 전락한 계절학기, 2006년의 현주소는?











계절학기 출석부에서 이제 ‘06’학번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학번이 이 얘기를 듣는다면 이게 무슨 괘씸한 일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똑똑하고 현명한’ 1학년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계절학기로 미리미리 학점을 채워놓고, 고학년에 올라가면서 마음 편하게 취업 준비를 하자는 것이 이들의 계산. 복수전공이 거의 필수가 되다시피 한 대학가의 상황도 이들의 결정에 한 몫하고 있다. 복수전공이나 교직이수를 하는 경우에는 전공학점이 거의 2배 이상으로 뛰기 때문에 미리미리
들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한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에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느니 계절학기라도 들으면서 보내려고요. 영어 공부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결정하게 됐어요.”(숙명여대 06학번 유지민)“2학년부터는


경영학을 복수전공 하려고 하는데, 학점을 계산해보니 4학년 초까지 빠듯하게 들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1전공은 미리 들어두려고요.”(고려대 06학번 한수현) 대학생활의 황금기 1학년 첫 방학에 계절학기와 대면한 신입생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선배들로서는 너무 이른 시기에 취업을 위한 학점 취득의 중요성을 깨달아버린 1학년이 낯설고 의아할 뿐이다. “1학년들이 캠퍼스의 낭만보다도 먼저 취업의 열망을 알아버린 것 같아 아쉽네요. 그러면 대학은 취업을 위해, 학점을 위해 들어온 건가요?”(숙명여대 04학번 이하나)라고 말하는선배의 웃음이 참 씁쓸하다.



계절학기의 고질적인 문제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는 바로 ‘계절학기 등록금’이다. 이번 여름
계절학기의 평균 등록금은 한 학점당 평균 7~9만원 선. 3학점짜리 한 과목만 들어도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학점이 모자라거나 학점세탁을 해야 하는 경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등록금을 쏟아야 한다. 때문에 학생들은 계절학기가 방학 중 학교가 얻는 요긴한 이익 수단이
아니냐는 불만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S대 학사지원팀은 대부분의 계절학기등록금이 강사료로
지출되기 때문에 학교가 얻는 이익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필수 교양 과목 같은
경우에는 꼭 들어야 졸업이 되는 만큼 계절학기에 수강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수강권이 돈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거래를 노리고 계획에도 없는 수강 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피치 못 할 사정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아니라 이익의 수단으로 계절학기를 이용한다는 것, 같은 학교 학생끼리 너무 하는 것 아닌가요?”(고려대 02학번 김기쁨)라고 성토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이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 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로 서울대 측은 계절학기를 앞두고 졸업하는 학생들에게는 모두 필수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대안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문제가 꼭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아 보다 지속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등록금이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아도 계절학기에 임하는 일부 학생들의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계절학기를 들으면 점수가 보장된다.’라는 생각을 가진 일부 학생들의 태도가 수업의 질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계절학기의 경우 전임교수보다 강사가 전담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인원이 일정인원 이하가 되면 상대평가가 절대평가로 전환 되어 학기 중보다 점수 받기가 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점을 이용해 학기 중에 점수 받기 어려운 과목을 계절학기에 듣는 학생들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숭실대 학생은 “웹 프로그래밍이라는 과목은 학기 중에 따라가기 벅차요.

교수님의 수업 방식 면에서도 그렇고, 과제 면에서도 그렇고요.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강사가 지도하는 계절학기를 이용해 이수하고 있어요.”라고 전한다. 요행을 바라고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에 힘이 부치는 것은 계절학기 강사들이다. 고려대에서 회계 과목을 담당한 한 강사는 “수업태도야 그렇다 치고 학생들이 계절학기에는 점수를 잘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보니 점수가 낮게 나올 경우 항의가 더 빗발쳐요. 공정하게 점수를 줘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라고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장삿속을 차리고 있는 듯한 대학 행정, 돈으로 학점을 메우는 학생들, 계절학기에 학점을 채워 쉽게 취업을 준비하려는 1학년들. 이 모두가 계절학기의 폐해 요인들로 나타나고 있는 기현상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학교 측에서는 계절학기 제한학점을 늘려 이익을 늘리고, 학생들은 그를 이용해 방학 때 학점을 채우고, 학기 중에는 학원에서 마음 편히 취업 준비에 몰두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학교 측에서는 신속한 대안책이, 학생들은 보다 성실하고 정직한 계절학기 참여 태도가 필요하다. 계절학기의 초기 의도를 살려 퇴색되어가는 가치를 회복시키고, ‘학점자판기’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떼어버리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글,사진_이지현 / 12기 학생기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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