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하면 다 나와~ 과외 만능주의, 대학가에도 번지는가?












국문학과에 재학중인 L양은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하였다. 새내기 후배들에게 전공 과목 과외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저..선배님 죄송한데요. 저희가 돈을 조금 모아서 드릴 테니 시험에 나올 만한 것 좀 찍어서 가르쳐 주시면 안될까요?”라며 태연하게 부탁하는 후배들을 보며 그녀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너희들끼리 공부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니까 모르는 것 있으면 찾아와서 물어보라고 웃으며 돌려보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어느 대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에피소드이다.




주변에서 과외를 받는 대학생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기에는 주로 영어회화, 중국어, 일본어와 같은 외국어 학습에 국한되었지만 최근 들어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와 같은 국가고시에서부터 SPSS, MS ACCESS와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 그리고 물리, 미적분, 경영수학과 같은 전공 과목에 이르기까지 빠지는 분야가 없다. 특정 강의 학점을 잘 맞기 위해 과외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과목 재수강을 위해 해당 과목 학점이 A0 이상인 학부생을 과외 선생님으로 구하는 광고가 있는가 하면 대학 1학년인 자녀의 교양과목 시험을 위해 대학원생을 과외 교사로 찾는 학부모의 광고도 있다. 이와 같은 광고에 대해서는 ‘지나친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과외에 의지하는 대학생이 늘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지불하는 만큼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 준비에 여념 없는 고학년에게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때문에 과외를 받는 분야도 외국어나 고시와 같은 취업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반대로 저학년의 경우에는 경제 수학이나 미적분, 물리와 같은 교과 과목 과외가 많다. 7차 교육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선택과목으로 배우지 않은 부분을 대학 수업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외 지도를 하는 대학생의 경우에는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는 반면, 과외를 받는 대학생은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는,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법 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한 S군은 다른 대학생들을 그룹 지도하는 대가로 한 달에 받는 부수입은 120만원. 반면 교환학생에게 영어 회회 과외를 받는 K군은 빠듯한 생활비 가운데 매달 과외비 3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단적인 예에 불과하지만 마냥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과외를 받는 학생들의 입장은 당당하다. 돈을 지불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정당한 거래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홍성수 군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과외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공부를 하다가 막히거나 조금이라도 힘들면 과외에 의지하려는 나약한 생각을 갖는 것이 문제”라며“선배에게 찾아와서 물어보고 밥 한끼 대접하면 되는 것을 굳이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학문을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숭실대 미디어학부에 재학중인 방현석 군은 “물론 취업이 중요하긴 하지만 대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문 탐구에 있다고 본다.”라며 “단순히 점수를 잘 맞기 위해 과외를 받으며 배운 지식은 기억에 잘 남지도 않을 뿐더러 내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과외를 반대하는 측은 적어도 대학만은 중, 고등학교와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닫힌 교육제도 안에서 족집게식 공부를 강요 받았던 고등학생들이 자율 학습의 공간인 대학에 와서까지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문을 단순히 금전적인 거래 수단으로 여기는 경제 논리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다. 사회 의식 변화에 뒤떨어진 고루한 생각인지, 아니면 대학의 자율성과 순수성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인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글,사진_오수호 / 12기 학생기자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0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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