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동아리! “나… 떨고 있니?”












00학교 00일.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아리 연합회 주최로 공개모집기간이 있었다. 약 66개의 학교 중앙 동아리, 그리고 각 단대별 학회와 소모임 등 수많은 단체에서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넓은 광장에서 자신들의 동아리를 홍보하기 위해서 정성스레 제작한 동아리 홍보 부스와 각종 커리큘럼 등으로 06학번 신입생들에게 소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경력, 미래의 취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동아리나 대학생만의 젊은 문화를 발산할 수 있는 예술분과 동아리들만이 신입생들로 붐비고 있었고, 이를 제외한 동아리들 홍보부스는 썰렁하다 못해 지나가는 신입생들의 이목도 끌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동아리의 빈익빈 부익부를 불러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취업이나 사회적 인식으로 도움이 될만한 동아리와 그렇지 않은 동아리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심지어 학교에서 조차 학교의 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동아리에 경우 후한 지원이 있는 반면, 대다수 동아리에는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무엇이 이렇게 동아리의 몰락(!)을 가져온 것인가.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사회적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국가경제의 불안정이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학점과 토익점수에 매달리게 되고 남들과 차별화 하기 위해서 몸을 여러 개 쪼개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살면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신입생들마저 이런 현실을 대학 입학 전부터 인식해버리고 마는 불행함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그들은 도서관에서 토익과 한자, 심지어 각종 고시 관련 서적들을 들추고 있다. D대 06학번 신입생인 K군은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서 나가면 학교 7시에 도착해요. 집이 가깝긴 하지만요. 바로 도서관으로 가서 자리잡고 토익책을 보기 시작해요. 주변에서 신입생이 벌써 도서관 와서 공부한다고 뭐라 하지만… 그들이 제 인생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왈가왈부 하는 거 짜증나요.”라고 한다. 또 최연소 사시에 합격했던 J군은 “입학 전부터 사시를 준비했어요. 남들 동아리에 들면서 놀 때 공부했죠. 아마도 그렇게 선택한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밑거름이 되었겠죠. 요즘 같은 동아리문화라면 일찌감치 자신의 인생을 생각해보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지도 몰라요.”라고 했다. 이젠 더 이상 캠퍼스에 넓은 잔디 위에서 동아리 선배들과 둘러앉아 막걸리 한잔 하면서 선배들의 조언, 인생이야기를 들을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술이란 존재가 동아리나 사회생활에서 얼마나 위아래를 조장하는 것인가는 잘 알려져 있다. Y대에 재학중인 06학번 L양은 “전 술을 잘 못해요. 아버지가 술 한잔만 드시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데 제가 아버지를 똑 닮았어요. 이런데 동아리에 들어서 선배들이 따라주는 술 마시는 게 두려워서 동아리에 들기도 겁나요. 매년 사고도 꾸준히 나고 있잖아요.”



‘대학문화=동아리’라는 공식이 이상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드라마, 시트콤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 동아리의 모습은 분명 활기차고 재미있으며 역동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온통 취업에만 매달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동아리 생활은 정녕 낭비이고 사치인 것인가? 동아리를 떠나 취업, 성공만을 바라보며 무작정 달리는 그들의 모습이 아쉬움을 남긴다.




S대 동아리연합회 회장인 안미란씨(경제학부 04학번)는 이번 공개모집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점차 외면당하고 있는 동아리의 미래를 생각하면 잠도 못 이룰 정도로 속상하단다. 안미란씨에게 동아리의 현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Q. 언제부터 임기를 시작하셨나요?
A. 작년 12월부터 임기를 시작했어요. 작년에 제가 봐왔던 동아리에 대해서 느낀점이 많았거든요. 비록 제 힘으로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올 한해 최선을 다해서 이끌어 보려구요. 동아리별로 회장님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계셔서 든든합니다.

Q. 현재 동아리 현황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A. 현재 66개의 중앙 동아리(서울캠퍼스 기준)가 존재해요. 단과대별 소모임이나 독립소모임까지 합하면 200여개의 학생모임이 있습니다. 중앙 동아리 중 2개 동아리는 아직 동아리방이 없어서 불편한 점이 있죠. 그리고 동아리 등록 인원은 신입생들의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파악은 사실상 불가능해요. 하지만, 신입생이나 재학생들이 눈에 띄게 적은 동아리들이 있어서 조금은 불안해 하고 있어요. 순수학문이나 사회과학분과, 사회분과에 소속된 몇몇 동아리들이죠. 반면, 국제적 교류, 경영/경제분야를 다루거나 공모전, 실용학문을 배우는 곳, 예술분과 동아리들은 학생들이 많아요. 심지어 이들 중 자체 면접이나 전형을 통해서 신입생을 뽑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모임도 있지요.

Q. 현재 동아리들이 안고 있는 큰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A. 역시 신입생들의 외면이죠. 잘 안 들어와요. 개인적으로 너무 바쁘게 살더라고요. 하지만 신입생들뿐만 아니라 기존 동아리에도 문제점은 있다고 봐요. 구시대적 발상과 딱딱한 위계질서, 강압적인 술 문화는 더 이상 신입생들의 발길을 옮기게 할 수 없어요. 자꾸만 예전의 자신들이 당했던, 해왔던 관습대로만 유지하려고 하니까 신입생들의 외면을 받는 거죠. 동아리의 전통과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중요하구요. 되면 되고 말면 말지 하는 자세는 좋지 않죠. 신입생들에게 밥 한 끼 사주고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지속적으로 신입생들이 자신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Q. 간단히 신입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은?
A. 신입생 여러분들의 생활에 정말 배울 점이 많습니다.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으로 사는 친구들이 많아요. 계획적으로 사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죠. 우리 동아리들도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변화하듯이 저희도 많이 변화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지금부터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문화에서 집단과의 관계, 그 속에서 나를 찾아보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변인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그 선택권은 바로 여러분들에게 있습니다.

글,사진_이상엽 / 12기 학생기자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0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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