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광란의 술파티’는 존재하는가












~14:00    집합
~16:00    강촌 도착
~18:00    산책 혹은 게임(구석에는 고스톱 판)
~20:00    숯불구이 파티
~22:00    게임+술파티
~24:00    술파티
~02:00    술파티
~04:00    술파티
~12:00    취침
~14:00    해산








예전에는 그래도 우리네 선배들이 술을 잘 마셨던 것인지 TV 뉴스에 심각한 기사가 등장한 적은 없었으나, 최근에는 2월 말부터 3월 초만 되면 단골 뉴스로 OT나 MT 장소에서의 과음사가 등장한다. 물론, 적당한 술은 사람 사이의 긴장관계를 완화시켜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다음날 다시 그 사람과 대화할 때 무엇인지 모를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술자리에서는 친구, 다른 자리에서는 남남’과 같은 말이 등장한 이유다. 이래서는 술의 힘을 빌어 사람들과 친해질 이유가 없다.
만약 높은 학번의 선배가 참여했다고 하면 그 자리는 더욱 난장판이 된다. 아직도 뿌리가 뽑히지 않은 위계질서 교육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선배는 키스샷, 후배는 원샷’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반쯤 취했을 때 극도로 술을 갈구하는 것이 인간 본성. 곧 ‘부어라 마셔라’로 통칭되는 광란의 술파티가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서 최후의 생존자는 영예로운 자리가 아니다. 이른바 뒷처리라 불리는 끔찍한 경험을 손수 맡아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학생들의 MT 불참이 뉴스거리로 다뤄진 바 있다. 선천적으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학생들은 놀러 가서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수학과 남녀학생 100명을 토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남자 1, 2, 3, 4학년의 MT 참여율은 각각 92, 75, 78, 46% 였던 것에 반해, 여자 1, 2, 3, 4학년의 MT 참여율은 각각 76, 82, 35, 17%로 여학생 쪽의 감소폭이 현저하게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T나 MT의 필수 아이템인 단체 게임의 경우, 재미를 목적으로 항상 벌칙이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술의 힘을 빌어 간혹 짓궂거나 과한 벌칙이 자행되는 경우가 있다. 남녀 공동 벌칙으로 막대과자를 양쪽에서 마주보고 먹게 한다든지, 종이를 얼굴 사이에 맞대고 옮기게 하는 것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맨 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해를 본다고 느끼는 쪽은 여학생이 된다. 때문에 여학생들은 한번 MT를 다녀오면 다시는 가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글,사진_박태진 / 11기 학생기자
카이스트 수학전공 02학번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