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필요한 졸업식, 무엇을 말하는가?















대학의 졸업식 풍경은 이제 바뀌어 가고 있다. 학교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떠나는 장소에 대한 기록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친구들과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는 풍경은 몇 년 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예전같이 졸업앨범을 다 같이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졸업식 날 가운을 친구들에게 빌려서 사진만 찍기도 한다고 한다. 부모님이나 친지들을 모시고 식에 참여 하기보다는 이성친구나 친한 친구 몇몇이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간소하게 재학 중에 자주 이용했던 학생식당을 찾는 학생들과 학부모님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졸업식의 의상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하게 각진 사각모에서 부풀려진 모자와 팔각모의 형태가 등장했고, 가운의 경우에도 단순한 검은 색에서 그 학교의 색과 학과의 학교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졸업 가운을 담당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의 총무부 학위가운 담당자는 “2004년 박사 가운을 시작으로 2005년 2월부터는 새로운 디자인의 학부의 졸업가운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의외로 반응이 좋은 편이지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업으로 졸업 가운을 운영하고 계신 최희규(춘추사 대표)씨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처음 졸업 가운을 디자인 한 학교는 동덕여대로 기억합니다. 학부생들에게는 신선했던 모양입니다. 이후에 숙대와 고대, 이대, 연대를 중심으로 학교에 특색에 맞는 졸업가운을 만들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단순했던 검은 색의 졸업가운 디자인들이 바뀌면서 학생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반적인 학위가운의 수요상황은 최근 들어 학사와 석사의 졸업가운의 경우 그 수요가 줄었으며, 대학원의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박사의 가운에 주안점을 두어 화려하게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졸업앨범의 경우 사진 촬영을 하더라도 졸업 앨범을 사는 학생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한다. 졸업의 당사자들은 두꺼운 앨범 속에 증명사진 크기의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구입하기에는 그 가격도 만만치 않게 느끼는 모양이다. 또한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이후, 졸업식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 카메라를 든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미지의 과잉 배출 현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기록한 앨범을 구입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다. 졸업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고, 필름을 파는 사진사 아저씨들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음을 확일 할 수 있다.



형식적인 면에 구속 받고 싶지 않은 대학생들의 문화가 졸업식의 풍경을 바꾸었던 요인도 있다. 대학원에 진학한 배모 군(K대 영문99)의 경우 “1월 중순부터 대학원에서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졸업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졸업식에 나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아서 아마 다같이 모여도 사진을 찍는 것에 의미를 두어는 정도겠지요. 특별히 다른 의미를 갖는 날이 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배모 군은 몇 년 전의 선배들의 졸업식 분위기를 상기하면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점을 느낀단다.

졸업 전에 취업을 한 양군(K대 독문99)의 경우도 졸업의 의미에 대한 생각은 마찬가지였다. “친구들끼리 모이기는 하겠지요. 부모님이 오시기는 하겠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또한 8월 졸업이 예정인 장모(K대 영문99)의 경우 “인턴 활동과 해외 연수 등으로 인해 졸업의 시기도 제 각각이고, 부모님을 부를 계획은 없습니다. 졸업식 자체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친구들끼리 조촐하게 술 한 잔 할 계획입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또한 졸업이라는 행사는 그들에게 어두움과 또한 두려움을 주는 날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 취업난의 현실 속에서 졸업의 풍경이 예전처럼 축제의 분위기는 아닌 것이다.





2000년 이후 학교에서는 졸업가운의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학교들은 교풍이 묻어나는 졸업가운을 준비하기도 하고, 앨범을 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졸업의 당사자들이 바라는 것은 멋진 디자인에 두툼한 앨범 속에 명함크기도 안 되는 사진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4년이라는 캠퍼스의 시간을 정리하는 행사로서 ‘졸업식’은 이제 더 이상 그 의미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잠재적인 정체성을 담는 시기라 할 수 있는 대학시절, 대학생들은 이제 그 시기와 장소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졸업식 자체의 형식적인 면 또한 의미를 두기에는 진부하다고 여긴다. 가족 친지들이 다같이 모여야 했던 가족의 행사 개념의 과거 졸업식의 모습과는 달리 새로운 졸업의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발전을 위한 휴학이 늘어나고, 해외의 어학연수와 교환학생 제도를 활용하는 등 학창시절의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대학문화는 개인적인 활동일 수밖에 없다. 졸업이라 하여 같은 시기에 입학했던 친구들끼리 하는 것도 아니기에 소수의 친한 친구들끼리 만나서 의미를 갖는 행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졸업 풍속도 역시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_이기언 / 11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영상문화학과 석사과정

사진_박태진 / 11기 학생기자
카이스트 수학전공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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