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엔도르핀을 만드는 그녀들 – 숭의여대 인형극연구회 ‘인형나라’








대학생 엄마아빠가 아니고서야 인형극을 실제로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뻔히 알고 있는 스토리, 그리 길지 않은 러닝타임 등 인형극은 우리 어른들이 볼 수 없는, 철저히 아이들만을 위한 무대다. 어른들에게 재미가 없는 대사 하나하나에도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순간 조용해지기라도 하면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만이 반짝인다.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눈이다.
인형나라는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자들이 찾아간 오래된 동아리방에는 긴 시간동안 인형극을 하면서 손수 만들었던 인형과 각종 소품들이 빽빽하게 모여있었다. 사람의 얼굴보다도 훨씬 큰 동물 탈 인형에서부터 손바닥보다도 작은 귀여운 손인형까지… 없는 인형이 없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저마다 귀여운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인형들을 직접 다 만들었다고 하니, 정말이지 인형들의 엄마, 아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인형을 만드는 데에도 일주일은 넘게 걸리고, 탈 인형이나 복잡한 인형을 만들 때에는 재료를 사고 준비하고 제작하는 데 몇 달이 걸리기도 해요.” 배경을 맡은 조미희씨의 말이다. 기자가 직접 본 인형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색깔, 다른 재료들로 제작되었을 만큼 그들이 만든 인형들은 기성품 못지않았다. 그런데 어디 인형만 만든다 뿐인가. 배경을 비롯한 세트 제작, 무대 설치, 녹음, 연기까지 모두 맡아서 한다고 하니 이들이야말로 진정 여걸들이 아닐까 싶었다.
인형나라의 정기 공연은 보통 1년에 3~4번. 정기 공연 중간중간에 유치원에 나가 비정기적으로 공연을 한다고 한다. 물론 매번 새로운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니고, 주기적으로 스토리를 비롯한 모든 장치를 새로 만든다고 한다. 또한 예전에 사용했던 인형들을 동아리방에 모셔놓기만 하는 게 아까워서 주변의 유치원에 빌려주기도 한단다. 기자들이 찾아간 그 날에도, 가지각색의 인형을 빌리고자 불쑥 찾아온 사람들 때문에 이야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여대이기 때문에 남자 회원은 없다.
따라서 아무리 고되고 힘든 일이라도
여자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

“다른 것들은 다 할만한데,
무대 앵글을 설치하는 일은 정말
힘들어요. 이 때만 남자 회원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혜정씨의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릴 정도로, 회원들 모두가 정말 열심이고 끈끈한 무언가로 뭉쳐 있었다. 공연을 하는 동아리의 특성상 밤늦게까지 모여서 연습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단다. 바쁜 일과와 많은 과제량이 있어도 하루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방으로 달려오는 건 원칙. 말 그대로 인형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그녀들이다.
인형나라의 인형극은 실시간 대사가 아니라 녹음으로 진행된다. 회장 장수연씨는 녹음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자신들의 목소리로 연기를 한다는 게 신나고, 직접 대본을 작성하고 고쳐가면서 인형극이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란다. 중간에 NG가 발생해도 그녀들은 즐겁다. 이 녹음 테입을 가지고 연기를 할 때, 자신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본을 짜기가 쉽지
않은 것. “일부러 웃긴
이야기를 집어넣고, 연기를 할 때에도 일부러 오버하는데도
아이들이 웃지 않을 때가 있어요. 다 같이 모여서 머리를
짜고 고친 대본인데 말이에요.” 연출을 맡은 이승민씨의 말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러면서 배운다고 한다. 자신들도 졸업 후 교사의 길을 많이 택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은 나중의 직업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데에서 좋은 경험이 된다고 한다.
관객이 아이들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수를 셀 수가 없다. 극중에서 나쁜 역할로 등장한 회원은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의 보복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극중 실수를 했을 때, 아이들이 실수라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순발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모여 그녀들의 열정을 만들어낸다. 인형나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인형극단에 진출한 선배도 있다고 하니, 역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은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임에 틀림없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고 어른들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힘을 얻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녀들이야말로 진정 세상의 모든 엔도르핀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오늘도 시나리오를 만들고, 인형을 만들고, 연기 연습을 하고 있을 여걸들. 그녀들의 열정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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