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엔 재떨이가 없어야 한다?!












배운 거 많고, 자기 생각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대학은 더 시끄럽다. 담배 피울 자유와 담배 연기 안 맡을 권리를 내세우는 양 측의 주장은 언제나 도마 위에 올려져 있다. 그러나 학교 건물 창가나 화장실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뽀얗게 피어 오른다. 비흡연자의 이맛살을 한번 찌푸리게 하는 값으로 흡연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가끔 이 암묵적으로 공인된 흡연장소에 가끔 참을성 없는(?) 비흡연자들이 ‘금연’이라는 단어가 쓰인 A4사이즈의 종이를 붙여 놓기도 하지만 마음 상한 흡연자들이 ‘금’에다가 시뻘겋게 X자를 쳐버린다. 이래저래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둘 다 고생인 것이다.




사실, 흡연 논의가 도마 위에 오르기 전에도 흡연자들의 패배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2003년 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대학 건물 내 금연이 강제 규정으로 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담배 연기를 거부 할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나라 전체가 금연을 외치고 회사 건물 안에서 담배 피는 직장인은 사표를 써야 할 지경까지 왔다. 하지만 젊은 혈기 가득한 캠퍼스는 아직도 담배 무법지대이다. 건물 구석구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는 금연 구역법의 홍보 부족과 학교당국의 방관, 그리고 흡연자들의 두꺼운 얼굴을 그 재로 하고 있다.





흡연자들이 자신의 설 자리를 찾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머리 열린 대학생들은 대체로 빨리 깨닫는 데다가, 담배를 핀 횟수도 중·장년층보다 적기 때문에 금연 시도와 과정 모두 그이들보다 쉽다. 하지만 그 ‘쉽다’라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세상을 호령할 것 같은 젊은이들이 담배만은 쉽사리 어쩌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끊을려고 시도야 많이 해봤죠. 담배 피니까 머리도 나빠지는 것 같고 몸도 상한다 그러고. 근데 금연이란 게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문모군(22)의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연 정책을 펴든 말든 담뱃값이 오르든 말든 개의치 않고 가던 길을 고수하는 흡연 학생들이 태반이다. 흡연은 혼자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질병과 가까운 습관이기에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20대 초반에 금연 성공률이 가장 높다고 하니, 그들의 대부분이 속해 있는 대학이 학생들의 금연에 한 손 보태야 하는 것은 더 말 나위 없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들의 금연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건물이 금연 구역이라는 것이 잘 홍보되지 않고 있고, 캠퍼스 내 흡연에 관한 학칙을 가진 학교가 거의 없는 데다가 오히려 흡연 학생들을 모르는 척 눈 감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자유로움과 성인이라는 기대를 안고 입학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배워가는 ‘어른’들에게 고등학교 때와 같이 학칙의 잣대를 대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금연에 대한 정책을 시행하는 몇몇 대학은 강력 규제가 아닌 회유책으로 금연을 권고한다.
최초 학교에 입학할 때 금연과 금주에 대한 서약서를 받기도 하는 삼육대는 학내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교직원 지원 자격도 비흡연자여야 하는 삼육대 캠퍼스 안에서는 담배꽁초를 찾을 수 없다. 인제대 역시 교내 금연을 선포하고, 특히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금연 서약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고 있다. 아주대는 2005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서 비흡연자가 유리하게끔 하였다. 시험 당일 수험생들에게 아주대학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게 한 뒤, 비흡연자에게는 가산점 2점, 흡연자에게는 금연 서약서 제출시 가산점 1점을 부여하였다. 전주기전여대도 약물남용 금지 및 금연을 서약한 사람에게 수시지원자격을 주고 있다.



또한 학내에서 금연 캠페인을 종종 행사하기도 해 흡연의 심각성을 깨우치고, 금연의 의지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올해 봄 대학 축제 한 켠에서는 금연 열기가 가득했다. 보건복지부가 대학축제기간을 이용하여 전국 400여 개 대학 교정 곳곳의 게시판에 10만여 장의 금연 대자보와 홍보 포스터를 부착하고, 부산대·전북대·한국외대·경남대·이화여대 등 5개의 대학에서 CO측정, 금연상담, 금연패치 배포, 서약서 작성 등의 금연 클리닉을 여는 행사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금연 클리닉 행사에서는 학교당 7~800명의 학생들이 방문해 상담하는 등, 금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많은 학생들이 실직적인 정보를 얻어 갔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우울할 때 가끔은 ‘그래, 저 담배가 내 고민을 덜어주기만 한다면!’ 하는 생각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픈 강한 충동을 받게 된다. 비흡연자도 이러할 진데, 오랜 시간 담배와 동고동락한 흡연자들은 어련하겠는가. 그래도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이다. 이제 담배로 인한 먼 훗날 간암을 걱정하기 앞서 당장 내일 취업에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담배를 시작하기도 쉽고 끊기도 쉬운 이십 대. 그렇기 때문에 그 이십 대의 대부분이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위해 ‘금연’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사진_서수현 / 11기 학생기자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0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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