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세상을 위한 작은 아이디어 카이스트 ‘착한 디자인’












‘N8’이라 쓰여있던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건물. 그러나 이 건물은 주변의 다른 건물과 전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던 외양과 달리, 내부가 너무도 깔끔했다. 투명과 반투명, 불투명을 적절히 사용한 안내 표지판, 누가 봐도 시선이 쏠릴 법한 희한한 장식품들. 강의실 복도를 채운 형형색색의 조형물 사이를 지나, 드디어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착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로 그들이 착한지는 둘째 치더라도, 외모에서부터 ‘나는 착하다’는 인상을 느낄 수 있던 그들. 착한 디자이너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정말 궁금하다. 왜 하필 ‘착한’디자인인가? 디자인이 착하다는 게 어떤 것을 의미할까? 물론 디자이너들이 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 해 회장을 맡았던 석사1년차 박수레 씨는 ‘착하다’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보기 좋으면서 의도도 선한 게 착한 디자인이죠. 저희는 디자인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증가시키고 싶어요.”
너무 어려운 정의다. 디자인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는지, 더 구체적인 활동 사례를 물어보았다. “저희가 하는 일은 공공의 복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저희는 결코 특정 집단이나 단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상업적인 일에는 나서지 않습니다.”
사실 착한 디자인은 바로 공공성을 기반으로 태어난 동아리다. 날이 갈수록 상업성이 더해지는 요즘의 디자인 시장에서, 디자인의 혜택을 공공 분야로 확대하자는 생각이 바로 착한디자인을 만들었다. ‘디자인의 혜택을 제3세계에까지’, ‘열흘에 하루는 비상업적인 디자인하기’가 바로 그들이 지향하는 ‘착하다’의 정의다.





예를 들어보자. 착한 디자이너(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다)들이 스스로 가장 보람 있었던 활동으로 생각하는 재활용품 분리수거 표지의 경우,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사람들의 인식을 환기시킬 수 있었던 좋은 사례다. 기존에는 네 개의 분리수거 용기 위에 단순히 ‘종이류’, ‘비닐류’, ‘기타 쓰레기’ 등으로 종이 표지만 달랑 부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뭐가 종이이고 비닐인지 애매한 각종 용기의 경우, 심지어는 애매함이 전혀 없는 다른 쓰레기의 경우도 무의식적으로 네 개의 용기 중 아무데나 버리게 된다. ‘쓰레기를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면 말 그대로 던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착한 디자이너들의 생각은 단순했다. 사람 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종이 표지를 길게 만들어 멀리 서도 알아보기 쉽게 하고, 어느 용기에 어느 재활용품을 버려야 하는지 사용자가 알기 쉽게 직접 빈 용기를 해당 표지에 붙여놓는 것이다.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어느 재활용품을 어느 곳에 버려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착한 디자인인 것이다. 물론, 디자인의 기본인 심미적 효과는 디자이너 특유의 예민한 감성으로 하나 둘 채워나간다.




사실 위의 것들은 일반 사람들이 찾아내어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착한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일들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 엄청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막상 해놓고 나면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실현하기 전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가지고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그들은 찾고 있었다. “꿈꾸는 것처럼 잠깐 지나간 것을 찾아서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01학번 박소영 씨의 말처럼, 착한 디자이너들은 주변에서 조그마한 개선을 요하는 것들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만은 않다.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의 반복이 필요한 디자인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게다가 공공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인 만큼 100% 무료 제작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디자이너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착한 디자인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지향점은 단순해진다. 주변의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심미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은 비용적으로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 미래의 디자이너들이 전부 이런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우리나라가 온통 아름다움으로 뒤덮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디자이너들은 기자들과의 만남이 끝난 뒤에도 또 다른 안건들을 가지고 아이디어 회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분야인 디자인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착한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착한 디자이너들. 그들의 말처럼, 미래의 한국이 온통 착한 사람들로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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