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 전통과 현대의 하모니 속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한창 급변을 겪고 있는 인도는 최근 IT 산업을 들고 세계 속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인구 30%가 모여 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층빌딩과, 외제차, 초국가 기업들의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소들만 잔뜩 있고,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길을 걷는, 농사만 짓는 인도인들의 이미지가 깨지는 순간이다. 그들은 우리가 쓰고 있는 브랜드의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빠른 인터넷을 이용해 업무를 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지 모르게 다른 나라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함이 있다. 바로 현대적인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전통의 모습이다. 아니, 어쩌면 전통적인 삶에 가미된 현대적인 모습이라고 해야 옳을 지도!








인도의 젊은이들은 과연 무엇을 좋아할까, 그들 사이에선 요즘 무엇이 유행일까… 이런 흥미진진하면서도 중대한 과제를 안고 기자는 인도 최대의 대학, 델리 대학을 찾았다. 120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한 캠퍼스 안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여학생들부터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세련된 학생들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패션을 자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도의 전통 의상인 싸리(sari)는 약 6m 길이, 1m 넓이의 아름다운 천을 몸에 두르는 형식이다. 그런데 인도 어디를 가 보아도 – 심지어 대도시의 한 사무실에서도!- 싸리는 여성들이 즐겨 입는 일상복으로 애용되고 있다. 결혼식이나 특별한 날에만 한복을 입는 우리나라에서는 놀랄만한 일이다. 싸리 말고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 주로 입는 수뜨(suit)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청바지와 함께 입어주는 센스로 사랑 받고 있다. 색깔이 화려하고, 금속 조각과 구슬이 반짝이는 인도의 아름다운 전통의상과 실용적인 청바지가 만나 전통을 재해석 해 내는 멋진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현대에서 전통을 맘껏 즐기는 인도인의 모습은 휴대 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델리 대학교의 우노(22세)양과 그녀의 친구들은 다운로드 받은 ‘명상용 벨소리’를 들으며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명상과 기도를 빼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과연 전통을 즐길 줄 아는 현대인들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뭔가 새로운 것이 없나 최첨단 유행의 안테나를 곤두세우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에 비하면 인도 대학생들의 유행이란 건 무척이나 소박하고, 심심하기까지 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유행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없는 듯 보인다. 학교 앞에는 그 흔한 커피전문점 하나 없다. 여가시간엔 뭘 하냐고 물었더니, 그저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영화 보는 게 전부란다. 아마도 술을 금기시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학교 앞에 당구장, 커피전문점, 술집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이 낯선 풍경… 순간 ‘아, 인도 대학생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분명 인도 대학생들에겐 우리네 대학가에는 없는 뭔가 소박하고 따뜻한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별다방 커피보다는 짜이(인도의 전통차)나 머쌀라 쏘다(Masala Soda,소다수에 향신료와 소금 등을 넣은 전통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그들. 그들에게 화장품이나 향수 같은 것도 사치품인 듯 보인다. 뜨거운 햇볕에 그을릴까 선크림을 꺼내 바르고 있는 기자의 모습을 보더니 그걸 왜 바르냐고 묻는다. 아니나 다를까 여학생들의 얼굴엔 화장기가 하나도 없다. 화장하고, 치장하는 일 말고 이들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문득 우리네 학생들의 화려한 모습이 소박한 이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그리고 이내 때묻지 않은 인도 젊은이들의 순박함이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인도 취재 넷째 날, 이번엔 경제도시 뭄바이의 ‘자이 힌드’ 칼리지로 향했다. 하이 스쿨을 졸업하고, 유니버시티로 진학하기 전에 다니는 예비대학 정도에 해당하는 칼리지다. (인도의 학제는 캠퍼스 이슈 2에 자세히 나와 있다.) 과연 경제도시답게 분위기가 델리하곤 확연히 달랐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수뜨 대신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게 중에는 미니스커트와 등이 훤하게 파인 노출이 심한 의상도 눈에 띈다. 분명 인도에선 어깨와 무릎 이상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한다고 각종 책자에선 알려줬었다. 때문에 기자 역시 최대한 튀지 않은 옷으로 준비를 해갔건만… 인도에 대한 생각들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학생들 손엔 하나같이 휴대폰이 들려있다. 케이스를 비롯해 액세서리를 한 모습은 우리와 똑같다. 팔목엔 화려한 팔찌들이 하나도 아니고 몇 개씩 감아져 있다. 그 중 한 남학생의 주황색 알로 만든 팔찌가 눈에 띈다.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 것이냐고 묻자, 어머니가 주신 거라며 작은 알은 화성에서 떨어진 돌이라고 한다. 평소 화를 잘 내는 성격인데, 이 돌이 화를 가라앉혀 준다나… 주술적인 의미에서부터 패션의 목적에 이르기까지… 인도의 젊은이들의 패션은 마치 팔찌가 완성시켜주는 듯 했다.






한쪽에선 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몇 명이 춤 연습에 한창이었다. 대회에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남녀가 유별하고, 여자를 천대한다고 들어왔던 인도였지만, 몸에 쫙 달라붙는 수트(소매 없는 쫄티)를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이란 우리네 무용과 강의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모습이었다. 보수적인 인도에서 젊은이들의 생각은 점차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음이 확실했다.






카메라 폰으로 곳곳을 찍어대거나, MP3로 노래를 듣는 인도의 젊은이는 여느 나라의 젊은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무 곳에나 널브러져서 교통을 복잡하게 하고, 오물로 거리를 더럽히는 소들을 경외하는 젊은이, 그러한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도의 젊은이는 분명 우리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코끼리 머리를 한 거네사 신의 이야기를 사랑하고, 일년에 한번은 가야 하는 성지순례를 기다리며, 바쁘게 컴퓨터로 업무를 보다가도 명상하기를 잊지 않는다. 현대를 살면서 전통을 사랑하고 이어가는 인도인들의 정신. 그것이 인도를 세계의 중심으로 이끄는 힘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차들이 바삐 움직이고 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 찬 현대 속을 살아도, 그들은 여유롭게 웃으며 두 손을 모아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 올 것이다. 나마스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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