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얼리어답터! 당신도 얼리어답터?





‘지름신(‘물건을 구입하다’라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이 강림하셨도다!’ 느닷없이 왠 신의 강림이냐고? 뭔가를 ‘질러 본’ 사람은 뼛 속 깊이 느껴봤을 것이다. 지름신의 신공이 얼마나 강한지 말이다. ‘이번 한번만 눈 딱 감고 질러버려. 72개월 할부도 된다고. 이번이 절호의 찬스야’, ‘안돼! 참아야 해, 이번 달 카드 값이 얼만지 알아? 꼭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 창세이래 이만큼 치열한 선과 악의 다툼은 없었다. 로댕의 생각하는 인간은 저리 가라다. 카드번호까지 입력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고뇌에 고뇌를 거듭한 지 수 시간째… 정신은 몽롱해지고, 결국 지름신의 승리다.

지름신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아니 얼리어답터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이전까진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신제품을 써보려는 얼리어답터가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지름신의 신 내림(?) 한방으로 얼리어답터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금강기획, MBC 애드컴, 한컴 등 국내 광고대행사가 발간한 ‘2004-2005 소비자 성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을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43%에 달했다. 이젠 얼리어답터가 대중화 되고 있는 것이다.





얼리어답터란(Early Adopter)란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구입해 사용하는 소비자군을 가리킨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가 그의 저서 ‘기술의 보급'(Diffusion of Innovation, 1995)에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부터 얼리어답터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지만,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줄줄 꿰는 마니아를 뜻하는 한정된 의미로 사용됐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 블로그와 같은 개인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얼리어답터들이 등장한 것이다. 얼리어답터는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제품에 대해 ‘지식’을 기반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마니아나 오타쿠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얼리어답터의 활동영역은 더 이상 전자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뉴스와 같은 매스컴 정보를 재빨리 받아들이고 수용 가공하는 정보 얼리어답터(Information Early Adapter), 새로 나온 연극 또는 영화를 신속히 수용하는 문화 얼리어답터(Culture Early Adapter)도 있다. 이 밖에도 패션, 생활용품, 음반, 문구류… 이처럼 현재 얼리어답터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 방위에서 활동 중이다.

이번에 갓 대학을 졸업한 채다인씨는 그 이름도 독특한 ‘편의점 얼리어답터’다. 그녀는 편의점에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같은 신제품이 출시되면, 남들보다 앞서 맛을 보고, 항목별로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포스팅한다. 하루 방문객수만 3000명. 높은 방문객 수만큼이나 채씨는 영향력 있는 얼리어답터다. 신제품 판매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에 편의점 업체는 그녀의 채점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채씨는 모 편의점 업체로부터 입사제의를 받기도 했다.





얼리어답터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초기에 고가로 출시된 제품을 사려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야 되는데, 결국 돈 많은 일부 계층만의 이야기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향기기 얼리어답터 이일희씨는 이렇게 항변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얼리어답터라 불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들 중 돈이 남아도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일반 직장인이었고,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이다.” 채다인씨도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점심때마다 편의점을 이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편의점 얼리어답터가 된 경우다. 이들에겐 돈이 남아도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한 발 앞서려는 독특한 소비심리가 남아도는 게 아닐까.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김찬호 교수는 “기술의 발전과 소비수준의 향상으로 얼리어답터는 더 이상 어느 한 분야로 한정되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재빨리 수용하고 정보를 재생산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얼리어답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미얼 독자들도 얼리어답터일 수 있다. 자, 한번 생각해 보자. 여러분은 어떤 분야의 얼리어답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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