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자치공간이 사라지고, 그 틈으로 상업주의가 들어온다












캠퍼스 안에서 술을 파는 곳은 고려대만은 아니다. 포항공대와 한국과학기술대 등에서도 술을 팔고 있다. 하지만 이들 학교는 학생들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고, 몇몇 학교에서도 맥주를 팔긴 하지만 기숙사 매점에 한정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사범대 식당을 리모델링하면서 술 판매를 검토했다가 논란이 일자 백지화 하기도 했다.

술 뿐인가? 요즘은 학교 안에서 파파이스의 치킨과 햄버거, 던킨 도넛츠, 그리고 스타벅스의 커피까지도 마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학교 내의 이러한 영리업체의 등장은 단순히 ‘다양한 선택의 폭이 생겨서 좋다’라고 판단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 캠퍼스의 주체인 대학생으로 묻고 싶어진다. 학생들이 원했던 공간을 학교가 만들어 준 것일까? 정말로 학생들이 원했던 공간이었을까… 라고 말이다. 주인처럼 사용하라고 만들었지만, 오히려 주인이기 보다 손님 혹은 소비자처럼 되어버린 듯하다. 학교 안의 대부분의 건물들과 공간들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 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누려야 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를 이중적으로 지불하면서 누려야 하는 것일까?









학생들의 의견도 다양하다. 고려대학교 독문과 99학번 김형규군은 ‘학교에 돈 쓰러 오는 것도 아니고, 쉴 곳도 마땅치 않고, 과방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은 건물에 학생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재단의 영리 추구를 위한 업체들이 들어왔다는 것이 씁쓸하다’라며 적극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생은 말한다. ‘오후 5시 이후에 개장한다고 하니 수업 끝나고 가까운 곳에서 좋은 시설을 갖춘 술집을 이용한다면 그것도 나쁜 것 만은 아니지 않은가? 학교 내에 어느 정도의 공간은 상업적으로 활용해도 괜찮다고 본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캠퍼스 내에서의 생활이 부담스럽다는 의견과 수업의 연장선에 있어 다채로운 공간 혜택이라 생각하는 의견들은 앞으로도 후배들의 입을 통해 이어질 것이다. 의견이 분분한 만큼 그 장소에 대한 평가는 학교 밖의 시선보다는 학교 내에서 이용하는 당사자, 학생들의 입장에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학생들의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은 이해될 수 없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이 올라가고 있고 강의실의 내부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한 수업 발표, 영상을 보고 토론을 진행하는 교수님, 인터넷이나 각종 시각자료를 이용하는 지금의 수업은 칠판과 분필만 있었던 과거 강의실의 풍경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매체를 이용한 수업들이 늘어 나는 추세로 건물 내에는 사설 경비업체의 보안장치가 설치 되어있고 순찰도 한다. 기자재 보호를 위해서이다. 때문에 저녁 7시 이후에는 수업의 용도 외에는 사용이 쉽지 않다. 건물 내에 있던 자치공간들은 사라졌고, 학교 내에는 그에 대한 확충대신 영리 업체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선택은 자유라고 하지만 그 선택의 전제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자체적인 세미나라도 하기 위해서는 빈 강의실을 찾고 사전의 신청과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게다가 공간의 사용에 대한 시간적인 제한은 학생들의 시선을 학교 내에 자리한 영리업체로 돌리게 한다.






“우리학교 안에는 파파이스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어’라며 신입생들은 신기해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잊혀지고 익숙해 질 것이다. 대학에서 자치공간에 대한 물음표조차 떼어지는 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만이 대학생이 가져야 할 자유로운 생각을 낳을 수 있고, 자연스러운 교류를 가져 온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교는 나날이 깨끗해지고, 강의실도 쾌적하게 변해간다. 외적인 면도 중요하다. 하지만 수업 이외 교류의 시간에 대해서 수업료(등록금)말고도 또다시 돈을 지불하여야 한다면, 자유로운 공간은 과연 얼마에 살 수 있는 것일까?

글,사진_이기언 / 11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영상문화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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