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의 브랜드화, 그 2%의 가능성에 대해












상품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네임을 보고 선택하는 최근의 추세 속에서, 외국의 주요 대학들은 자신들의 대학 이름을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전략을 시도해왔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대학들은 자신들이 각각 서방과 아시아의 학술적 구심점이라는 것을 이용, 보다 아카데믹한 브랜드로 접근함으로써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대부분 대학들은 산하에 ‘경영회사’를 두고 대학브랜드를 통한 다양한 수익금은 물론 거대 규모의 기부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거둬들인 수익금은 학교 발전 기금으로 적립, 학교 재원으로서도 큰 도움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브랜드 사업으로 재투자하는데도 이용하여 점점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상위권 대학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고급 인력의 유치 및 기초 시설 투자에 매달리고 있다. 중하위권 대학 또한 ‘전문대’와 ‘산업대’라는 이름을 벗어던진 뒤 자기 학교만의 특화된 전문 분야를 개발하고 인력을 모으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대학은 수험생 뿐만 아니라 보다 일반인에게 자신을 광고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UI는 물론이고 CI 내지는 BI 라는 개념도 아직 친숙하지 못한 우리에게 있어,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이 일반인에게 잘 전달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역시 대학 이름의 상품화다. 얼마 전 TV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도 보았듯이, 우리는 ‘외국 대학생의 전형’이라 하면 그 학교의 로고가 박힌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백팩을 맨 학생들을 떠올린다. 그뿐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문구 시장에서 ‘옥스퍼드 노트’, ‘스탠퍼드 만년필’ 등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품을 바탕으로, 우리들은 그 대학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이에 반해 국내 대학의 움직임은 걸음마 단계라고 보기에도 힘들 정도로 아직 미비한 현실이다. 지난 1999년, 카이스트의 영어 표기를 브랜드 네임으로 한「Kaist」가 국내 대학 중 최초로 학교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003년 이후 성장이 점차 둔화되면서, 다른 학교들은 그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지금까지 대규모 브랜드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도 연세생활협동조합을 통해 UI 활용 기념품 판매 시도하고 있으나 판매상품이 생활소모품 중심이라는 점과 산학 연계 브랜드 상품 개발의 한계로 큰 효과는 거두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P대학교 홍보팀장은 ‘미국의 경우 각 지역별로 그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이 있어서 그 지역 주민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다. 때문에, 대학 브랜드가 자리를 잡으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의 중심이 수도인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을 브랜드화 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적인 지원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버클리 대학의 경우 버클리 시에서 출자하여 학교와 공동으로 브랜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방대가 아니고서는 그러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 이름에 대한 정서가 외국과 비교하여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도 국내 대학의 이름을 상품화 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내 모 BI 외주업체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이나 사용하고 있는 상품의 브랜드 자체가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때문에 그들이 자신의 학교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누구도 특이하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입시에서부터 대학이 서열화 되어있기 때문에 대학의 이름을 강조하는 것은 곧 주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브랜드화를 진행할 때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대학’이라는 간판만을 내건 이미지 메이킹을 버리고, 다른 대학과의 차별성을 전제로 한 전문 분야의 이미지를 일반인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Kaist」는 광학과 인체공학이라는 전문 분야에 대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안경과 전자기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과학기술’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상품으로서의 접근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같이 이미 각 분야에 대한 국내 대학들의 전문성이 세계적 기준에서 점점 상승하는 추세로,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대학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좀 더 편안하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브랜드는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 지방대끼리 통폐합하는 현실에 역설적으로, 대학은 한번 설립되면 대부분 영구히 문을 닫지 않는다. 따라서 수많은 브랜드가 시장에 난입했다가 사라지는 현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도는 지속할 수 있다. 게다가 ‘대학’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연 발생하는 아카데믹한 이미지는 소비자에게 상당한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또한 브랜드를 통해 학교 이미지를 보다 넓은 곳에 퍼뜨릴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 학생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의식변화 및 제도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한 대학 브랜드화는 곧 국제적인 학교 경쟁력을 강화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_박태진 / 11기 학생기자
카이스트 수학전공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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