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 & Feel







간혹 비주얼적인 측면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정작 내용은 별 볼일 없는 경우도 있다. 영상미의 현란함으로 빈약한 내용을 무마시키는 영화들처럼 말이다. TV광고, 지면광고 등으로 끊임없이 눈을 자극하는 이러한 영상에 사람들은 잘 속는다. 그러나 ‘속는다’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미지수다. 점점 어렵고 깊이 있는 것을 꺼려하고 시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추세는 보고 느끼는 즉각적인 만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비주얼을 중요시 하는 것이 최근에만 대두된 현상이라고? 사회현상에 그런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인과관계가 있기 마련. 현재의 문화적 흐름은 2~30년간 착실히 공부해 온 세대가 배운 것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뿐이다.






문학작품을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펼치던 부모님의 젊은 시절과 달리, 우리는 TV를 통해 나와 다른 세상의 삶을 접하며 자라왔다. 흑백 화면의 시대를 지나 등장한 컬러TV의 다양한 색은 우리를 매료시켰다. 또한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은 되감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보고 듣는 즉시 판단하고 다음을 기다리는 능력을 키워주었다. TV의 발달로 우리는 어려서부터 보고 느끼는 법을 그 어느 것 보다 체계적으로 꾸준히 학습한 셈이다.

더 나아가 사회는 우리에게 실습할 환경도 만들어 주었다. 같은 기능의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제각기 차별성을 강조하지만 별반 차이는 없다. 소비자의 선택기준은 브랜드의 인지도, 가격, 외관 정도인 것. 따라서 한 눈에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기업은 상품을 매장의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기 위해, 더 보기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매체에 광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소비자는 배운 대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맘에 드는 것을 선택한다. 30년 전 새우깡과 초코파이는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과자더미에 묻혀 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들은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려왔으니 상황이 좀 나은 편이라고 할까.






이에 이미지는 강화되어 사람의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한다. 더 나아가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내용을 과감하게 생략하기까지 이른다. 예를 들어, 올림푸스의 광고는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을 강조하지 않는다. 단지 디지털 카메라로 담을 수 있는 영상들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을 따져보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광고에서 제시하는 감각적인 영상에 끌려 구매를 생각하는 고객들이다. 이들의 머리 속에는 올림푸스 카메라보다 전지현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KT&G는 ‘상상예찬’이라는 주제를 두고 담배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의 광고를 내보낸다. 광고만으로는 KT&G가 한국담배인삼공사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 담배라는 것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엉뚱한 방식으로 다가간 것이다. LG 텔레콤은 배용준의 이미지와 ‘당신의 상식’이라는 문구를 통해, LG카드는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사람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제공하는 이미지를 구입한다. 보이는 것을 중요시 하는 문화는 시대를 따라 발전 하면서 이제 그 내용까지 잠식했다. 내용은 눈 감고도 알 수 있음에도, 자극적이고 참신한 영상미에 환호하는 Visual 세대인 것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데는 활자언어가 필요 없다. 활자 대신 선택된 ‘이미지’는 세계 공용 언어이다. 우리는 스타벅스 커피를 왜 마시는가? 세계 어디에서도 똑같은 ‘스타벅스’ 브랜드의 이미지라는 분위기를 마시는 것이다. 현재 문화는 점점 비주얼 적인 측면이 강화되고 있다. 사람들은 수많은 시각적인 자극에 노출 되어 있고 그것들을 즉각적으로 판단한다. 그림, 사진, 영상은 세계 공통언어로서 100개의 명 문장보다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가 더 큰 호소력을 지닌다. 비주얼한 내용은 그 자체로 독립성을 지니며, 따로 번역 없이 전세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이렇게 풍부한 시각적 자극들이 제공되는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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