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동북아 물류대학원 04 교수 인터뷰







“프랑스에서는 주택가를 지나는 하수도 파이프 라인도 ‘물류’의 하나로 생각합니다. 물류의 개념을 굳이 ‘상품의 이동’에만 고정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의 원활한 흐름, 그것이 바로 물류의 개념이자 목적이죠. 우리나라처럼 선진국의 최전선을 꿈꾸는 국가에서는 특히나 물자, 상품, 사람, 서비스, 정보 등 모든 것의 원활한 흐름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제 경쟁력의 핵심은 ‘물류’입니다.”
항공사에서 쌓은 현장 경험과 프랑스 유학생활 동안 익힌 학문적 내공을 겸비한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의 홍석진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물류의 개념을 설명해 주었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 개설, 항만 건설 그리고 공항 건축이 ‘시간 차’를 두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온 탓에 물류 진행에 끊임없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각각의 시설은 잘 갖춰져 있으되 통합시스템 하에서 유기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어서 물자의 흐름이 툭툭 끊기기 십상이라는 설명이었다.
“경주 인근에서 해외로 사람이 움직인다고 가정해 봅시다. 경주역까지 버스로 가서 터미널에 내리면 그 곳에서 또 기차역까지 이동을 해야합니다. 서울역에 내려서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 정류소로 가서 다시 한번 차를 갈아타야 하죠.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시간의 흐름, 그 1분 1초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국내 물류 여건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은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항만과 공항을 함께 갖추고 있어 동북아의 새로운 물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천. 영종도 경제특구 지정과 송도 신도시 건설 등 인천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현재, 인천시와 동북아물류대학원이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기대는 매우 크다. 싱가폴, 홍콩 못지 않은 허브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개발의 큰 그림이 될 ‘마스터 플랜’의 확보와 물류전문 인프라의 구축이 필수이기 때문. 지난 8월 3일, 산업자원부에서 발표한 지역혁신 특성화시범사업에서 인천시와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이 공동진행하는 ‘인천-동북아 물류혁신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가 선정된 것은 바로 그러한 현실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대학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부쩍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백화점식 종합대학’을 추구한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그런 곳에서 키워지기 힘듭니다. 고급 전문가 집단이 젊은 두뇌들을 집중 육성해낼 수 있는 대학, 대학원. 키워드는 바로 ‘특성화’입니다.”
동북아의 물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춘 인천에서 생생한 물류 감각과 학문적 지식을 체화한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바로 동북아물류대학원의 목표다. ‘IT를 기반으로 한 물류 통상 전문인력의 양성’을 구호로 국제통상, 중국학, 정보통신, 국제물류, 도시환경 등의 5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인천대의 교육 좌표는 대학원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올해 처음 문을 연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재학생의 60퍼센트는 일선 직장인들이다. 정부 관공부서의 고위직 공무원에서부터 유수의 물류회사 임원, 젊은 새내기 물류인 그리고 전업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띄고 있다.
정부의 교통, 건설 관련 부서, 항공사, 운송, 택배회사 등 물류와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에서 일해 왔으나 ‘물류’ 그 자체의 지식과 노하우를 체계화한 경험이 없는 이들이 전문대학원의 개설과 맞물려 석/박사 과정으로 등록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를 갓 졸업한 젊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련 인력을 재교육하는 것,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문가로 키워내는 것 이 모두가 전문대학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장인과 전업학생, 중견 전문가와 새내기 석사생 등 다양한 학생들의 결합이 다소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가능하지만 이번 한 학기 동북아물류대학원이 운영된 결과, 예상치 못했던 즐거운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물류와 관련된 저서를 집필한 경력이 있을 정도의 일선 중진급 간부들이 섞여있다보니 수업내용 가운데 재학생이 발로 뛰고 있는 영역과 맞닿아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교수가 아닌 학생이 수업을 진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것. 각 교통, 운수 관련 업계에서 내노라하는 베테랑들이 모여있는 만큼 다른 동료 학생들, 특히 학부를 졸업하고 석/박사 과정에 바로 입학한 전업학생들로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얻기 힘든 생생한 노하우와 현장 경험담을 강의실에서 접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 셈이다. 회사에서 만났으면 하늘만큼 높았을 대선배를 대학원 한 울타리 안에서 만나 동료 학생으로서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다는 매력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장점이다.


“물류 자체로 학위를 받은 사람요? 4, 5년 전에는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 용어의 생경함만큼이나 ‘물류전문가’의 층은 아직 그리 두텁지 않은 편이다. 최근 물류와 관련된 자격증이 생겨나면서 물류를 공부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 공부는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일본 등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왔다고 해도 당장 현장에 투입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이론과 실제가 병행되는 전문기관이 아직까지 없었던 것이다.
물류학을 공부하고 진출할 수 있는 분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국제물류기업, 물류 및 유통기업, 물류정보업체, 일반제조회사 그리고 물류정책기관 및 공기업 등에서 근무하게 되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해운회사, 항공사에서 물류컨설팅사, 국책연구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에서 물류전문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통합된 개념으로써의 물류가 낯설 뿐, 이미 오래전부터 물류는 우리 일상과 경제 모든 곳에 녹아 있었습니다.”


물류, 특히 국제무대에서의 물류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만난 가운데 이뤄지게 마련이다. 서로의 의사를 원활하게 타진하고 뜻하는 바를 주고 받기 위해서는 융통성과 융화력,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요구된다. “그런 능력이 인위적인 노력만으로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문 지식과 의사소통 능력, 즉 영어 등의 외국어 소양도 필요하지만 물류전문가에게 있어 보다 더 요구되는 자질은 강한 열의와 의지라고 봅니다.” 어느 영역에서나 사회 생활을 한다는 것은 타인과 ‘어울리는’ 것이고 따라서 자연스러운 어울림과 흐름은 물류전문가의 기본 요건이 된다. “그런 학생이라면 저 역시 언제라도 함께 공부하고 연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인터뷰 막바지에 홍석진 교수가 거듭 강조한 ‘원활한 대인관계, 융통성 있는 마인드’.
왠지 친근한 표현이다 싶더니 그것은 다름 아닌 인터뷰 초입에 홍교수가 언급했던 ‘물류’의 성질이자 요건인 ‘원활한 흐름’과 맞닿아 있었다. 물류를 훤히 이해하고 물류의 물꼬를 터 줄 수 있는 사람은 물류를 잘 아는, 아마도 그와 닮아있는 사람일 것이다. 올해로 첫 울음을 터뜨린 ‘신생아 대학원’이지만 대학원 곳곳에서 느껴지는 열의와 자부심만큼은 노련한 중견에 못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동북아의 허브로 이끌어 갈 전문가를 배출할 물류인 사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은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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