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어 실전기] 제5화 영국사람한테 해선 안될 질문

주말에 소파에 누워서 편안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였다. 4개뿐인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고
있던 중 우연히 국제럭비경기(international rugby game)
시청하게 되었다. 난 유럽럭비리그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어떤 나라들이 참석하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참석
국가는 달랑 4개국.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였다. 나는 이게 어디 국제 대회냐고 영국의
4개의 지방 대표팀을 갖다 놓고 국제 대회라니, 사기라고, 이건 국내대회라고 투덜댔다. 옆에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홀짝이던 하숙집 주인 아저씨가 점잖게 이야기했다.

“ It’s not one country, it certainly has different things between
themselves.”
(그건 한 나라가 아니야. 엄연히 다르다고.)

아저씨 말씀은 4지방이 한 나라를 이루고는 있지만 사람들의 성격과 역사가 크게 달라서
아직도 서로를 ‘다른 나라사람’ 취급을 하는 형편이라 네 지방 운동 경기에 국제대회란 명칭을 붙이는 웃기는 일이 벌어진다는
이었다.

켈트 어를 쓰다가 그것이 방언으로 정착된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잉글랜드 사람들은 무식하고 힘만 센 켈트인이라고 은근히 깔보고
학교 수업시간에도 각 지방 방언을 비교하는 테이프를 틀어준다. 영어를 배우러 온 우리는 사투리까지 배우느라 고역이다.
영어도 어려운데 사투리까지 어찌 구별하란 말인가!

영국에 오자마자 여왕 어머니의 장례식, 즉위 50년을 기념하는 행사 등 크고 작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왕을 비롯한 왕실 가족들을 직접 보기 위해 Union
Jack(유니언잭, 영국국기)
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긴 행렬이 있는 날이면 언제나 런던은 발 디딜 틈이
없고, 오고 가는 교통편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행사가 정확히 언제 있는지 알 수 없는 나는 운이 없게도 런던을 갈 때마다 행사일과 겹쳐, 버스표를 구하지 못해 하루나
이틀씩 더 머무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티격태격하는 4 지방 사람들이지만, 적어도 여왕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왕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 그 하나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United Kingdom 이라는 한 나라의 국민이 될 수 있는
이다.

영국에는 연예인보다 더 인기 좋은 사람들이 왕실
사람들
이다. 왠지 왕족이라면 고상하고 은밀한 왕궁생활을 떠올릴 것 같지만 매일 연신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바람에 영국의 왕족들에게는 신비감이 없다.
주간지에서는 여왕, 왕자, 공주들을 늘어놓고 인기도를 측정하고 어떤 공주의 사생활이 어쩌네, 어느 왕자는 다른 왕자보다
늠름하네 하면서 연예인 가십 다루듯 한다. 하숙집 주인 딸아이의 방에 놀러 갔던 날, 6살 아이의 방에는 금발머리의 양복을
입은 미소년 포스터가 있었다.

“Is he an actor? Which movie? Do you like him?”

그러자 그 아이는 날 도도하게 쳐다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He is my prince, real prince of U.K. I’ll be a princess.”

왠지 그 아이가 부럽기도 하다. 진짜 왕자님과 한 나라에 사는 아이. 어쩌면 정말 왕자님과 결혼해서 공주님이 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신문에서는 앤 공주의 개가 공원에서 놀던 아이를 공격했다는 사실로 고소 당했다는 사실을 1면에 다루고 아직까지 다이애나비와
찰스 사이에 도대체 어느 문제들이 있었을까 고민하고 퀴즈 프로그램에는 ‘여왕님이 어느 다리에 깁스를 하셨을까요?’ 하며
웃고 떠드는 영국 사람들이 귀엽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밤 흰 장갑을 끼고 손을 흔드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보면 가족들 걱정에 마음속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영국
사람들이 왕실 이야기를 즐기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왕족들을 자신의 가족들처럼 아끼고 사랑해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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