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향기를 남기고- 쇳대 박물관


흔히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대학로. 하지만 대학로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좋을 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젊음’이라는 각각의 단어가 주는 느낌은 그럴싸하게 좋은데, 마땅히 연극을 보거나, 술을 마시는 것 외에 대학로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어냐는 푸념에 다름 아니다. 대학로는 그렇게 정체되어 왔고, 또 고인 물처럼 머물러 왔다.

하지만 지난 해 11월, 대학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하나의 건축물이 대중 앞으로 다가왔다. 겉에서 보기에는 녹슨 철을 거대하게 잘라서 이어놓은 조각품 같기도 하고,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창고 같아 보이기도 한다. ‘아직 페인트 칠을 다 안 했군’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이 건물은 우리 나라 열쇠들의 족보라고도 할 수 있는 ‘쇳대박물관’.(쇳대는 열쇠의 방언이다.)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건축가 중의 한 사람인 승효상씨에 의해서 설계 되었고, 건물의 겉면은 코르텐스틸(Corten steel)이라는 특수한 재료로 마감되었다.

녹슨 철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인데,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에서 느낄 수 있는 ‘미완성’의 미학을 제대로 전해준다. 열쇠의 주재료인 철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살린 이 건물은 그 자체로 훌륭한 구경거리이자, 대학로라는 ‘공원’의 거대한 조각품이라 할 수 있다.


노출콘크리트 기법이 적용된 ‘쇳대박물관’의 내부로 들어서면 확 트인 공간에 그리 가파르지 않는 계단이 나온다. ‘쇳대박물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따라 조금 올라가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3층의 초입에서 표를 구입하고, 팜플렛을 하나씩 집어들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면 매우 인상적인 박물관의 푯말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전시실 내부는 어둠이 진하게 깔려 있는데, 전시물에만 집중적으로 쏘아지는 빛으로 인해 매우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라 혼자서 천천히 관람을 할 수도 있지만, 큐레이터들의 상세한 해설을 들으며 구경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 이 곳에는 가장 오래 된 통일신라시대의 것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약 300점의 열쇠가 전시되어 있다. 이 ‘쇳대’들은 수작업으로 만드는 예술적인 철제 인테리어 작품으로 유명한 <최가철물>의 최홍규씨가 19세부터 꾸준히 모아온 일생의 ‘컬렉션’. 열쇠패에서부터 빗장 그리고 자물쇠에 이르기까지 열쇠에 관한 것이라면 빠지지 않고 이 곳에 전시되어 있다. 또한 박물관 한 켠에 마련 된 공간에는 티벳, 아프리카, 유럽 등지의 열쇠들도 전시되고 있어서 한국과 외국의 열쇠들을 비교해보는 값진 경험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시 된 300점의 열쇠들은 그가 소장하고 있는 3000여점의 열쇠에 비하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전시공간의 부족으로 그가 소유한 모든 열쇠들을 관람객에게 보여주지 못하지만, 1년에 두 차례 정도의 특별 전시회를 통해 ‘쇳대’와 ‘인간’의 소통을 시도할 예정이다.

<관람안내>
관람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요금: 개인-5000원, 청소년-3000원, 어린이-2000원(단체는 할인요금 적용)
위치: 4호선 혜화역에서 2번 출구로 나온 후, 방송통신대와 문예진흥원 사잇길을 따라 100m정도 직진.


총 4개 층으로 구성 된 ‘쇳대박물관’의 1층에는 카페가, 그리고 2층에는 중식당이 위치해있다. 박물관을 관람한 후 배가 출출해 온다면 대학로의 다른 식당을 찾기 보다, 세련되고 깔끔한 젠 스타일(ZEN STYLE)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는 중식당<소스187>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를 권한다. 중국 교포 출신의 요리사가 각종 요리를 선보이는 이 곳은 일절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이용해 맛을 낸다.

한 그릇에 5000원하는 자장면은 필자가 지금까지 맛본 짜장면 중에서 가히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 쫄깃한 면발이 그대로 살아있고, 자장이 느끼하거나 질척거리지 않아 산뜻하고도 부드러운 맛을 낸다. 2인분에 14000원인 ‘과폭육'(퓨전 스타일의 탕수육이라 생각하면 된다.)의 맛 또한 일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탕수육과 비슷한 종류의 요리이지만, 탕수육처럼 소스를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고, 바삭하게 튀긴 돼지고기 위에 소스를 얇게 얹어 미식가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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