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tyke 아메리카] 제9화 눈만 오면 학교 문 닫는 나라! 미국

어제는 학원이 세시에 문을 닫았다. 저녁에 많은 눈이 올꺼라는 일기예보에 따라 늦게까지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집에 못 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만약 내일 아침에도 눈이 많이 온다면 학원으로 전화하세요. 자동응답기가 대답하면 학원은 쉬는 겁니다.
학원 관계자의 말이 떠올라 전화기를 돌려본다. 역시나 자동응답기에서 주저리주러리 폭설로 인해 학원을 닫았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보름간의 Holiday 방학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휴강이다.
한숨 더 잘 태세로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친한 동생한테 전화가 온다. “언니 아직도 자? 밖에 눈 굉장히 많이 왔어!” 대충 챙겨 입고는 사진을 찍으러 밖으로 나갔다. 그다지 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이런 폭설을 구경하기 어려울 것 같아 사진에 담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직접 나가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워낙 눈이 안 오는 지역이라 그런지 동네 사람들은 신이 난 듯하다. 스키를 타고 돌아다니는 아줌마도 있고, 언덕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학생들도 여럿 보인다.
계단을 눈으로 메우고는 썰매를 타는 여학생도 보인다. 저마다 6인치나 내린 눈에 행복해들 하고 있는 듯하다.

다음날도 학원 문은 여전히 닫혀있다. 미국은 한국과 많이 다르지만 눈 온 다음을 풍경은 정말 다르다. 눈이 내리기 무섭게 눈을 치우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눈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제 내린 눈은 이미 얼음이 되어 버렸는데….
회사도 문을 닫고, 학교도 문을 닫고,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

오늘까지 벌써 사흘째다. 한국 같았으면 이 정도 눈에 학교가 폐교하고 회사가 문을 닫는 건 말이 안 될터.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쩔쩔매고 있다. 길도 꽝꽝 얼어서 시장에 나가지도 못한다. 식료품을 미리 구비하지 않은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

이곳은 제설 차량은 커녕 모래도 없고 소금도 없는 모양이다. TV에서는 아직도 호들갑이다. 여기저기 닫아버린 길 안내하고, 화면 밑 자막에는 수업 취소된 학교들이 줄줄 나오고 있다. 오래곤에 있는 학교들이 죄다 나오는 듯하다. 눈 때문에 며칠째 학교 안 나가보는 것도 난생 처음이다.

잠시 미국의 이런 팔자좋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눈 좀 왔다고 학교 문닫고 회사 안 나가는 게 정상인가? 하지만 그들의 안전의식에서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일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아예 집에서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일 테니까.
아마 한국에서라면 “까짓것~ 이 정도 눈 쯤이야~” 하는 마음에 차를 가지고 나와 얼음판에 미끌어지는 사고가 났을 테고, 학교에서 또는 직장에서 어떤 사고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혹시 모른 사고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언제나 우리를 앞지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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