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로스쿨 준비 사법고시 못지 않은 로스쿨 준비

한국 내 LSAT준비반을 운영하는 캐플란 어학원, 프린스턴 리뷰 어학원, 박명신 어학원 등에서 LSAT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인종도, 연령대도, 배경도 다양하다.

A양은 대학 3학년 때부터 로스쿨을 준비했다.”어렸을 때 잠시 외국에 살았고, 앞으로도 외국에서 살고 싶은데 외국인이 미국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직업은 변호사라 생각한다”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한편 한국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친 B군은 “ 뜬구름 잡기 식의 정치학 수업에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실무적인 자격증을 따고 싶어서 J.D.유학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을 다니다가 자신만의 일을 찾고 싶은 사람이거나, 회사에서 미국법에 전문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에 힘입어 유학을 떠나는 사례 등도 있다.

학원을 다니며 하루에 3시간씩 특강을 듣고, 또 매일 3시간씩 그룹 스터디를 하는 등 LSAT준비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한두 차례 LSAT를 치러보고 성적이 좋지 않아 입학의 희망을 버린 사람들도 많다. 이런 현상 탓에 많은 로스쿨 준비생들이 실명 인터뷰를 꺼리는지도 모를 일.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위스콘신대(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L.LM을 마치고 돌아온 최영진 씨는 내년에 J.D.로 다시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로스쿨에 대한 정보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3년 유학을 계획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1년간 직접 수업을 들어보고 나니, 로스쿨은 나의 적성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한국에는 나의 관심분야인 지적 재산권 분야의 수업이 많지 않아 다시 유학을 준비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간 로스쿨 입학이 결코 장미빛 미래를 가져오지 않는다. 로스쿨 중도 포기자는 학교별로 차이가 있지만 1%에서 최대 50%지 된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다.
1학년 때는 미국 법률을 중심에 둔 사고 체계(Legal Mind)를 익히는 시기여서 한국에서 곧장 건너온 이들은 적응에 애를 먹곤 한다. 게다가 로스쿨 재학 중 성적이 직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간 사람들도 수업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 안팎으로 공부하는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서울 오로라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로스쿨 1학년 때 성적은 여름방학 동안 어느 로펌에서 견습할 수 있느냐를 좌우한다”며 “이는 졸업 후 진로와도 관련이 크다”고 말했다.
온갖 역경을 딛고 졸업한 이후에도 난제가 많다. 미국은 변호사 수만큼 경쟁도 치열하므로 개업을 한다는 것이 용이한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의 교포 변호사는 동포들의 소액사건을 수임하는 거리 법률가(Street lawyer)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을 내다보고 서울에서 개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자신의 경쟁력과 상품가치를 냉철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최영진 씨는 “유학 붐이 불면서 로스쿨 유학생은 절대적으로 증가했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 때문에 미국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교포출신 변호사나 한국 사법시험 합격자가 다시 J.D.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 죽을 각오를 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미국에서 법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빨리 정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배나 지도교수와 상의하여 대략적인 청사진을 상정하고, 체계적인 자료수집과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 물론 공부를 하는 가운데 관심분야가 바뀔 수 있으므로 스스로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가며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 만일 국제거래 전문변호사가 되려면 커리큘럼에서 국제거래법, 회사법, 은행법, 증권법 등의 과목을 선택하고, 어느 분야를 심도있게 공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상품(무역) 거래인지, 서비스 거래인지, 또 불공정거래를 공부한다면 특허권이나 상표권인지 아니면 저작권법인지 정하고, 한국과 관련이 많은 뉴욕주나 캘리포니아주의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물론, 날로 다양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 법률시장에서 외국의 전문변호사들에게 지적인 분석력, 협상력에서 밀리지 않게끔 자신의 전문분야에 확고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국제변호사는 국적에 관계없이 고객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지만 국제거래에서 한국 기업의 입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 큰 안목에서 국가이익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 변호사는 어디가서나 결국 한국관련 딜을 취급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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