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간 수업 내용들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노라면 어느새 들어오는 다른 선생님들이 떠드는 아이를 나무막대기로 후려칠 때도 있다. 이 곳 선생님들에겐 체벌은 너무나 당연하다. 때릴 곳을 정하고, 몇 대를 때릴 것을 정하고 때리는 것이 아닌 막대기를 쥐어 들고 닿는 대로 마구 후려치는 것이다. 아이들의 팔이나 등은 언제나 짙게 패인 매 자국이 있다.
학습을 위해 아이들이 갖춘 것이라곤 공책과 펜 뿐이니, 노트 필기를 잘 해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입식 교육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선생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줄줄 잘잘 소리 모아 따라 한다.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기에 몇 마디를 소리 나는 대로 영어 알파벳으로 적어 줬더니 금새 자연스레 한국어를 재잘거린다. 별다른 학습자재 없이 모든 것을 선생님의 말에서 흡수시키는 아이들을 보면 내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루는 한 선생님이 오늘은 퀴즈를 푸는 날이니 문제를 출제해 달라고 하신다. 가장 큰 교실에 의자를 몰아넣고 빽빽하게 전교생이 들러 앉았다. 전교생이래야 2학년부터 7학년까지 180명 정도인데, 결석하는 아이들이 20%정도이다.
저학년 아이들은 몸집이 작아 2인용 의자에 4명씩도 앉는다. 우리가 보기엔 너무 마른 몸의 아이들. 잘 못 먹는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이들의 워낙 잘 뛰어 놀고, 가정에서 온갖 잡일들을 떠맡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한국 못지 않게 웃어른을 공경해야 하는데 그게 아이들의 가사노동으로 나타난다.
퀴즈문제를 시험문제처럼 출제 한 것이 실수였다. 그날의 퀴즈는 바로 장학퀴즈였던 것이다. 한 학년 당 2명씩 총 4팀을 이루어 선생님이 읽어주는 퀴즈를 순서에 따라 맞추면 점수를 받는다. 출전자가 아닌 아이들은 방청객이 되어 팀원들이 맞추지 못한 문제를 맞힐 기회를 얻는다. 오랜만에 보는 장학퀴즈, 그 것도 색다른 아프리카식 장학퀴즈는 흥미진진하였다. ‘선생님 우리 팀이 이기고 있어요~’ 하며 내 팔목을 붙잡는 아이들의 모습에, 다음 번엔 교장선생님과 협의하여 골든벨을 도입해보겠노라고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