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체험]제11화 가나의 교육환경




  6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갑자기 반장 아이가 교실 밖을 나가 문 옆에 놓여진 종을 치며 목청껏 외친다. “수업 바꿔 주세요!” 열심히 수업 중이던 나는 이 소리에 아직도 놀라지만 그 아이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그러고 보니 전 학교를 통틀어 시계가 있는 교실은 6학년 교실뿐이다.

수업시간이 바뀔 때 마다 쉬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8시에 수업을 시작해서 두시간 수업하고 10시부터 시작되는 30분의 쉬는 시간이 유일한 공식 쉬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입니다!” 하는 종소리를 들으면 아이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우르르 달려 나가 정열적으로 어울려 논다. 가장 인기 있는 놀이는 바로 ‘암피’. 두 명이 마주보고 박수를 두 번 치고 높이 뛰어올랐다가 다시 박수를 치며 맘에 드는 발 하나를 앞으로 내놓는다.

박자가 잘 맞아야 하는데, 넉 달 째 거의 매일을 아이들과 함께 이 놀이를 하는 나는 아직도 그 박자를 못 맞추고 있다. 그 밖에 공이 없어 돌멩이를 차고 노는 아이들, 노래를 하며 손뼉을 치는 아이들로 학교 안은 어수선해진다.

점심시간은 예고도 없이 찾아와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 열심히 오늘의 목표를 칠판에 적고 설명하려고 하는데 밥 주는 일을 하는 분이 애들 밥 먹어야 하니 애들을 밖으로 보내라고 요구해 온다. 아이들이 밥을 먹고 돌아오면 수업을 바꿔야 할 시간이다. 이렇듯 내 수업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 아니다.

  준비해간 수업 내용들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노라면 어느새 들어오는 다른 선생님들이 떠드는 아이를 나무막대기로 후려칠 때도 있다. 이 곳 선생님들에겐 체벌은 너무나 당연하다. 때릴 곳을 정하고, 몇 대를 때릴 것을 정하고 때리는 것이 아닌 막대기를 쥐어 들고 닿는 대로 마구 후려치는 것이다. 아이들의 팔이나 등은 언제나 짙게 패인 매 자국이 있다.

학습을 위해 아이들이 갖춘 것이라곤 공책과 펜 뿐이니, 노트 필기를 잘 해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입식 교육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선생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줄줄 잘잘 소리 모아 따라 한다.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기에 몇 마디를 소리 나는 대로 영어 알파벳으로 적어 줬더니 금새 자연스레 한국어를 재잘거린다. 별다른 학습자재 없이 모든 것을 선생님의 말에서 흡수시키는 아이들을 보면 내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루는 한 선생님이 오늘은 퀴즈를 푸는 날이니 문제를 출제해 달라고 하신다. 가장 큰 교실에 의자를 몰아넣고 빽빽하게 전교생이 들러 앉았다. 전교생이래야 2학년부터 7학년까지 180명 정도인데, 결석하는 아이들이 20%정도이다.

저학년 아이들은 몸집이 작아 2인용 의자에 4명씩도 앉는다. 우리가 보기엔 너무 마른 몸의 아이들. 잘 못 먹는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이들의 워낙 잘 뛰어 놀고, 가정에서 온갖 잡일들을 떠맡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한국 못지 않게 웃어른을 공경해야 하는데 그게 아이들의 가사노동으로 나타난다.
퀴즈문제를 시험문제처럼 출제 한 것이 실수였다. 그날의 퀴즈는 바로 장학퀴즈였던 것이다. 한 학년 당 2명씩 총 4팀을 이루어 선생님이 읽어주는 퀴즈를 순서에 따라 맞추면 점수를 받는다. 출전자가 아닌 아이들은 방청객이 되어 팀원들이 맞추지 못한 문제를 맞힐 기회를 얻는다. 오랜만에 보는 장학퀴즈, 그 것도 색다른 아프리카식 장학퀴즈는 흥미진진하였다. ‘선생님 우리 팀이 이기고 있어요~’ 하며 내 팔목을 붙잡는 아이들의 모습에, 다음 번엔 교장선생님과 협의하여 골든벨을 도입해보겠노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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