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본에 여행 갔을 때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열차도
아닌 버스가, 1분도 틀리지 않고 제 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하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버스 운행 상황판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일본의 버스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시선을 우리나라의 도로
상황으로 돌리니 이런~, 답답함이 앞선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의 교통 체증과 사고는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지 않은가?
이렇게 열악한 교통 여건은 단순히 불편함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다. 혼잡 비용과 사고 비용만 따져도
1년에 30조 원이 넘는 것. 도로를 건설하는 등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 하겠지만
고속도로 왕복 4차로 1km를 건설하는데 250억 원이 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실제로 1년 동안 늘어나는 도로는 전년대비 2%에 불과해 엄청나게 증가하는
자동차의 수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교통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다름아닌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무선 핸드폰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서비스에서부터, 우리에게도 익숙한 교통 카드까지 교통의 흐름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모든 방법을 통칭하는 것이 바로 ITS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60년대 말부터 연구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초 이후 ITS를 국책 과제로 선정하고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국가 ITS 사업과 민간 부문의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ITS 전문가 육성이다. ITS는 그 특성상 교통, 정보, 통신, 전자분야의
첨단 기술이 통합적으로 융합되어야만 본래의 기능과 효과가 극대화되는 대표적인 학제간 응용분야이기 때문이다.
분야별 전문 교육만으로는 올바른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앞장서서 각 대학원에 ITS 관련 학과 개설을
추진하였고 그에 대한 최초의 성과가 바로 아주대학교 ITS 대학원이다. 작년 10월
대학원 설립이 인가되어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들이 입학했고 모두 37명의 학생들이 2학기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혹시 1년도 안 된 학교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까? 명백한 오산이다. 현장에서
ITS 관련 실무를 맡아 활동하는 공무원과 국영 기업체 임직원들이, 학부를 마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보다 훨씬
많다. 심지어 10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은 사람들도 학생으로 들어온다고 하니 학생이라기보다는
이미 웬만한 전문가 수준. 1학기 동안 진행된 개론 수업보다 남은 3학기 동안의 심화 과목 수업이 기대될
듯싶다. 특수대학원이지만 올해부터 4학기 만에 졸업할 수 있으며 원하는 사람은 5학기 동안 공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