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체험]제10화 가나의 보물, 트로트로 (TRO-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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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로는 우리나라의 ‘봉고’ 크기부터 ‘마을버스’크기까지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일컫는다. 대도시이든 소도시이든 일정규모의 트로트로 정류장을 가지고 있다. 조금 큰 ‘마을버스’급 트로트로는 도시간 운행수단이 되며, 작은 ‘봉고’급 트로트로는 도시 내부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기능을 수행한다. 트로트로에는 운전사와 함께 옛날 우리 나라 차장 정도 되는 ‘메이트(mate)’가 있어서 승객에게 운임을 받는다.
메이트는 연령 제한 없이 조그만 어린 소년부터 나이든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놀라운 것은 운임. 시내를 운행하는 트로트로의 운임은 500세디에서 1,000세디 사이 (한화 72원에서 145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금액은 이 곳에서도 무척 싼 가격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시내 중심부까지 가는데 (참고로 말하지만 쿠마시는 가나 제 2의 대도시이다) 900세디 (한화 130원)이니 얼마나 싼 가격인가! 나는 처음에 이 가격에 반하고 말았다.
그럼 도시간 운행 트로트로를 보자. 가나의 수도인 아크라(Accra)에서 이 곳 쿠마시(Kumasi)까지의 운임은 20,000세디 (한화 3,000원) 정도이다. 아크라에서 쿠마시까지는 우리나라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이다. 상상할 수 있는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3,000원이면 가능한 것이다. 많은 나라를 가보았지만 물가 대비 교통비 운임이 이렇게 싼 나라는 가나가 처음이다. 적어도 움직이는 데는 거의 돈이 들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이것이 트로트로의 첫번째 매력이다.

트로트로의 두 번째 매력은 한 마디로 압축해서 이렇다.‘길은 없어도 트로트로는 있다’.
가나는 포장 되지 않은 도로가 대부분이기에 메인 도로를 제외하면 비포장 도로가 많다. 그것이 또 그냥 비포장이냐 하면, 마치 산길을 올라가는 마냥 어찌나 험한지 과연 이런 곳으로 차가 지나갈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그러나 그런 길을 트로트로는 잘도 다닌다.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있지 않고 연신 엉덩방아를 찧어대기는 하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안 가는 곳 없이 다니는 트로트로를 보고 있으면 이내 뿌듯하기조차 한 것이다.

트로트로의 세 번째 매력은 ‘살아있음’이다. 나는 가나인들의 그 과도한 친절에 진절머리를 내기는 하지만 그래도 트로트로 안에 있을 때만은 예외이다. 아무리 험악해 보이는 인상의 아저씨도 트로트로 속에서는 즐거운 승객이다. 저들끼리 조잘거리고 메이트와 운임 때문에 말다툼도 가끔 하고, 지나가는 길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라치면 다들 한마디씩 던지면서 웃음을 터트리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가나의 모습이 바로 트로트로 안에 담겨있다. 어쩌다 다른 차량과 시비가 붙으면 그야말로 승객들은 마치 자기 가족이라도 되는 양 운전사와 메이트를 옹호하고 거든다. 아이를 업은 여자가 타려 하면 혹여 아이가 문에 부딪치기나 할까 다들 아이의 머리를 잡아준다. 알다시피 그 좁은 봉고 안에 사람이 가득 차서 뒤나 구석에 앉았다가 중간에 내리려고 하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그래도 다들 불평 한 마디 없이 비좁은 구석을 뚫고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내릴 수 있게 잠시 밖으로 내려서기도 한다. 한 사람 자리가 비면 그 자리를 옆 사람이 메우고 문에 가까운 자리를 비워 다른 사람이 쉽게 탈 수 있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이 얼마나 훈훈한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물론 단점도 많다. 일단 대부분의 트로트로가 거의 폐차에 가깝다. 폐차될 외국 차량들을 수입해 오기 때문. 가끔 우리나라 무슨 무슨 병원이라고 적힌 차도 있고, 우리나라 마을버스 운행노선이 그대로 적혀 있는 차들도 있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그렇게 수입해 온 차들을 가지고 운행에 필요한 정비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로 이것이 굴러갈까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하는 때가 많다. 문이 너덜너덜해서 달리는 중간에도 이러다 문짝 날라가지 싶을 때도 있고 의자가 헐거워서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할 때도 있다. 또한 실어야 하는 짐이 많아 뒷문을 줄로 묶어놓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위험천만한 운행수단인 셈이다. 시내 운행 트로트로야 워낙 열악한 도로 사정 탓에 겨우 20~30킬로미터의 속력밖에 내지 못하니 큰 사고의 위험은 없다지만 도시간 트로트로야 말로 정말 위험천만의 곡예를 벌이기도 한다. 폐차를 가지고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가니 얼마나 많은 사고의 위험 속에 노출 되어 있는 셈인가.

실제로 내가 타고 다니는 동안 그런 불안에 시달린 것이 사실이다. 한번은 언덕에서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차가 뒤로 흘러가는 바람에 진땀을 뺀 적도 있고 100킬로의 속력으로 가는데 엔진이 괴상한 소리를 내서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닌가 해서 좌불안석인 경우도 있었다. 동료 중에는 가던 길에 차가 멈춰서 6시간 이상을 어느 오지에서 보내야 했던 이도 있고, 사고가 나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이도 있다.
또한 보따리 장사가 대부분인 가나인들 덕분에 짐이 한 가득 차에 실리게 된다. 사람도 만원, 짐도 만원인 셈이라 승차감은 최악일 수 밖에 없다. 시골일수록 장사하는 이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지독한 생선 냄새에 코를 잡아야 할 때도 있고 가끔은 염소, 닭 등을 태우고 달려야 할 경우도 많아 사실 외국인이 점잖게 타기에는 영 무리가 있다.

이러한 위험함과 불편함으로 가나에 사는 외국인들은 거의 트로트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없다. 어쩌다 배낭여행 중인, 고생을 사서 하는 젊은이들이나 간간히 이용할까, 우리들처럼 아예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그런 ‘특권’ 덕에 나는 가나의 보물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위험천만이든, 승차감 제로이든 트로트로는 단연코 가나의 특산품이다. 아무리 가난한 이들에게도 이동의 자유만큼은 보장해 주고 그들의 피곤한 발품을 덜어주는 트로트로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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