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외탐방]제8화 절정에 이른 황제의 위엄, 여름 궁전





 

월요일 오전, 여느 도시처럼 출퇴근으로 분주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40분쯤 달려 핀란드 만 해안 지대에 위치한 ‘여름
궁전’을 찾았다.
로마노프 왕조가 대대로 여름을 보냈던 이 곳은 화려한
러시아 바로크식 건물과 18~19세기 유럽 정원 양식도 유명하지만 140여 개에 달하는 분수가 관광의 백미

이루는 곳이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산뜻한 녹색 정원을 배경으로 러시아 특유의 황금색으로 단장된 수십 개의 분수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물을 내뿜고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궁전에서 수로를 따라 해안 쪽으로 걷다 보면 양쪽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웅대한
인공 조형물인 분수와 정연하게 다듬어진 정원의 자연미가 이루는 완벽한 조화
. 잘 다듬어진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치 제정 러시아의 귀족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수로의 끝은 핀란드 만과 맞닿은 해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러시아 황제가 가졌던 강대한 권력과 위용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본다.

 

그러나 이 궁전은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궁전의 주인
피터 대제는 현재 러시아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18세기의 황제
이다. 늪에
불과하던 척박한 불모지를 1703년부터 단지 40년 만에 유럽 최고의 명문 도시로 탈바꿈시켰기 때문
이다.

그러나 과연 당시에도 그가 존경 받는 황제였을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도시와 궁전을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도시가 완공될 때까지 수많은 백성들이 밤낮없이 노역에 시달리다가
굶어 죽어갔으며 그 중에는 10세 이하의 어린이도 많았다고 한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도시에서 최악의 군주였던 그에게 쏟아지는 최고의 찬사를 들으며,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도 여전히 피터 대제와 생트 페테르부르크를 사랑하는 러시아인들, 그렇다면 그들의 후손은 지금 러시아의
선택을 또다르게 볼 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역사를 만들어갈 지 그리고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될 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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