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외탐방]제1화 해를 따라, 북쪽 나라로





한국시각 AM 9시 30분 – PM 2시 40분

“정말 가긴 가는구나”
오늘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자주 했던 말.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접근이 불가능하던, 지금도 그리 쉽게 발을 내디딜 수 없는
러시아로의 행보이기에, 입국대를 나서는 순간까지 조금 불안했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그들의 느긋한 대륙적 기질을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일까. 새벽부터
잠을 설쳐가며 공항에 나왔지만 기다리는 것은 연착 통고.

  오늘의 임무인 단체사진 촬영과 학생기자 개별 인터뷰 녹화를 끝마친 이후에도 시간은 한참
남아 있었다. 12시 50분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2시 15분으로 연기되었고, 게이트에서 다시 한참을 기다려 2시
40분에 겨우 탑승, 결국 3시가 되어서야 비행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시각 PM 3시 – PM 8시

“사고가 빈번하다, TV도 없다, 승무원들이 불친절하다.”

러시아 항공에 대한 괴담(?)은 대단했다. 확실히 보잉기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높은 천장과 허름해 보이는 의자, 코앞에서
선풍기처럼 돌아가는 냉방시설은 낯설게 다가왔다. 그러나 악명과 달리 좌석간 거리는 넓은 편이었고,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력도 느껴져서 꽤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증명된 괴담 한가지는 유난히 흔들리는 기내. 유치원 때 이후 안 해봤던
멀미를 21세기 비행기 안에서 경험하게 될 줄이야. 또 한가지 특이사항은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이상한 벨소리.
처음에는 경고음인줄 알았던 이 소리의 정체는 승무원을 부르는 버튼에서 나는 소리였다.
거슬리는 소리 때문에 여러 번 잠을 깨기 일수다. 벨을 눌러도 오지 않는 승무원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것도 러시아인걸!

  한국시각 PM 9시 – 자정

기내 이곳 저곳에서 보이는 낯선 글자들은 우리가 정말 러시아로 간다는 사실의 징표임과 동시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의
원천이기도 했다. 과장인 줄만 알았던, “노어 알파벳을 외우는 데만 세
달이 걸렸다”
는 친구의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그러나 우리의 9기들, 러시아와 좀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어 마스터 3시간 작전’
돌입했다. 여행책자를 보며 러시아어 필수회화에 열중하고, 콜라 이름에서 노어 알파벳과
발음관계를 추론해보기도 하고, 심지어 한 기자는 승무원에게 러시아어 한마디를 하고 발음을 교정해달라고 간청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한국시각 다음날 AM 1시 – AM 5시

모스크바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인 세레메티에보 2공항은 먼지와 사람들로 범벅된 우리나라의
80년대 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했다.
현지 시간 저녁 7시, 태양을 쫓아 왔기에 아직 햇살이 비추고는 있었지만
우리는 매캐한 공항에서 다시 입국수속을 위해 1시간 40분을 대기해야만 했다. 긴 하루는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출국수속을 마치고 나와 접한 청량한 공기, 신비로운 푸른빛 하늘을 보며 짜증이 순식간에 가시는 것을 느낀다. 하지께
에는 오전 3시 30분에 동이 터 오후 11시가 넘어야 해가지는 나라, 러시아는 미워할 수 없는 미소를 지녔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향하는 길에는 우리나라의 기업광고들이 자주 눈에
띈다. LG 광고로 도색한 버스와 고풍스런 건물 밖 LG에어컨 실외기도 종종 보인다.
나라인줄만 알았던 러시아에서의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이 충분히 짐작되는 부분
이다.

8월 8일, 미래의 얼굴 러시아 탐방단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29시간만에
마무리 되었다.
긴 하루였지만 아직 우리는 러시아와 눈인사만을 나누었을 뿐이다. 내일 아침, 우리는 러시아와
어떤 표정으로 재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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