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체험]제8화 Where is 맥도날드?




  문명과 아프리카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쓰레기 처리
시설이 없는 이 나라에 비닐봉지며 물건포장지, 스티로폼, 병, 캔 등의 공산품 쓰레기들은 이 나라의 땅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공해규제가 없는 나라에서 폐차 직전의 고물차들이 내뿜는 매연은 천연의 하늘을 질식시키고 있다. 1시간에 6,000세디
하는 인터넷 카페는 우후죽순으로 도시 곳곳에 퍼져있으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비교적 비싼 사용료로 이메일 확인하는
장소 정도로 그치고 있다. 이메일도 보편화되지 못한 곳이니 기껏해야 친구들과 나누는 잡담이나 혹은 외국인들에게 돈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수단으로 더 요긴하리라. 핸드폰은 있으나 잦은 불통으로 그 유용성이 의심되며, 전화를 소유한 가정이 적고
반 이상이 고장, 혹은 불통으로 연결되지 않는 공중전화를 보며 통신의 무용성을 느낀다.

외국인은 있지만 정작 길거리에서 그들을 보기란 쉽지 않다. 어쩌다 배낭을 매고 이런 오지 여행을 경험 삼아 다니는 영국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시내에서 가끔 목격될 뿐, 이 곳 외국인은 철저하게 현지인들과
고립되어 자신들만의 삶을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법이 없고 항상 자가용을 이용하며,
사업관련 파트너 외엔 흑인들과 대면할 일도 그다지 없어 보인다. 덕분에 얼굴이 쉽게 팔리는 우리만 고역이다. 외국인이
트로트로(마을버스) 타고 장보러 다니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은 모두에게 흥미거리이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이다.
길거리를 걷는 것마저 자유롭지 않은 이 부자유는 나같이 예민한 이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맥도날드가
없는 나라, 변변한 극장도, 백화점도, 카페도 없는 나라. 변변한 옷이나 공산품 사기도 힘든 나라, 불법 중국산 불량품들이
길거리에 판을 치고, 폐차 직전의 차들을 마을버스로 굴리는 나라. 변변한 공장 하나 없어 대부분의 문명을 수입해서 꾸려나가는
나라. 그리고 열악한 교육환경. 이것이 내가 보고 느낀 가나의 문명이다.
가끔 코피온 홈페이지에 들러 보게
되는 다른 멤버들의 현지보고서는 나를 낙담시키고는 한다. 적어도 번듯한 사무실에 출퇴근을 하며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작게나마 운동대회도 열고 휴가기간에 맞춰 다들 여행갈 계획도 세울 수 있는 나라도
있다. 혹은 정말로 필요한 의료지원에 투신하고 있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제대로 된 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나는 뭔가, 하는 낙담이 스쳐 갈 때도 많다. 솔직히 숨기고 싶지 않다. 보람만큼
절망이 깊숙이 내 안에 잠식해 있다. 과연 나는 자원봉사를 하러 온 것인가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러 나온 것인가 싶기만
하다.
학교를 교육을 위해서 지었는지 돈을 벌기 위해서 지었는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선생이 됐는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냥 잡은 직장인지,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교회를 지었는지, 돈을 벌기 위해 교회를 지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불평불만을 늘어놓고는 한다. 워낙 매사에 시니컬한 내 성격 탓이 크다 하겠지만 문명 속의 이 곳, 가나는 왜
이리 서글퍼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래도! 라고 외치며 이 곳에
남아있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맥도날드 없이도 살 수 있고, 매번 속게 되는 불량품에 혀를 차면서도 그래도 사다가 쓰고
있고, 영화 한 편 보기 힘들어 요새 뭐가 재미있는지도 모르지만, 영자 신문 하나 없어 이라크 전쟁이 끝났는지 아직 전쟁
중인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오히려 그것이 자랑스러운 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에 고작 한 번해야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는 우리 멤버를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외로움에 시달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그나마 어디 한 군데 스트레스 풀러 갈 곳도 없이 24시간 학교와 집을 오고
가야 하는 신세지만, 그래도 3개월을 살았고, 그리고 4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고,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지만 정말로 여기 그대로 활자화되어 있는 것처럼 비참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 곳, 가나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리라. 모든 것이 부재할
때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적어도 사소한 물건 하나에서부터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기에 내가 여기에
온 목적도 어느 정도 이루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거대한 무엇을 쫓아가며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삶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적어도 하루하루 사는 것이 커다란 도전인 이곳의 삶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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