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체험]제7화 예의 빵점! 뻔뻔스러움 백점!




  무심히 한국에서 부쳐준 잡지를 뒤적이다가 낯선 느낌에 사로잡혔다.
근엄한 얼굴들. 물론 정치나 경제 문제와 같은 시사적인 성격이 강한 잡지여서 그랬겠지만 글과
함께 첨부된 사진들은 하나 같이 심각한 얼굴, 혹은 무표정한 얼굴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발견하게
되는 얼굴들과는 사뭇 다른 표정들
이었다.

이곳에 발 붙이고 산 지도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찾아왔기에 가난한 이들의 행동거지에
눈길이 가게 마련. 가난하니까 불행할 터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리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하나같이 천진난만에게 웃음이
가득한 얼굴들이다.

그 천진난만함이 도가 지나쳐 하루 종일 낄낄대고 박장대소하며, 실없는 농담에 크게 입을 벌려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지나치게 심각한 성격의 나는 울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참으로 놀라운 풍경임에는 틀림없다.

이곳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에도 조근조근 조용히 말하는 법이 없다. 주변이 떠나가라 시끄럽게 떠들면서, 혹은 박장대소
하면서 주변 공기를 온통 흩트려 놓는다. 처음에는 너무 시끄러워서 귀를 막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라디오를 항상 크게 틀어놓는데, 어느 프로그램이든 귀청이 떠나가라 질러대는 소리가 끊일 날이 없으며
나오는 노래들도 거의, 아니 100% 신나고 경쾌한 토속 리듬이 가미된 음악들이다.

소위 발라드라는 음악이 존재하는가 싶을 정도이다. 조용한 음악이래야 외국 음악인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나 셀린 디온의 타이타닉 주제가 정도랄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곳에는 조용한 장르의 음악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워낙 시니컬한 성격 탓에 장난스럽게 ‘오 브로니(O Bronnie, 백인)’, ‘브라(Bra, 영어로는 ‘come’)’해대며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이곳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퉁명스럽게 대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 사고방식으로 보자면 엄청 예의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들이다. 멀쩡하게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을 불러 이리
와라, 저리 와라 하질 않나. 외국인이니 응당 돈이 많겠지 싶어, 나한테 이거 사달라, 돈 좀 달라, 너네 나라 데려가
달라 하는 식의 좋게 말하면 넉살 좋은, 나쁘게 말하면 뻔뻔한 부탁들과 매번
부닥치게 된다.

오늘만 해도 과자 한 봉지 사는데, 그 가게 점원이 나보고 자기 것도 하나 사달란다. 기가 차서 ‘no!’하고 쏘아
부치고 나왔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렇게 말하고 나면 내가 무척 무례한 사람인양 그 쪽에서 더 기막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은 우리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보이는 생활의 질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넝마를 껴입고 있든,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정말 작은 돈을 벌어서 살아가고 있든 그들은 우리보다 자주 웃고, 자주 떠들고, 자주 목소리를
높여 재잘거린다.

나는 과연 이 나라에 우울증 환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생활 수준이 높고 복지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얘기를 떠올리면서 과연 행복이 돈과 정비례할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히 하자.
그들은 ‘I am happy’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많이 웃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들이
행복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참으로 단정짓기 어려운 문제이다.

“행복하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그들이 마치 ‘행복이 뭔데요?’하고 되물어 올 것만 같다. 우리 눈에는 그들이
우리보다 더 즐겁고 행복해 보이더라도 정작 그들은 그것이 행복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많이 웃고,
즐겁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그냥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임을 나는 서서히 느끼고 있다. 다소 무례하고 뻔뻔한 민족이기는
하지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살아가는 방식임을 나는 서서히 느끼고 있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그들의 삶이므로 분명 존중 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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